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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의 완성차 무더기 근로기준법 위반 판정,

글쓴이 : 노건투 날짜 : 2011-11-23 (수) 17:02 조회 : 4706
노동부의 완성차 무더기 근로기준법 위반 판정,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의 제언

 
지난 6일, 고용노동부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 불법 연장근로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완성차업체들에게 개선계획서 제출을 명령했다. 주 40시간제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당사자와 합의가 있을 경우 주당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완성차업체 모두 이를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은 “우리나라 완성차업계는 신규고용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능력개발, 시설ㆍ장비 투자 없이 장시간 근로 관행을 만들”고 있다면서 “완성차업계의 주ㆍ야2교대가 부품 협력업체의 주야2교대로 연결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 자동차산업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고, 그 짐을 사회가 고스란히 지고 있다”고 노사양측의 인식전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와 고용노동부가 갑자기 철이라도 든 것일까? 다른 나라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 평균이 1,600시간인데 한국은 이보다 무려 800시간이나 많은 2,400시간의 초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며, 이처럼 비인간적인 초과노동의 근저에는 주야맞교대라는 야만적 근무형태가 놓여 있다는 주장은, 지난 10여년간 민주노조운동진영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문제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 발표가 있은 바로 다음날(7일), 이명박 정부는 내년부터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유보하는 반노동자적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아, 정부가 철이 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런 발표를 한 것일까? 자동차산업에서 엄청난 초과노동과 근로기준법 위반이 행해진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10여년 이상 지속된 악습인데, 왜 지금에서야 비로소 이 얘기를 꺼내든 것일까?

 

 

근로기준법 위반 발표의 의도는 무엇인가?

 

먼저, 이명박 정부의 이번 발표는 그동안 노동자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야간노동 철폐, 주간연속 2교대 실시’라고 하는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주간연속 2교대 실시라는 요구는 이미 1998년 현대차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벌어지던 때부터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제기해온 것이다. 주야맞교대가 얼마나 노동자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지, 그리고 주간연속 2교대 실시 등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지를 10여년 이상 제기해온 것이다.

특히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이 최근에 벌어지면서 야간노동 철폐의 열망이 “밤에는 잠 좀 자자”는 단순명쾌한 요구로 사회화되기도 했다. 이번 발표내용에도 드러나 있고 정부의 고위 관료들 스스로 인정하는 것처럼, 고용노동부는 유성기업 투쟁을 통해 야간·장시간노동의 폐해가 사회적 쟁점으로 올라온 이후에야 비로소 지난 9월 말부터 3주 동안 현장조사를 벌여 불법을 적발하게 된 것이다. 야간노동 철폐를 위한 10여년의 노동자 투쟁 끝에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명박 정권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야간·장시간 노동 시스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쥐어짜기 위한 시도를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이 실질적으로 노리는 지점이다. 다른 방식으로 쥐어짜는 것이란 무엇인가? 간단하다. ‘노동강도’를 높이고 전환배치·혼류생산 등 노동유연화를 강화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약속이나 한 듯이 곧바로 장문의 자료를 내보냈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국내 자동차산업 노동생산성(노동강도)이 외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고용노동부 권태성 근로개선정책과장 또한 “주간 2교대제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기는 어렵다”면서 “라인 간 인력이동권한을 노조에서 쥐고 있는 만큼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채필 장관 역시 지난 9일 노사발전재단 주최로 열린 토론회 자리에서 자동차산업 주야맞교대 시스템을 주간연속 2교대로 재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노조 측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데도 100% 임금 보존을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주장.” “자동차업계 노사는 양보와 협력으로 새로운 교대제 근무를 설계하고 실천해야 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현대차 노사 간에 벌어져온 주간연속 2교대와 관련한 협상내용과 쟁점을 환히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 자본가들은 야간·장시간 노동 철폐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대신, 노동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환배치·혼류생산 등 노동유연화를 관철시키기 위한 교섭을 진행해왔다. 고용노동부의 발표와 동시에 정부 고위 관료들과 자동차공업협회가 한목소리로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그렇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은 지금 전무후무한 세계 경제위기 앞에서, 장시간·야간노동 시스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서, 노동계급 착취를 위한 새로운 전략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 자본가들이 정부 발표에 불만을 표하고 있긴 하지만, 자본가들의 전략이 분명히 바뀌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공황 시기 정권과 자본의 공격이 처음에는 이주노동자를 필두로 하여 노동조합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미조직 노동자층을 겨냥하다가, 점차 대기업 사내하청과 중소사업장 등 조직된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옮겨져 왔다. 다시 말해 그동안 대기업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미뤄져 왔는데, 노동강도와 노동유연화 강화라는 방식으로 이제 드디어 그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자본가들은 노동강도와 노동유연화를 높이기 위해 끝없이 이데올로기 공세를 해올 것이다. 해외 공장과의 비교를 비롯해 수많은 데이터들을 쏟아내며 눈을 현혹시키려 할 것이다. “노동자들이 잔업·특근을 요구하고 있어서 장시간 노동체제는 노사담합에 의한 것”이라며 정규직노조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실업노동자·미조직노동자들과 이간질을 시도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계급의 올바른 대응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현재 자본가들의 전략 전환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고, 왜 벌어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 언뜻 보기에 고용노동부의 이번 발표는 노동자들을 위한 것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강도·노동유연화 강화라는 새로운 착취방식으로의 전환을 노리고 있다. 각 사업장별로 이런 전환이 구체적으로 어떤 공격형태로 나타날 것인지를 미리 토론하고 대응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현대차 주간 2교대 노사 교섭의 핵심 쟁점은 이것이었다. 자본가들은 야간노동을 없애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인원 추가 없이)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아니, 죽도록 일하는 장시간 노동을 없애자고 했더니, 이제 줄어든 노동시간 안에 죽도록 노동강도를 높여달라고? 이럴 거면 뭐하러 노동시간을 단축한단 말인가?

