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후 교섭을 재개했지만, 교착 국면에 놓인 분위기다. 사측은 강경한 태도로 노동조합을 자극하고, 노조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잠정합의안 부결 후 처음 재개한 교섭에서 최고 경영자인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생산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회사에 누가 생산물량을 주겠냐"며 "우리는 한국(지엠)의 생산능력에 대한 신뢰도에 흠집을 내었다. 고객 3만1000명에게 차량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우리가 생산하는 차종들은 해외의 다른 생산기지에서 쉽게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지엠은 한국지엠에서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서 발생한 판매 기회 손실을 만회하려고 할 것"이라며 "더 이상 추가적인 파업을 수용할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1차 잠정합의안에서 더 양보할 게 없으며, '생산물량 해외 이전'이라는 카드로 노조의 추가 파업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호샤 사장은 올해 임·단협의 핵으로 부상한 사무지회(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소속)의 특별요구안에 대해서도 "지부의 역사는 41년 이상이지만, 사무직(지회)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1년 안에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
사무지회는 특별요구안으로 ▲ 생산직 임금 효과와 동일한 사무직 임금인상 ▲ 성과급제 폐지와 연봉제 폐지 ▲ 생산직 상여금 9.2T(시간) 인상에 준하는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다.
호샤 사장의 발언에 대해 사무지회는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지금 투쟁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지엠 자본의 먹튀('먹고 튀어' : 자본 철수) 가능성을 차단하고 한국지엠의 생존 능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뒤 "호샤 사장은 노동자와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다. 생산물량 이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이 아니다. 파업이 길어지면 10여 년 동안 쌓아 올린 한국지엠의 경쟁력과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호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임·단협 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12일부터 태국 푸껫에서 열리는 한국지엠 협력업체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노조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호샤 사장은 5일 현재에도 신차 출시 문제로 우즈베키스탄에 체류 중이다.
이와 관련,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푸껫 모임은 1차 부품 협력사 사장·부사장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기가 좋지 않다. 임·단협 기간에 최고 경영자가 휴양지에 간다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이 좋게만 볼 수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신차 출시 문제로 우즈베키스탄에 출장을 간 상태다. 최고급 휴양지서 부부동반 워크숍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협력업체에서 모임을 열고, 거기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지부는 5일과 7일에 주야간 근무조별로 4시간씩 부분파업을 실시한다. 한국지엠지부는 5일 현재까지 부분파업을 총 12회 진행했다. 부분파업으로 인해 지난달 29일 현재까지 차량 약 1만51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지부는 현대·기아차지부가 쟁취한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 등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 수위를 높일 수 있어, 추가적인 생산 차질도 예상된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4일 호샤 사장이 불참한 가운데 교섭을 진행했지만 공회전만 계속됐다.
회사는 "지금까지 12번에 걸쳐 제시안을 냈지만, 조합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며 "회사는 재원이 고갈되고, 장기화되는 교섭의 현실 속에서 생산 차질을 고려해 볼 때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생산 손실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원만한 타결을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단히 불쾌하다"고 반박했다.
다만, 6일 열릴 예정인 교섭에 호샤 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2차 잠정합의안이 도출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