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지회 게시판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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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대답말고요. 정말.. 저에게 왜 그러셨어요..?"
영어도 못하는 주제에 허세떨자고 적은 제목은 아닙니다.
기억하시는분도 많으시겠지만 영화 "달콤한 인생"의 영문제목이며,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대사의 구절을 본문 제일 앞에 놓아 보았습니다.
매일 아침 호기좋게 통근버스에서 내리는 사무직 직원에게 전단지를 돌렸던 그 조합원
분들은 모두 어디로 가셨나요.
어제 오전 마치 무슨 죄인처럼 슬그머니 빈 책상에 전단지를 내려놓고 금세 떠나버린
그 조합원분들 - 아침에 우리에게 가열차게 뒤까지 따라오며 전단지 받아가라는 그
분들 맞으시겠지요..?
왜 여느때처럼 아침에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손으로 우리에게 전단지를
나눠주지 못하셨습니까.. 왜 슬그머니 놓고가는 전단지를 보지도 않고 찢어버리는
소리에 그 열성적인 조합원분들은 침묵하고 조용히 사무실을 떠나셨나요.
"사무직 동지들에게 분명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아니요.. 민기 한국지엠 노조위원장님. 그런 변명말구요.. 저희에게 정말 왜 그러셨나요..?"
저는, 아니 우리는 정말 묻고 싶습니다.
진정 우리 사무직이 투쟁이라는 이름아래 그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며 함께했던 이유가
어제 오전 죄지은 사람들의 군상으로 찌라시만 조용히 돌리고 떠난 그 한장의 글귀속에
모두 녹아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사무지회의 요구안이 관철되기 전까지는 첫눈이 오는날까지도 투쟁하겠다"
아직도 귀에 선한 위원장님의 말인데 왠지 너무 낯설고 제가 기가 허해서 헛것을 들었
구나라는 의심까지 해보게 됩니다. 아니면 제가 모르는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 8월 중순
첫 눈이 내렸는지요..?
민기 위원장님이 남자로서 그 이름을 걸고 수천의 조합원 앞에서 앰프가 부셔져라 선동
했던 큰 명분은 - 리더로서 그 책임을 다하겠다. 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그 뙤얕볕에서 함께한 이유는 지금 돈 몇푼 더 받아서 주말에 가족에게 가장의
봉사를 다하겠다는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일하는 이 직장에서 노예가 아닌 진정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대접받고 일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쌓다 죽은 노예도 -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우와 그 보답을
남은자들에게 베풀었다 합니다. 그 예우와 보답이 보장되기에 이집트의 노예들은
끝도 보이지 않는 무덤쌓기에도 자신의 생을 다한것입니다.
"한국지엠 사무직원들에게 이곳에서 생을 다할 명분을 주십시오. 우리가 원하는건
당장 몇백만원이나 기약도 없는 어쩌구개선위원회가 아니라 - 돈은 많이 못줘도 정말
친구들이나 가족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정말 다닐만한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명분, 더 나아가 명예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지부장이 쓴건지, 사측이 써준건지 구분이 안갈정도의 찌라시로 스스로의 명분을
채우고, 기다렸다는듯이 사장은 "사측은 최선을 다했다"라는 메일을 각 직원의
메일박스에 꽂아 주시고 찌라시 언론들은 앞다투어 기사로 내보내고 -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경영진은 오로지 그들이 유리할때만 소통을 꾀하고, 피토할 정도로
단결을 강조하던 위원장은 오늘 어디서 무얼 하셨기에 그 고매한 자태가 보이질
않는지..
"우리가 아직 손에 쥐고 있는 카드 한장 - 부결투표"
사실 저는 조금 화가납니다.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닌 무관심이듯, 우리는 부결이
아닌 철저한 기권으로 그의 애써 애둘르는 애같은 변명에 대응했으면 합니다.
부결을 던질만큼의 가치도 없는 투표이지만 - 언제나 그렇듯 투표의 목적은 "내가 원하
는 결과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 내가 원치 않는 결과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인듯
합니다"
100% 기권으로 민씨를 멘붕으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지만 - 현실은 아니기에
철저한 반대로 그에게 녹록치 않은 현실과 저 하늘끝에 닿아 있는 사무직원들의
꿈을 보여줍시다.
금요일의 찬반투표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답이 아닌 -
꿈이 살아 있고 정의는 결국 승리한다는 확실한 수치로서의 증명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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