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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줄이는 심야노동 … "밤에는 잠자게 하자"

글쓴이 : 심야노동철폐 날짜 : 2012-07-22 (일) 20:36 조회 : 3868
생명 줄이는 심야노동 … "밤에는 잠자게 하자"WHO 산하 국제암연구소 “심야노동은 그 자체로 발암물질”
구은회 기자  |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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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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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새벽 충남 당진군 환영철강에서 일하던 김아무개(29)씨가 작업 도중 용해로 안으로 추락해 숨졌다. 이 사건은 우리사회에 두 가지 시사점을 던졌다. 환영철강은 10만원이면 충분히 설치할 수 있었던 안전펜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아 화를 불렀다. 연 매출액 2조원이 넘는 흑자기업의 산업안전 관리실태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은 심야노동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여 줬다. 김씨가 사망한 시각은 새벽 2시. 노동자들의 작업 집중도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바로 그 시간에 홀로 근무를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이처럼 야간근무는 ‘아차’ 하는 사이에 대형참사를 부른다. 야간근무가 부른 대표적인 참사로 86년 발생한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를 꼽을 수 있다. 새벽 1시23분 피곤한 상태의 교대근무자가 버튼 하나를 잘못 누른 결과, 56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

야간근무가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의 생체리듬은 낮에 활동하고 밤에 수면을 취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야간근무자는 밤에 일하고 낮에 잠을 자야 한다.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야간교대자의 경우 ‘야간교대근무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머리가 아프거나 만성피로감에 시달리고, 얼굴이 벌겋게 변하는 작열감이 나타난다.

참사 부르는 심야노동

업종별로 다양한 노동자들이 밤에 일한다. 간호사·경찰·소방관·택시기사·철도 노동자·화물트럭 운전자·발전소 직원·경비원이 대표적인 야간근무 직종이다. 제조업에서도 생산직 노동자 4명 중 1명이 야간 교대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주야 맞교대 사업장에서 밤샘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경우 낮 근무자보다 산업재해를 당할 가능성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야간에 발생한 사고의 83.3%가 야간근무자의 주의력 저하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불규칙한 식사와 충분하지 못한 수면으로 인해 야간근무자에게 위장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 근무자보다 5배 이상 높고, 혈전이 쌓여 발생하는 뇌심혈관계질환의 발생률도 4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야간근로가 노동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7년 야간근로와 교대근무를 '인간의 생체리듬을 어지럽힐 수 있는 발암물질'(그룹 2A)로 규정했다. 장기간 야간근로를 한 노동자는 장기간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처럼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시 야간교대근무를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덴마크암학회 등에 따르면 야간근무는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과 불임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이해영(가명·29)씨는 “새벽까지 환자들을 돌보다 퇴근한 뒤 깊은 잠에 들기 어렵다”며 “피부 트러블이나 생리불순, 심지어 유산을 경험하는 여성 간호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제노동기구(ILO)는 ‘야간근로에 관한 협약(171호)’ 협약을 두고 있다. 농업·축산업·어업·해상수송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이 협약은 야간근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보장·보상, 모성보호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ILO는 협약에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를 포함한 7시간 이상 계속되는 근로’를 야간근로로 명시하고 △야간근무자는 야간근무 전후 무료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고 △야간근로가 부적합한 노동자는 다른 업무로 전환해야 하며 전환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해당 노동자는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노동자’와 동일한 각종 급여를 받아야 하며 △일시적으로 야간근로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된 야간근로자는 해고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밖에 △응급조치 시설 구비 △적절한 보상 제공 △임신·출산시에는 특별보호조치(대안근무·휴가·해고방지·소득보장·승진에서의 우대) 마련 △사용자는 야간근무 도입에 앞서 근로자 대표와 협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용해로 사고 이후 다시 주목받는 야간근로 문제

야간근로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생활 자체를 저해한다. 야간근무자들은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기 어렵고, 저녁시간에 이뤄지는 가족단위 행사나 사회적 모임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대공장이 밀집한 공단지역에서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된 노동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주야 맞교대로 운영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10명 중 6명은 10년 이상 심야노동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단체협약에 ‘가정의 날’을 두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2시간 잔업을 실시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집에 일찍 들어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다. 물론 이 같은 방식으로 야간근로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노동계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밤샘근무 폐지를 뼈대로 한 완성차 노사의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GM대우차 노사 모두 올해 임금교섭이나 임금·단체협상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제도 시행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제도의 시행이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수많은 부품업체의 작업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력충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대제 개편이 이뤄질 경우 노동강도만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임단협 안건으로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실제 노동조합 스스로 제도 시행의 의지가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용해로 사망사고를 계기로 밤샘노동 폐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야간노동 있는 한 문제 해결 못해”

심야노동 자체를 최소화하거나 없애기 전에는 밤샘근무에 따른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심야근무자의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식의 방안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ILO도 “야간노동에 종사하는 시간(기간)을 줄이지 않는 한 교대근무를 순환식으로 하건 고정적으로 하건, 그 어떤 변화로도 해악을 줄일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김신범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은 “대부분의 야간노동이 타인을 위한 공익적 노동이라는 점이 사회적으로 인정될 때 유효한 대안 모색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건강을 담보로 일하는 야간근무자들을 위한 충분한 보상이나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용해로 사망 노동자에게도 고임금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면서, 밤새 홀로 일하다 숨져 간 청년의 죽음의 의미가 훼손된 바 있다”며 “돈만 많이 받으면 야간노동이든, 심지어 죽음이든 감수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어떤 처방도 백약이 무효”라고 지적했다.

정부나 사업주가 ILO 협약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권고사항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길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최근 용해로 사고만 해도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23조 안전조치 관련 조항을 지켰더라면 방지할 수 있었다”이라며 “노동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사용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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