 

둘째, 이번 발표를 계기로 자동차산업의 노동시간·노동강도와 관련한 수많은 교섭과 사회적 토론이 전개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현장에는 많은 변화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완성차의 교대제 시스템이 바뀌면 그에 따라 사내하청 및 부품사의 시스템도 바뀔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자동차산업 전체의 근무환경에 일대 전환이 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완성차 정규직만이 아니라 완성차 사내하청 및 부품사 노동자들이 공동 대응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테면 유성기업 투쟁에서도 본질은 똑같았다. 자본가들은 주간연속 2교대라는 노동자들의 열망을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대신 노동강도·노동유연화를 강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한 자본의 전략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민주노조를 깨기 위해, 원청인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한몸이 되어 나섰던 사례였다. 자본가들은 이처럼 원·하청 자본의 단결로 맞서는데 노동자들이 분열된다면 승산이 없다. 유성기업 투쟁 직후 소집되었던 부품사 노조대표자회의를 재소집하고, 아울러 사내하청 및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과 공동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기구를 건설해야 한다.

 

셋째, 자동차산업을 넘어 전체 제조업 노동자들의 단결로 나아가야 한다. 자동차산업에서 엄청난 초과노동이 벌어지며 근로기준법이 어겨지고 있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평일 잔업 2시간을 하고 있으므로 월~금까지 10시간의 연장근로에다, 주말에 특근 1회만 잡혀도 무조건 근로기준법 위반이 된다. 지난 10여년 간 줄기차게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은 근로기준법을 어겨왔음이 폭로되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어디 자동차산업만의 문제인가? 조선업·화학섬유산업·반도체산업 등 거의 모든 제조업 생산현장에서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하는 장시간 불법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마치 이런 현실이 자동차업계에서만 벌어지는 것인 양 다른 제조업 분야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자동차산업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계급의 노동시간 단축을 내걸고 투쟁을 조직할 절호의 기회이다.

