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 지부장은 성명서에서 이 정도안이면 조합원이 납득할 줄 알았다고 했다.
예년 보다 높은 임금인상, 성과급에 연월차차별철폐, 공정의자등 여러 단협상의 쟁취를 볼때 그런 착각을 가질 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지부장이 보지 못했던 것이 있다. 바로 생산직, 사무직 조합원들은 올해 임단투는 매년 있는 그런 임단투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 것이다. 사무직의 차별철폐문제, 그리고 주간연속2교대제의 실행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매년 보아 왔던 서로 짜고 치는 방식의 짜증나는 모습의 잠정합의를 다시는 보지 않기를 원했다.
최선을 다해서 투쟁하고 솔직하게 조합원들에게 평가받는 그런 모습을 보기를 원했다.
또하나 보지 못했던 것이 있다. 이전의 조합원과 올해의 조합원들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민기 지부장의 올해 임단투에서 가장 큰 성과는 조합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는 것이다.
사무지회가 뿌리내리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고, 사무직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고 투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조합원의 기대를 안고 당선된 집행부는 나름 공정하고 깨끗하게 조합운영을 하면서 조합원들의 신뢰를 쌓았다. 이러한 기대 속에서 조합원들은 지부장을 믿고 따라 주었다. 임투전진대회에 모인 거대한 인파는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압도적인 쟁의찬반투표와 일사분란한 파업참여 속에서 자신감은 점점 높아져갔다.
생전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였다. 직장들 조차도 예년처럼 회사 편에 서지 못했다. 이렇게 민기 지부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조합원들의 기대와 열망의 정도를 지부장은 너무나 과소평가했다. 그 결과는 사상초유의 부결사태로 나타났다.
지부장은 성명서에서 나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고 잔업특근 거부와 파업전술을 통해서 재협상 투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투쟁의 수위와 방식에 대해서 조합원들은 여전히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승리인가?
당연히 승리는 조합원의 승리여야 한다. 집행부를 상처입혀서 차기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현장조직의 승리도 아니고, 2차 가결을 통해서 상황을 마무리하는 집행부의 승리여서도 안된다.
조합원들이 자신감과 성취감을 가지고 정말 이번 투쟁이 의미가 있었다고 느낄 수 있을 때 승리라고 부를 수 있다.
첫번째로 분명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 주간연속2교대제, 사무직 차별철폐의 핵심사안이 쟁취되어야 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이는 부차적이다.
둘째로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생산직과 사무직간에, 메인라인과 지원부서간에 미묘한 분열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분열을 더욱더 부채질 할 것이다.
마무리의 순간에 임투전진대회때 느꼈던 연대의 감정을 가지고 같이 웃을 수 있어야 승리다.
조금 길어진다고, 급여명세표에 돈이 적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면 이길 수 없다.
중요한 투쟁에 조금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셋째로 노동조합이 신뢰와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에 당당히 맞서고 과감한 투쟁을 전개하고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솔직하게 조합원의 뜻을 묻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승리가 목적이다. 그것은 조합원의 승리여야 한다.
요구안의 쟁취도 중요하지만 임단투를 거치고 나서 현장의 힘이 한층 강화된 모습으로, 지엠에 맞설 수 있는 깨어있는 조합원의 모습을 유지하고 강화되는 것은 이보다 더 큰 성과일 수 있다.
10년동안 얼마나 우리가 찌들어 있었나? 파업을 하면 한 쪽에서는 라인이 돌아가고 몇 몇이 쓸쓸하게 공장밖을 나가 소주를 마시면서 동료들을 욕해대던 그런 조합원들이 아니었던가?
이번 투쟁은 조합원들이 정말 자신감있고 주체적인 조합원으로 다시 서게되는 그런 임단투가 되어야 한다.
민기 지부장, 이러한 승리를 위해서 건투를 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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