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성전자 성과급, 대법원에서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난리입니다.” 서울○○공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한 사건의 항소이유서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던 지난주 목요일 오후, 사무국장 정 노무사가 말했다. 조금은 들뜬 목소리였다. 우리 사무소에서도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성과급 사건 몇 개가 있었다. 드디어 대법원이 성과급 일반을 임금으로 인정해서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것인가. 삼성전자에서 성과급은 회사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해 지급할 텐데 이번에 대법원이 그걸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면, 이 나라 사업장들에서 지급하는 성과급은 거의 다 해당하는 것이다. 마땅히 기뻐서 흥분할 만하다.
“한국보증○○ 성과급, 대법원에서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다며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네요.” 지난주 금요일 오후, 전날과는 사무국장의 목소리가 달랐다. 실망이 묻어 있었다. 우리 사무소에서 대리하고 있는 사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후속사건을 대리하고 있다. 선행사건에 대해서 대법원이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해버렸으니 어렵게 된 것이다. 사무국장의 말을 듣고 크게 낙심한 나는 한국보증○○사건 대법원 판결문을 읽으며 생각했다.
한국보증○○사건에서 대법원이 성과급을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삼성전자사건에서도 한국보증○○사건의 성과급과 같은 삼성전자의 성과급도 마찬가지로 판결했을 것이다. 대법원은 성과급 일반을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삼성전자사건에서 판결이유를 추측하면서 나는 대법원이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는 소식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2. 성과급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통상임금만큼은 아니라도 이 나라에서 성과급의 (평균)임금 해당성에 관해서 관심이 많다. 성과급에 대해서는 사실 나는 통상임금사건을 소송하다가 관심을 갖게 됐다. 공공기관의 경평성과급에 관해서 통상임금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최저지급분을 통상임금으로 주장해서 청구한 사건이었다. 그 통상임금사건에서 나는 노동자가 지급받은 경평성과급 전체를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며 퇴직금 청구를 했다. 대한주택보증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의 통상임금사건에서였다. 처음부터 승소를 낙관하고서 청구한 것은 아니었다. 지급기준을 정해놓고서 그 기준에 해당하게 되면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니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하고, 평균임금에 포함해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청구하면서도 나는 이 나라 법원에서 인정받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다만,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용자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니 사용자가 지급하는 금품이니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이라고 보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서 당장은 인정받지 못해도 부딪혀봐야겠다는 각오는 있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에서 공공기관의 경평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서도 해당한다는 판결을 선고받게 됐다. 사용자를 상대로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자가 한 퇴직금 청구를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었다. 그때가 2018년경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자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사업장까지, 여러 사업장 노동자들이 성과급을 상담하고 소송했다. 민간 사업장 중에서는 당시 한국유리사건이 내가 노동자들을 대리해서 진행한 대표적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성과급의 지급기준이 만만치 않았지만, 고등법원까지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받았다. 이 사건도 지난주에 대법원으로부터 판결 선고일을 통보받았다. 과연 어떻게 판결할 것인가.