정부를 향해 전체 산업에 걸쳐 자행되고 있는 연장근로 초과,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전면적인 현장 조사를 벌일 것을 요구하고, 각 사업장별로 이러한 실태를 노동자 스스로 조사하여 폭로하는 투쟁에 나서자. 이러한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는 것은 부수적으로 정권과 자본의 ‘노사담합’ 이데올로기를 분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노동조합조차 없는 수많은 사업장의 현실을 살펴보라! 과연 잔업과 특근이 노동자들의 요구 때문에 벌어지는가, 아니면 사실상 사측에 의해 강제근로를 강요받고 있는가?

 

넷째, 이번 발표는 한국에서 가장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부문에조차 근로기준법이 빈번하게 어겨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조건을 규율하는 ‘최저기준’이며, 따라서 이를 어기는 것은 ‘파렴치범’이나 다름없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산화해가신지 벌써 41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생산현장에서 자본가들은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핵심 쟁점이 된 주당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 위반은 기본이고, 24시간 철야노동, 12시간 이상 연속근로, 식사시간 중 근로 등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이러한데 더 열악한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전체 산업에서 벌어지는 근로기준법 위반 파렴치범을 처벌하고 밑바닥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다섯째, 조직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실업노동자·미조직노동자들과의 단결로 나아가야 한다. 주야맞교대 시스템을 철폐하고 잔업·특근을 없애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면, 그만큼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만일 자본가들이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하려 한다면 신규 공장을 설립하고 더 많은 노동력을 충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세적인 요구를 내걸고, 조직노동자들이 실업노동자·미조직노동자들과 굳건히 손을 맞잡아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제 대폭인상” “생활임금 쟁취”를 미조직노동자들과 함께 제기해야 한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청년실업자들이 1%의 가진 자들에 맞서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있는 현실 아닌가! 민주노조운동이 전체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계급적 투쟁에 나설 수 있다면, 청년실업자들과 함께 힘있는 단결투쟁을 조직하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공장 안에서만 투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들과 실업노동자들이 있는 공간으로까지 투쟁을 확장해가자! 미조직 공단을 향해 선전전과 집회 및 위력적인 행진시위를 조직하고, 노동자 밀집지역에서의 촛불시위를 시도해보자!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 전체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조직하자. 노조 상층 관료들은 절대로 그런 결의를 할 수 없지만, 현장의 평조합원들이 아래로부터 결의한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잔업과 특근으로 부족한 임금을 보전해왔던 현실은 이제 이명박 자본가정부조차 ‘불법’이라고 낙인찍은 상황이 아닌가! 이제 부족한 임금은 잔업·특근이 아니라 월급제 쟁취와 기본급 인상을 통한 생활임금 쟁취로 풀어야 한다. 자본가정부조차 불법으로 낙인찍은 특근에 목매지 않고, 노동자들 스스로 집단적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이 노동강도·노동유연화 강화라는 새로운 전략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데에는, 노조 상층 관료들이 결국에는 생산성과 임금에 대해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정세 판단이 깔려 있다. 노조 관료들이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강화를 맞바꾸는 거래에 기꺼이 나설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정권과 자본의 전략 전환에 확실한 파열구를 내는 첫걸음은, 상층 노조 관료들이 아니라 현장의 평조합원들이 불법적인 연장근로를 거부하고 기본급 인상과 월급제 쟁취투쟁에 나서겠다고 결의하는 것이다. 특근을 거부하는 것조차 불법파업이라는 지긋지긋한 저들의 선동에 맞서 “불법 초과노동을 거부한다”고 선포하자!

 

이번 고용노동부의 발표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수많은 교섭과 투쟁, 사회적 토론과 이데올로기 투쟁을 거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완성차 정규직/사내하청/부품사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조직노동자와 미조직/실업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 “자동차산업을 넘어 전체 제조업과 전체 산업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이라는 원칙을 부여잡고 투쟁을 조직할 것을 호소한다. 물론 그 첫걸음은 완성차 노동자들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겠지만, 노/건/투는 여기로부터 시작해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로 나아가기 위해 현장에서, 거리에서, 공단에서 수많은 실천을 조직하는 과정에 항상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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