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임단투l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12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노동자의 요구가 쟁취되지 않으면 ‘첫눈 올때까지’ 투쟁하겠다는 지부장의 투쟁사가 무색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잠정합의였다. 사무지회는 공식적으로 잠정합의안 부결입장을 표명했고, 확대간부합동회의에서도 잠정합의안이 인준되지 못했다. 현장의 많은 노동자들도 잠정합의안에 분노하며 민주파 집행부의 결정에 의아해하고 있다. 사측은 잠정합의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 임금
임금과 관련해선 기본급 80,564원(호봉승급분 제외), 격려금 300만원, 성과급 500만원이 나왔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합의가 이뤄졌는데, 참 의아하다. 지난해에는 5856억원의 흑자를 냈기 때문에 수준에 맞는 금액이 나왔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올해 당기순이익은 12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보다 더 많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임금은 얼마나 흑자를 냈느냐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얼마나 투쟁할 의지를 가지고 단결해있느냐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측은 올해 노동자들의 투쟁의지에 당황하여 기존의 임금 지급방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측이 쉽게 임금을 내준 것은 아니다. 사측은 돈을 많이 지급한 대신 주간연속 2교대, 사무직 단협동일적용을 노동자들이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사측은 당장에 손해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이익을 선택한 것이다.
2. 사무지회 단협 동일적용
사무직 노동자들은 하늘을 찌를듯한 분노와 투쟁의지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파업까지 불사했다. 그런데 이번 잠정합의에서 사무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거의 수용되지 않았다. 노동자를 차별하는 variable pay(차별 성과급제도)도 폐지되지 않았고, 연봉제 역시 그대로다. 특히 단협 6조 조합원 가입대상에서 부장까지 포괄하자는 사무지회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핵심 내용이 빠진 잠정합의안을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 생산직 신입사원들이 연월차 차별적용 하나만으로도 분노했던 걸 이해한다면 더 많은 차별을 받고 있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이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
힘이 부족하다면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쟁의지가 살아있다면 투쟁의 힘을 동원하여 이번에 핵심요구를 쟁취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다. 만약 이번 잠정합의안이 통과된다면 노동자들 사이에 불신의 골이 생길 것이 뻔한데, 이후에 쟁취할 수 있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올해 임단협은 사무직과 정규직이 단결하면서 노동자의 힘을 키울 기회이다. 그러나 기회는 살리지 못하면 위기가 된다. 이번 투쟁의 기회를 놓친다면, 사측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현장을 통제하고 장악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다.
3. 주간연속 2교대
노동자들의 염원인 “밤엔 잠좀 자자”는 올해 임단협의 핵심요구 중 하나이다. 그러나 잠정합의 결과는 ‘내년 1/4분기 시범실시는 하지만 시행시기는 내년 2/4분기에 결정한다’는 것이다. 시행시기를 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주간연속2교대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또다시 싸워야 한다는 얘기다. 투쟁의지를 꺾고 시간벌기를 해보겠다는 사측의 의도에 넘어간다면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는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
4. 전국적 투쟁에서의 이탈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든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를 내걸고 원하청 공동파업에 나서고 있다. 한국지엠은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는 있었지만, 투쟁의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지부가 정규직화를 대신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임단협 투쟁의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계획하고 시도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주간연속 2교대 투쟁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 한국지엠 완성차 노동자들이 주간연속 2교대 쟁취를 요구하며 공동투쟁을 벌여 왔다. 각 지부장들이 오가며 공동투쟁을 천명하기도 했다. 타임오프, 복수노조 등 개악된 노동법으로 민주노조 전반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공동의 투쟁을 만들기 위해 총파업을 배치하며 투쟁의 파고를 높여가려는 현 시점에서 투쟁전선을 이탈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5. 앞으로가 중요하다
민주파 집행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대는 높다. 그 기대는 요구안을 100% 모두 따 달라는 것이 아니다. 10년동안 사측에 억눌리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항의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던 노예와도 같은 처지를 이번에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관리자 눈치보지 않고 할 말 있으면 할 수 있는 현장을 원했고, 민주파 집행부가 앞장 설 것이라는 기대였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투쟁의 요구를 제대로 쟁취하지 못한 합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의 투쟁의지는 살아있고, 더 전진하기를 원하는데 이를 살리지 않고, 오히려 억누르는 결정이라는 점이다. 한 달여 투쟁은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고,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파업투쟁이 되지 못했다. 상시적으로 현장노동자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투쟁에 반영하는 부분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된다면, 이후 이런 약점들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된다면 집행부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받아안고 적극 투쟁에 나서야 한다. 만약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예년처럼 성과급 50만원 찔끔 인상된 기만적인 2차 잠정합의안으로 다시 찬반투표를 하는 잘못된 관행을 답습한다면 노동자들은 현 집행부에 대한 기대를 접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사무직, 정규직, 비정규직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