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구 MBC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52)는 6일 "MBC의 뒤를 이을 후배들을 2명씩이나 해고하다니 가슴이 찢어진다"며 "내가 받은 정직 3개월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 행동이 이로울 것인가, 해로울 것인가를 따지기 보다는 옳은 것인가, 그른 일인가를 판단했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 앵커는 이날 서울 여의도 MBC 방송 스튜디오가 아닌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만났다. 초췌해진 얼굴에 와이셔츠 차림으로 만난 그는 더이상 카메라 앞에선 앵커가 아니었다. 올해로 기자 생활 28년차인 그는 30년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들과 공정 보도를 요구하는 노동조합원이었다. 그동안 인터뷰를 사절해온 그는 "잘 나서 앵커보직을 그만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더 고생하는 후배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MBC 사측은 전날 인사위원회를 열고 최일구 앵커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조치를 내렸다. 지난달 23일 "뉴스 신뢰도 추락에 대해 보도국 부국장과 앵커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보직 사퇴와 함께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난 달 29일 <뉴스 투데이> 앵커였던 박성호 기자협회장을, 지난 5일에는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을 해고했다. 사측이 밝힌 징계사유는 '회사질서 문란'과 '취업규칙 위반'이었다.
MBC 최일구 앵커가 지난 5일 저녁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KBS·MBC·YTN 방송3사 공동파업 선포식에 참석해 울먹이며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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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뉴스데스크 '앵커' 보직을 사퇴한다는 것은 더이상 시청자를 그 시간에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시청자와 후배들에게 2년간 공정 보도를 하지 못한 빚을 갚고 스스로를 단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PD수첩>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할 말을 못했고 제대로 된 뉴스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독선적인 정권이 대중을 이긴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등을 돌린 시청자와 마주 보려면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최 앵커가 MBC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은 1월 중순 무렵이다. MBC 기자협회가 파업 찬반 투표에 나서고 후배들이 취재현장이 아닌 방송사 로비 바닥에 앉은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이 컸다고 했다. 지난 19일 파업으로 1시간짜리 주말 뉴스데스크를 8분 만에 끝마친 그는 "이렇게 방송을 해야 하나" 절망감이 컸고 사회부장 등 보직부장 3명이 파업에 동참하자 파업에 힘을 실어주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2주전 마지막으로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던 날 마음으로 '시청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조용히 사무실로 올라와 준비해 온 가방에 짐을 쌌습니다. 나이 든 최고참이지만 노조 파업에 무게감을 주고 싶었고 노조에 재가입하면서 사태가 조기 종결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회사 질서 문란', '취업 규칙 위반'이라며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공정 보도를 요구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선 기자들과 PD에게 징계라니 도저히 납득이 안 갑니다."
그는 취재 기자로서, 뉴스 진행자로서 28년을 만나온 시청자를 만날 수 없다는 게 가장 아프고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보직을 사퇴하던 날 "힘내세요"라는 시청자들의 응원 메시지와 인터넷 댓글에 가슴 뭉클했다는 그는 파업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현장 앵커출동' 촬영을 위해 열심히 취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MBC의 주인은 사장이 아닙니다. 시청자인 국민이 주인입니다. 시청자가 뉴스를 바로잡으라고 했고 마이크를 내려 놓은 것입니다. 제대로 된 언론 역할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시청자들과 울고 웃으며 소통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을 수 있을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루 속히 파업을 끝내 방송이 정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앵커는 <주말 뉴스데스크>를 두 차례 맡았다. 지난 2003년부터 2005년에 이어 2010년 11월부터 최근까지 1년6개월씩 3년 가량 진행했다. 1985년 MBC에 입사한 그는 사회부 사건 데스크와 기획취재부장, 스포츠취재부장, 보도제작국 부국장 등을 역임했고 매주 일요일 아침 방송되는 <뉴스와 인터뷰>의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최일구 앵커는 뉴스 진행 도중 사회에 날카로운 일침을 가해 이목을 끌었다. <개그콘서트> '최효종 사건' 때는 "정치인이 풍자 개그맨 고소해서 진짜 개그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도 풍자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고소하냐고? 오바하지 않는다. 우리? 아직 멀었다"고 했다.
2008년 선거 개표방송 때는 "밤이 늦었지만 아직 자면 안된다. 눈을 뜨고 지켜봐야 국민이 무섭다는 걸 알고 정치할 것"이라고 했고 "검찰, 국회에는 대포 쏘고 청와대에는 고무줄 새총 쏜다" "땅 위엔 고물가, 땅 속엔 침출수, 정신이 없다" "대학은 학생을 돈으로 보는가" 등으로 사회 구석구석 정곡을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