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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이야기

저렴한 정치

펌 | 2026-06-17 20:53:01

조회수 : 334

입력 2026.06.16 06:30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1년이다. 12·3 내란을 저지른 윤석열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통해 파면하고서 2025년 6월3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곧바로 다음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돌아보면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말이 있었다. 12·3 내란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로서 윤석열 등 내란세력에 맞서 민주공화국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할 때와는 내 생각과 감정도 달라져 간다. 그때는 그의 말과 행동에 크게 불만이 없었다. 이 나라에서 내란을 심판하고 민주공화국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민주진영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그가 대통령 피선거권이 박탈돼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그래서 조희대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했을 때는 크게 분노하고 걱정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그때처럼은 아니다. 오늘은 이재명 대통령이 하는 말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게 되고, 자꾸 비판할 것을 찾게 된다.

취임한 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자를 위해서 많은 말과 행동을 했다. 지금까지 이 나라 대통령들 중에서 분명히 최고로 많이 그랬다. 취임선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고 부당하게 약자를 억압하는 등 규칙을 어겨 이익을 얻고 규칙을 지켜 피해를 입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그가 밝힌 대로 대통령으로서 해왔다. 그런데 내 생각과 감정이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니 당신은 나를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2. 그동안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에서 산업재해 등 노동안전을 비롯한 노동문제를 끊임없이 언급해 왔다. 수도 없이 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지적, 지시하고, 보고받았다. 국무회의 등 생중계 회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수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포스코이앤씨, 맨홀 질식사망 등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언급하고, SPC 시화공장, 대전 안전공업 화재 현장 등 사고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국정 책임자로서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노동안전에 대한 취임 선서에서 한 약속을 지켜왔던 것이다.

“정부나 공공기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사람을 채용하면서 왜 최저임금만 주느냐”며 “노동에 상응한 적정한 임금을 줘야 한다”고 말했고, “2년 지나면 정규직으로 해야 된다고 1년11개월만 계약하고, 퇴직금 안 주겠다고 11개월씩 계약하고는 한 달 쉬었다가 다시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며 “정부가 부도덕하게 그러면 되느냐”고 질타했다.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정임금’ 도입 등으로 이어졌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입법, 시행되면서 하청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해서 교섭과 쟁의할 수 있게 되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사항 및 일정한 단체협약 위반 사항을 노동쟁의에 포함시켜 교섭과 쟁의의 대상을 확대하고, 노동자의 쟁의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가 감면되게 됐다. 또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변경하고 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자를 위해서 많은 말과 행동을 해왔던 것이고, 당연히 반길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째서일까.

3.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비판했다. 파업 돌입시 긴급조정권을 행사할 태세였다. 이 무렵 그는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의 지탄을 받으면 해당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업 초과이익을 둘러싸고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그는 “노동자가 영업이익을 나눠 갖자고 요구하는 걸 그동안 상상하진 못했다”며 “과연 (영업이익의 성과급 배분이)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 사안이냐, 이게 소위 경영권에 해당하는 거 아닌가, 노동쟁의 대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도 많이 했는데 결론은 못 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가 노동쟁의의 대상인지 결론을 못 냈다니 이 무슨 말인가. 성과급은 당연히 교섭 대상이고 노동쟁의의 대상이다.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영업이익 등 회사 이익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요구해서 임단투를 해왔고, 그에 따라 노사합의를 해서 성과급을 지급해 온 것을 전혀 모른다는 것인가. 현대차·기아 등을 비롯한 이 나라에서 많은 사업장에서 해마다 노조가 요구해서 임단협 타결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고, 또 많은 사업장에서 아예 그 지급기준을 정해놓고 이익 실현시 그 기준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노동쟁의의 대상인지는 노동법리를 이해하면 되는 것일 테고, 이 나라 노동현장에서 성과급 실태는 보고받아서 파악하면 되니 심각한 문제라고 볼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성과급 요구에 이 대통령이 비판하고, 긴급조정권을 행사하려고 했던 것은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심각하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이 더 받겠다고 성과급 요구를 하면서 파업하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안전, 기간제 비정규직 고용 및 임금 등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서 끊임없이 개선을 주문하고, 하청노동자의 원청을 상대로 해서 교섭하고 쟁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노조법의 입법, 시행에 적극적이었다. 이것은 비정규직, 하청 등 열악한 노동자의 권리 개선과 노조 활동 보장에 그가 관심을 두고 있고, 이와 달리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이른바 배부른 요구와 투쟁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권력자의 관심 내지 태도는 새삼스럽지 않다.

4. 산업안전 및 재해에 관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해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향상하며, 비정규직법을 통해서 비정규직의 사용과 처우에 관해서 규제하는 등으로 한 나라의 권력이 노동자의 처우 등 권리를 개선, 보장하는 것은 노동자를 위한 권력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권력에게는 저렴한 정치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노동자의 불만을 무마하면서 노동운동에서 노동자를 떼어놓을 수 있었다. 나아가 노동자 표를 보수정당 등이 확보해서 자본을 위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제정 독일의 비스마르크를 비롯해 세계사는 이런 식으로 커다란 부담 없이 노동자를 다스릴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정희 정권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전두환 정권에서 최저임금법이 있었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열악한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하고 나름대로 뭔가를 시도했다.

문제는 노동자 일반의 임금 등 처우를 개선하느냐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넘어서 노동자 일반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어야 노동자를 위하는 권력이다. 노동자를 위한 부담의 크기만큼 노동자를 위한 권력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동자가 단결해서 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력이 법·제도로 노동자의 임금 등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그야말로 최저수준을 노동자에게 주는 것일 뿐이다. 문제는 노동자가 스스로 쟁취할 수 있도록 자유를 보장해 주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는 원칙적으로 노동자에게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노조법이 입법·시행됐는데도 주체, 목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 수많은 규제를 통해서 현행 법률은 노동자가 노조 등으로 단결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할 자유를 제한·금지하고 있다. 노조법상 규제를 준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니, 노동자에게 노조할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이 나라의 법은 노동자의 자유를 빼앗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예외적으로 노동자들은 파업 등 쟁의할 수 있도록 허용받는 것인데도, 삼성전자에서 대통령이 성과급 요구를 비난하고 긴급조정으로 파업할 수 없도록 노조를 윽박질렀다. 이에 나는, 취임 이후 그동안 노동자를 위해서 말하고 행동한 것은 저렴한 권력의 정치질이 아닌가 자꾸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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