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모터쇼가 개막한 지난 달 말,장 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 사장과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위르티제 사장이 기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오후 12시부터 1시간동안,아카몬 사장이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각각 질의응답을 받았지요.
양쪽 분위기는 극명하게 달랐습니다.
르노삼성 간담회에선 평이한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올해 시장 전망,생산계획,신차 출시전략 등이 주제였죠. 피곤에 지친 일부 기자들이 졸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별 '이슈'가 없었고,시종일관 화기애애했습니다.
위르티제 사장의 발언 중 그나마 주목할 부분은 "작년 시간당 50대를 생산했던 부산공장 생산성을 향후 64대(최대)로 끌어올리겠다. 경소형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내년에 완전히 다른 신형 SM7을 출시하겠다." 정도였지요.

<장 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 사장>
반면 아카몬 사장의 간담회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거친 질문과 격앙된 답변이 오갔지요.
아카몬 사장이 "내년부터 시보레 브랜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하자,GM 본사에 로열티를 얼마나 지급하는지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간담회 도중 "신차 알페온이 브랜드냐"를 놓고도 기자들과 언쟁을 벌였지요. 그는 대형차 베리타스와 같이 준대형 세단 알페온을 새 브랜드라고 말했고,일부 기자들은 브랜드가 아니라 '신차일 뿐'이라고 받아쳤습니다.
아카몬 사장은 '대우'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지를 묻는 질문이나 노조와 관련된 문제엔 아예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답답했던지,제이 쿠니 홍보담당 부사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대규모 투자와 함께 고용을 많이 창출했다. 생산물량의 93%를 해외에서 팔고 있다. 왜 항상 GM대우만 의심을 받고 비판을 받는가"라고 따지더군요.
릭 라벨 판매담당 부사장은 대우자동차판매 사태와 관련,작심한 듯 할 말을 했습니다. "대우차판매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GM대우와의 결별 때문이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대우차판매가 갖고 있는 2조원 규모의 부채가 시발점이다. 대우차판매가 결별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었다."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1~2달 전에 개인적으로 위르티제 사장과 아카몬 사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별도 인터뷰였죠.
두 명의 CEO 모두 사교성이 넘치고 재밌는 사람이란 점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아카몬 사장은 유머가 풍부하더군요.
다만 부산모터쇼 간담회에선 그의 웃음 포인트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아카몬 사장은 한국 기자들에 대해 불만이 많은 듯 보였습니다. 르노삼성보다 훨씬 많이 투자하는데도 항상 '뭇매'를 맞고 '한국 철수설(說)'에 시달리니까요.
'성급한' 보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개월 전 인터뷰할 때,그는 "시보레 브랜드를 도입할 지 여부를 확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이 말을 듣고 "시보레 도입 확정"이라고 썼지요. 이후 많은 언론에서 이를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시보레 도입 확정'이라고 쓴 이유는,전체적인 맥락에서 그렇게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다소 애매한 표현을 썼지만,"왜 시보레 브랜드를 국내에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도입 확정이라고 판단할 정황이 충분했지요.
하지만 아카몬 사장은 이후 직원과 노조를 만나는 자리마다 "확정된 게 없다. 오보다."란 얘기를 계속했지요. 부산모터쇼에서 시보레 도입을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도 말입니다.
한국철수설이 나오는 배경도,따지고 보면 그럴 만한 정황이 있어서입니다. GM 본사의 유동성 부족이나 경소형차 해외생산 계획,중국에 대한 투자집중,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과의 갈등 등 말이죠.
아카몬 사장이 언론에 방어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대신,적극적이고 세련된 홍보 전략을 구사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