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동조합은 힘이 없다.
3년간 해고자복직약속 못 지켜서도, 최초로 임금동결돼서 이런말 하는 것 아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자신감도 없고 꼭 지켜야할 중요한 것들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 몇년동안 그랬다.
회사가 쭉 어려웠으니 노동조합이 그럴수밖에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동조합이 도대체 노동조합 본연의 투쟁성을 상실한건 이해할 수 없다.
회사가 부도지경에 있었어도 조합원을 지키려고 투쟁을 선택했었다.
그건 노동조합으로서 어길수 없는 선택이다.
제 아무리 요놈 저놈들 찢고 까불어도
노동조합은 제 조합원 지키려는데 자기 목숨 아껴선 안되는 거다.
근데 지금의, 아니 근래의 우리 노동조합은 너무나
가기 몸 사리고 자본의 눈치만 본다.
비정규직 해고대 아작난건 둘째치고라도
특단교섭도, 전환배치도, 임금동결도, 뭐하나 제대로 힘을 못쓴다.
정말 중요한건 다 잃어가는데도
노동조합은 자기 자랑하기 바쁘고, 이대로도 아무 문제없다고 한다.
며칠전 조합원교육시간에
노동조합 정책실장의 말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대내외적으로 금속산별에 각별하지 못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대자노조가
산별교육을 하는것도 생뚱맞았는데
교육도중에 웬 노동조합 사업자랑타령이라니...
사내 운동장에 잔디구장 설치한게 노동조합 숙원사업실현이라고 했다.
대체 그놈은 잔디구장을 부평공장 6000명 조합원중 몇명이나 사용한다고...
건강진단 세밀화해서 조합원들 지병 조기에 진단하게됐다고 자랑했다.
지난 몇년동안 조합원들 과로로 추정된 돌연사로 사망한게 몇명인가.
하지만 단 한건도 산재처리되지 못했다. 산재를 위한 각별한 노력도 없었다.
노보에 어디부서 누구 조합원 사망했으니 월급에서 공제한다는 말 뿐이었다.
우리 노동조합은 너무 힘이 없다.
인천에서 제일 큰 노동조합인데도 힘은 정말 없다.
금속노조에서도 다섯군데밖에 없다는 대기업지부인데도 정말 힘이 없다.
태생적 한계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끄럽고, 그래서 믿기지도 않는 얘기다. 평조합원들 한테는... 필자에게도 ...
노동조합이 회사측과 너무 가까워선 안된다.
비공식적인 사적 접촉이 많은것은 노동조합스럽지 못한 행태다.
꼭 지금의 노동조합을 지칭하는것은 아니다.
활동가들 사이에서 이런 행태들이 공공연하게 인식되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노동조합간부가 사측과 친하고
부서 대의원이 부서측과 친한다는건 참 믿기지 않는일이다.
조합원의 권익갖고 다투고 교섭해야할 관계의 사람끼리
비공식 술자리를 자주 갖게된다면 어디 투쟁이고 나발이고 될일이 있겠는가.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의 아니, 작금의 우리노조는 힘이 없는게 분명하다.
민주라도 좋고 보수라도 좋다.
앞으로 누가 노동조합을 장악할지 모른다.
제발 민주라도 좋고 보수라도 좋으니 지금까지의 그런 노조모습은 보이지말라.
우선 산별을 배신하지 말라.
걸음마단계의 본조를 탓하지말고 과연 하부조직으로서 잘했나 생각해라.
비정규직을 이런식으로 대하는이상 산별얘기는 꺼낼 자격도 없다.
이건 사무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무지부장이 부당해고돼도 현장노동조합이 일언반구 성토한마디 없다.
이건 산별하자는 자세가 제로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현장을 챙기는것도 없다.
대체 수년간 엄한 시국에 현장제조직이나 전직위원장들
노동조합이 상시적인 논의기구마련해 상시적으로 현안문제 논의한적 있는가?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제조직과 싸운모습만 조합원들 뇌리에 생생하다.
제조직은 곧 현장이다. 근데 노동조합은 제조직을 잘 챙기지 않았다.
제조직은 야당꼴이니 노동조합 잘못하면 비판하기 마련인것을
우리 노동조합은 그런 상식적인 꼴조차 못봐 맞받아치기 일쑤다.
회사놈들은 제조직 대부분 장악했다고 한다. 엉뚱한 소리 아니다.
아직까지 왜 노동조합이 절망이라고 말하겠는가.
회사경영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사측에 맹목적으로 예속될 만큼은 아니다.
회사의 어려움이 정부조차 얘기했듯이 사측의 책임이 크다.
얼마든지 노동조합이 수세적이지 않아도 최소한 노동조합 목소리는 낼수 있다.
회사위기라는 사측논리에 휩싸여 계속 양보만하고
산별시대에 개별 노동조합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금속노조에 소홀하고
현장주체인 사무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나몰라하고
현장의 힘인 제조직과의 상시적이고 항구적인 논의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도대체 지금의 우리 노동조합이 가진게 뭐가 있어 사측과 대응하겠는가.
가진게 하나없고, 도와줄이 하나없는 외톨이, 왕따신세가
바로 우리 노동조합의 신세다.
그런데도 노동조합 노보를 보면 참 기가막힌 자신감만 충만하다.
지난 몇년이 그랬던것처럼 말로는 잠깐 조합원들을 흐릴수 있지만
노동조합의 깊은속을 헤아리고 있는 조합원들을 언제까지 기망할수는 없다.
조합원들은 생각처럼 바보가 아니다.
단지 회사가 어렵고 경제가 어려우니 오냐오냐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조금 엇나가도, 간부들이 조금 엇나가도, 그놈의 회가가 어렵고
경제가 어려우니 그냥 쉽게 쉽게 넘어가자는 주의가 앞서는 것일 뿐.
그것이 조합원의 마음이자, 평범한 대중의 마음이다.
그 평범하고 순수한 마음을 우습게 봤다간 된통 혼줄나게 된다.
상황을 몰라서 넘어가면 별일 아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어리숙한것 같지만 상황을 잘 파악하고 넘어가준다.
이걸 노동조합이나 간부들은 어리석게도 정작 파악하지 못하고 술렁술렁하려 한다
앞으로 우리의 노동조합은 회사가 어렵지만 본연의 자신감과 힘을 가졌으면 한다.
행동으로 사측의 경영책임을 묻고, 가련한 비정규직들의 해고를 따지고
사무직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어 현안문제를 논의하고
현장조직들에게도 감정보다는 내실과 대의를 앞세워 유대를 돈독히 하고...
산별을 안챙기고, 현장주체들을 안챙기는 노동조합처럼 꼴 사나운것도 없다.
지금까지의 우리노동조합이 그랬다. 솔직히...
\'아직까지 절망\' 에서 \'이제부턴 희망\' 을 얘기하는
우리 사랑스런 대자노조가 되길 오메불망 그려본다.
21대 집행부가 민주든 보수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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