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지 8년 됐는데 (하청)업체만 세 번 바뀌었습니다. 그때마다 계약서 새로 썼고요. 근속수당도 없는데, 또 언제 업체가 바뀌어 잘리지나 않을까 늘 불안에 떨어야 하죠.”
“정규직 동료와 나란히 일해도 급여는 60~70% 수준입니다. 같은 사람인데 한 등급 아래 있는 것만 같은 거죠.”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닷새째 파업농성을 벌여온 사내하청업체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19일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대법원 판결 나온 뒤 이런 신세 면하려나 했는데, 시트공장에서 또 업체가 바뀌더니 계약서 안 썼다고 공장에서 무참히 끌려나가는 동료들을 보곤 정말 해도 너무한다 싶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공장에서 농성중인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은 지난 15일 아침 시트공장에 출근하려던 동료 노동자들을 현대차 관리자들과 경찰이 막는 데 반발해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음식물이나 깔판 같은 물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회사 관리자와 용역경비원들의 ‘침탈’ 위협과, 현대차가 공장 난방장치마저 끈 17일부터는 밤이 되면 닥치는 추위에 맞서고 있다. 2·3공장에서도 200~300여명씩 농성을 벌이는 등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울산공장 노조원 1600여명은 닷새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의 5개 완성차 공장 가운데 엑센트·베르나 등을 생산하는 1공장은 닷새째 멈춰섰고, 2·3공장은 회사 쪽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가까스로 돌아가는 실정이다.
예전엔 비정규직들에게 ‘거리’를 두곤 했던 정규직 노조원들과 대의원들도 이들 곁에 서기 시작했다. 간식·방한복 등을 가져다주고, 공장 1층에서 농성장 침탈을 지켜준다. 18일 김호성 현대차 1공장장이 비정규직 노조에 ‘퇴거 통고서’를 전달하려 했을 때도 정규직 노조 대의원들이 막았다. 1공장 정규직 노동자 강아무개씨는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같은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부르짖는 ‘공정사회’를 실현하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규직의 ‘연대’ 움직임은 일부에 국한돼 있을 뿐, 정규직 노조 집행부 차원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비정규직지회에서 일방적으로 치고나온 파업이라 정규직 노조로서 보조를 맞추기도 난감한 형편”이라며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노력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