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살인에 고한다!
지난 92년에 있었던 50일 간의 파업은 앞으로 MBC에서 일할 시간보다 일했던 날들이 더 많은 선배들의 역사로만 남을 줄 알았다. 그 영광의 기억을 안고 떠나는 일만 남은 줄 알았던 선배들이 10층 차가운 복도에서 한때 동료였던 이에게 명예를 지키라며 김재철의 사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김재철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한때 후배였던 우리에게까지 또 다른 50일의 파업을 남기기에 이르렀다. 20년 전보다 더 길 것이 분명해진 파업의 기억을 우리에게 다시 각인시키고 있다. 이성은 물론, 도덕도, 양심도, 염치도 없는 김재철이란 자가 청와대 낙하산을 타고 또 다시 MBC에 내려앉은 이후, 20년 전 군사정권 말기와 비슷한, 아니 더 지독한 악취를 내뿜으며 공영방송 MBC를 썩어 뭉그러뜨리고 있다.
그리고 어제, 그것도 모자라 우리의 동료 이용마를 죽였다. 노동자에게 해고는 살인이다. 한 번도 모자라서 두 번째 살인이다.
해고자 이용마의 이름으로 우리는 재심 청구 이유서에서 밝힌바 있다. 우리의 저항은 국민의 명령이며, 국민의 명령으로 분연히 일어난 우리를 김재철 사장과 그 수하의 인사위원들은 징계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 있으면 얼마든지 또 징계하라 했더니 또 다시 해고의 칼날을 휘두른 것이다.
정말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지난 주 찬비를 맞으면서도 여의도를 가득 채울 만큼 뜨거웠던 공정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낙하산 사장은 물러가라는 국민들의 분노를 정말 견뎌낼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던 MB 정권을 향해 몰려오는 심판의 파도를 넘어설 자신이 정말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후대에까지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안고 생을 마감할지언정 자신의 주인에게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하겠다는 주구의 삶을 선택한 것인가? 그래서 “수갑을 차고라도, 관 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내 발로 나가지는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것인가?
그러나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미 수 백 개의 수갑이, 수 백 개의 관이 놓여있다. 매일 매일 마음의 관에 못질을 하고 대패질을 하며 누군가를 역사에서, 우리의 기억에서 영원히 묻을 날을 기약하고 있다. 우리에겐 무엇보다 MB 정권의 사주를 받아 마구잡이로 수십, 수백 개의 칼을 던지는 김재철의 칼날을 모두 함께 맞을 각오로 싸우는 들끓는 분노의 대오가 있다. 우리에겐 수백, 수천의 언론인 동지가 있고, 5천만의 국민들도 있다.
김재철 당신은 어떠한가? 일말의 시혜를 받겠다며 김재철 당신 앞에 줄선 한줌의 간부들 중 에 당신과 관속이라도 함께 가겠다는 자가 있는가? 법인카드로 7억 원이나 쓰는 동안 진정 당신 편이라며 마음을 준 이가 있는가? 무자비한 해고의 칼날이, 가압류의 폭탄이, 무수한 소송의 총알이 김재철 당신을 향해 되돌아올 날이 멀지 않았다. 그 때 만신창이가 되는 당신을 앞에서 지켜줄 이가 과연 있는가?
과거를 넘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며 우리의 심장은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공정방송은 과거의 산물이 아닌 바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벅찬 전유물이 될 것이다. 김재철이란 자가 남긴 핍박의 기억은 우리의 벼리를 더욱 날카롭게 할 것이다. 새로운 역사의 갈피갈피마다 김재철의 칼부림이 남을지언정 마지막 장은 20년 전 50일 파업이 그랬듯 우리의 승리로 장식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2012년 3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