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노동계가 파업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현대·기아·한국지엠 등 완성차지부가 동시에 파업에 나선 것은 2008년 이후 4년여 만이다. 올해 자동차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방안을 둘러싸고 어느 때보다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3일 현대자동차 근무형태변경추진위 자문위원회가 작성한 ‘주간연속2교대 관련 의견’을 토대로 주요 쟁점사항들 짚어봤다.
◇8+9 근무형태 기본모델로 부분적 변형=현대차지부(지부장 문용문)는 올해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와 관련해 기존 노사합의와 다른 새로운 요구안을 채택했다. 노동강도 강화 없이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해 3천500명을 신규 채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근무형태도 기존의 8+9 근무형태의 과도체제 없이 8+8 시간으로 전환하고, 고정O/T·할증수당·교대수당 인상 등을 통한 월급제 시행방안도 포함됐다. 노동자 1명이 1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작업분량을 의미하는 맨아워(M/H) 산정기준은 지난해 논란의 핵심이었는데, 주간연속 2교대제와 연계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했다.
이에 대해 자문위는 “8+8 근무형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현재의 10+10 근무형태를 8+8 근무형태로 전환하면 현재보다 생산물량이 31만8천대 정도 차이가 나게 된다. 기존 합의안인 8+9 근무형태를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13만5천대 증가하는 것으로, 생산물량 보전 방안에 대한 논란이 가중된다. 현대차지부는 이를 새 공장을 지어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문위는 “공장 신설과 신규 채용은 오히려 고용불안을 발생시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문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은 “현재 자동차산업은 세계적으로 과잉설비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경기 변동시 신규공장이 조합원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문위는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올리고, 식목일·제헌절 같은 추가 작업시간을 확보하거나 혹은 노동시간은 줄이되 가동시간은 늘이는 방안으로 물량을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근무시간이 가장 긴 파워트레인(PT) 부분의 경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 뒤 부족한 생산물량은 희망자를 중심으로 야간상시조를 한시적으로 운영해 보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심야노동 철폐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크다.
◇비용중립 원칙, 노사 모두 설득할 수 있을까=자문위는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하면서 근로기준법 준수와 함께 노사 누구에게도 이해득실 없는 ‘비용 중립적 제도’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자문위는 임금보전을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의 기본 전제 조건으로, 노사 간 쟁점이 되고 있는 임금보전 금액을 ‘10+10 근무형태 기준 연간 총액임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자문위의 ‘비용 중립적 제도’는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와 충돌한다. 노조측은 노동강도 강화 없이 근무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사측은 생산물량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편성효율 향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자문위는 “완성차 부분의 경우 전체 고용 보장 전제 하에 노동강도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설비투자를 병행하되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배치전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문위가 내놓은 의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주간연속 2교대 실시에 따른 배치전환을 위해 표준 맨아워 산정기준과 별도의 노동강도 평가기준을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금속노조가 발행한 ‘맨아워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현대차지부가 독자적으로 노동강도 평가기준을 마련해 공장·라인별로 불균등한 노동강도를 평준화하자는 것이다. 맨아워 산정기준을 주간연속 2교대제와 분리시키겠다는 지부의 요구안과는 맞아 떨어지지만, 현장에서 UHP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대의원들이 반발할 수 있다.
◇칼자루는 ‘시간’이 쥐고 있다?=자문위 안이 제시됨에 따라 제자리걸음만 되풀이 하던 현대차 근무형태 변경 협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노사가 논의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문위는 올해 10월 말까지 근추위에서 세부사항을 합의하고, 내년 4월1일 시행을 목표로 제시했다. 내년 하반기 현대차지부의 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 시기를 놓치면 주간연속 2교대 시행 논의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자문위 대표를 맡고 있는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일단 과도기적 형태라도 주간연속 2교대제를 조속히 도입한 뒤 보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