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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이야기

이재명 정부의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보며

김기덕 변호사(펌) | 2026-09-11 04:11:08

조회수 : 104

이재명 정부의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보며
입력 2026.09.08 06:30  수정 2026.09.10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다.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에 대해서, 노동조합의 공장 건설 관련 쟁의 가능성 언급에 대해 노동쟁의 대상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발표하라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하더니 기필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3일, 노동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쟁의 대상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힌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영업이익 N% 성과급’ 같은 기업이익과 연동된 경영성과급 요구도, 근로조건이 변동될 가능성만 존재하는 상태인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둘러싼 요구도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시행지침이 발표됐다.

2. 지난 수개월 동안 이 나라에서 대통령은 성과급과 공장 건설을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꽂혀 있었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 자신의 말로 직접적으로 성과급과 공장 건설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노동부 장관에게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노골적으로 주문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말하지 않았어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특히 국무회의 등에서 대통령의 말을 들었던 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에서처럼 성과급 요구를 가지고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들었다. 공장 건설에 반대해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되도록 노조법상 노동쟁의 대상의 기준을 마련해서 발표하라는 뜻으로 들었다.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주요 현안을 챙기기도 바쁜 대통령이 그 정도로 말한다면 장관으로서는 무엇을 주문하고 있는지 당연히 알아듣는다. 그래서 최근 노동부가 노동쟁의 대상에 관한 시행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밝혔을 때, 발표할 시행지침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지 넉넉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대통령이 주문한 대로였다.

3. 먼저, 노동부는 이번 시행지침에서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의 경영성과급 요구는 국가·투자자(주주) 등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기업의 경영상 판단·집행 등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어서 노조법상 의무적 교섭 대상 및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21일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 노동 현장에서 ‘영업이익 N% 성과급’ 도입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의 대상인가. 저는 아닌 쪽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시행지침이 발표된 것이다.

시행지침에 따르면, 이제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은 엄청난 규모로 기업이 이익을 실현해도 그와 연동해서 성과급 요구를 해서 단체교섭할 수도 없고, 그걸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도 없으며, 그 요구를 관철하고자 쟁의행위를 할 수도 없다는 것이겠다. 이것은 지난 5월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했던 일을 이제 더는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일이다.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올려주더라도 노동자는 그 일부라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해서 교섭하고 쟁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는 사용자가 주는 대로 특별히 배풀어주는 것만 받아먹어야 한다고 하는 것, 성과급에 있어서는 빌어먹어야 한다는 것인가. 성과급은 기업의 성과를 노동자에게 분배하는 것처럼 보여도, 주주에게 하는 배당금과는 달리 노동자가 그 기업에 근로를 제공하기에 지급받는 것이다. 자본 투자에 따른 주주 배당금에 비교해서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며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아가,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요구하는 것이라서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시행지침은 밝히고 있지만, 동일한 금액을 정액으로 산정해서 요구할 경우에는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고, 당연히 노동쟁의 대상이다. 그것을 영업이익 내지 순이익 등 이익의 몇 %로 요구한다고 해서 아니라고 하는 것이니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다.

사실 이 시행지침에 따르더라도,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를 막기 어렵다. ‘기업이익’에 연동하는 방식을 피해서 요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성과급 지급기준에 따른 금액을 파악해서 그 금액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한다면, 아무리 경영성과급을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시킨 시행지침이라도 노동자들이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하는 걸 막아낼 방법은 없다. 얼마든지 이번 시행지침을 쓸데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간다면, 임금인상처럼 시행지침도 명백히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는 사항과 함께 ‘기업이익’에 연동하는 성과급을 요구할 수도 있다. 만약 성과급 요구를 제외하고는 받아준다고 사용자가 나온다면 임금인상 요구의 수준을 대폭 높이고 계속해서 교섭하고 쟁의하면 될 일이다. 의지와 투쟁력만 있다면 시행지침을 통해서 성과급을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시도는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

4. 다음으로 이번 시행지침에서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결정의 시행과정에서 인력운영 방안 등 세부계획 등이 구체화돼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에서 노동부는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그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면서도 “이러한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지위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은 대상이 되며, 합병, 분할, 매각, 양도 등의 결정에 따라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고용보장 요구 등에 관한 단체교섭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시행지침을 통해서 구체적인 기준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시행지침에서는 해당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검토·구상 또는 확정·발표됐으나 근로조건이 변동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있는 경우는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당 사업경영상 결정의 실행과정에서 정리해고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계획 등이 수립 중이거나 결정되는 등으로 인력운영 방안 등 세부계획 등이 구체화돼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사용자가 정리해고 계획 등을 수립 중이거나 결정했어야 사업경영상의 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시행지침도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7월2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삼성그룹 초기업노조가 광주 반도체 공장 건설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주장하는 데 대해 “극단적으로 동의 안 하면 못 간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 국민이 깜짝 놀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광주에 공장을 지으면 내가 혹시 전보될 수 있으니까 노동쟁의 대상이라는 주장인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회사의 경영권 행사가 관련이 없는 게 없다”고 하면서 노동부 장관에게 노동쟁의 대상을 명확히 정리할 것을 지시했다. 이런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노조가 조합원의 전보에 관한 사항을 요구해서 교섭하고 쟁의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공장 건설에 따른 전보라고 해서 달리 판단될 것은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광주 반도체 공장 건설에 꽂혀 있다 해도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시행지침으로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5. 시행지침이든 해석지침이든 노동부가 제멋대로 법을 해석해서 노동행정을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대통령이 지시해서 한 것이라도 노조법에 반해서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위법 무효다. 대통령이라고 함부로 핏대를 세우며 위법한 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지시한다고 위법한 지시를 장관이 따라서도 안 될 일이다. 노조법은 ‘근로자의 대우’ 등을 근로조건의 결정 사항으로 보고 노동쟁의 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니, 노동자가 사용자에 근로를 제공해서 지급받는 성과급도 당연히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2조5호). 그리고 노조법 개정을 통해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사항도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규정한 것이므로 정리해고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계획 등이 수립 중이거나 결정되는 등으로 인력운영 방안 등 세부계획을 사용자가 구체화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교섭하고 쟁의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법대로 아니라면, 대통령의 지시도 노동부의 시행지침도 노조법의 노동쟁의 대상을 제한할 수 없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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