3. 한국보증○○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을 확보해서 읽었다. 삼성전자사건에 대한 판결문은 입수하지 못해 읽어보지 못했지만 경제신문 등에 보도된 자세한 분석 기사를 통해서 판결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됐다. 몇 년 전에 건강보험공단사건에서 대법원이 복지포인트에 관해서 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해서 영 찜찜하고 괜히 불길했다. 단순히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니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지 않고,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금품이 아니라며 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 오래전에 폐기된 임금 법리가 되살아난 것처럼 보였다. 앞으로 사용자에게서 노동자가 지급받은 많은 금품들에도 그대로 적용해 임금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결할까봐 나는 불안했다. 근로와 관계없이 지급하는 금품이니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는 논리가 그대로 이 나라에서 판례 법리로 굳어진다면, 과거처럼 사용자는 근로와 무관한 금품으로 포장해서 지급함으로써 퇴직금 등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피하려고 할 것이고, 이 나라 법원은 그걸 판결로 승인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보증○○사건과 삼성전자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한 마디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회사 경영상태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은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노동자측 업무실적을 평가해서 지급하는 성과급은 해당한다고 보겠다는 것이다. 절망의 판결이유였다. 회사의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이라면 근로와 관련해서 지급하는 금품이 아니니 근로기준법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이라고 규정한 임금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겠다. 미치겠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명칭 불문한 일체의 금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사용자가 붙인 명칭이나 명목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것인데, 이 나라에서는 어제는 복지포인트, 그리고 오늘은 회사 경영실적 기준 성과급을 두고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 나라 대법원은 판결하고 말았다. 툭 깨놓고 말해보자.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라서 사용자는 이월되지 않고 소멸되는 복지포인트라도 지급하는 것이고,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하는 성과급도 지급하는 것이다. 시급, 일급, 월급 등의 급여처럼 구체적으로 제공한 근로를 기준으로 셈하여 지급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금품이 아니다. 자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이기에 사용자는 복지포인트를,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급을 노동자에게 지급한다. 심지어 임단협 교섭에서 노사합의로 복지포안트, 경영성과 기준 성과급의 지급에 관해서 정하기도 한다. 회사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은 노동자가 한 근로에 대한 대가를 경영성과 기준으로 지급하는 금품이다. 이 세상에서 누구도 이걸 부정하지 못한다.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해야 노동자가 회사의 경영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열심히 일할 것이라 여겼기에 사용자는 그 기준으로 성과급제도를 도입해서 운영해온 것이다. 결코 근로와 무관하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노동자에게서 열과 성을 다하는 근로를 끌어내 보다 높은 경영실적을 거두고자 경영성과 기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사실, 그것은 이 나라에서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4. 오랜기간 이 나라에서 사용자들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을 임금이 아닌 양 포장해왔다. 그 금품을 임금, 평균임금, 그리고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켜 인건비를 절감해서 보다 많은 이윤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노동자가 받게 된 불이익만큼 사용자에게는 이익이었다.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는 노동자단체가 노동조합이다.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사용자의 포장을 벗겨내는 것도 노동조합이 할일이다.
노동자는 그 사업장에서 받을 연봉 수준을 살펴보고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임금, 평균임금으로 사용자가 인정한 금액만 살펴보지 않고, 복지포인트,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급까지도 포함해서 비교해 보고 해당 사업장에 입사하여 근무한다.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자로 근무할 경우 얼마를 받을 것이라고 노동자가 셈하는 금품에는 성과급 일체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걸 파악해 보지 않고 해당 사업장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일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될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용자가 복지포인트, 성과급 등을 지급하는 것은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자로 근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급하는 것임에도 이 나라에서 사용자들은 근로와 무관한 것인 양 명칭을 붙이고 기준에 명목을 덧대서 임금이 아닌 취급을 받고자 시도해왔던 것이고, 그것을 수십년 동안 이 나라 사업장에서 취업규칙으로 시행해왔다. 그러니,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이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취업규칙 변경을 요구하고서 투쟁으로 깨트려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깨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몇몇 수당에 관해서는 (평균)임금에 포함시키고,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교섭하고 투쟁해서 쟁취했지만, 성과급은 아니었다. 그렇게 성과급은 이 나라에서 임금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그러다 성과급도 임금이라고 노동자들이 소송하기 시작했고, 몇 년 전에는 일부 사건에서 대법원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지급기준을 사전에 정해두고서 그 기준에 해당하면 지급하는 성과급은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금품으로서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사전에 지급기준조차 정해두지 않은 성과급이라도 근로의 대가로 임금이라고 인정해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나라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보장한 판례로 크게 반길만 했다.
그리고, 오늘은 근로 제공과 관련 있는 금품만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면서 지급기준을 사전에 정해놓고서 그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조차도 근로의 대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깎아내리려는 이런 대법원 판례 법리에 낙담한 채 주저앉아서 우리 노동자들은 또다시 수십년을 보내야 하는가.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며 떠들썩한 오늘, 나는 묻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한다. 성과급은 임금이다.
성과금이 임금이면 지금받는 월급에 성과금 포함이라하면?
그것도병이다. ? | 26-02-08 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