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에서 어제 김재철 청문회가 열렸다. 이 청문회를 끝으로 비리사장 김재철, 낙하산 요원 김재철의 처리를 위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이제 남은 건 김재철 해임뿐이다. 다음 방문진 정기 이사회는 오는 18일이지만, 이 날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일주일 뒤인 오는 25일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따라서 이 날 김재철 해임안에 대한 표결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업 170일, 그 뒤로도 또 다시 3개월이 지나서야 김재철 처리를 위한 마지막 수순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 동안 두 차례에 걸쳐 방문진을 무시하며 출석요구를 거부했던 김재철도 어제 청문회에는 참석했다. 김재철은 오전 10시쯤 이진숙, 백종문, 조규승 본부장 등 가신그룹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리고 세 시간에 걸친 청문회와 MBC 업무보고 총평에서 김재철은 또 다시 상습적인 거짓말로 일관하며 방문진 이사들을 우롱했다.
“김재철은 방문진을 부정하는 정서가 있다”
질의에 나선 방문진 이사들은 여야를 떠나 방문진을 무시하고 관리·감독 기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김재철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먼저 여당측 김용철 이사가 “김재철은 방문진을 부정하고 지휘받지 않겠다는 정서를 갖고 있으며 회사경영에 대한 기본인식도 우려스럽다”고 혹평했다. 또 “법인카드 유용과 무용가 J씨 특혜 의혹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의혹이 사라지지 않으며, MBC 바깥에서 김재철을 향한 시선이 부정적”이라고 언급했다. 김용철 이사는 방문진의 가장 큰 권한이 사장선임임을 밝히고, 대북사업과 무용가 J씨 문제에 대해 “설명도, 납득도 안 된다. 방문진을 오만한 자세로 무시하지 말라. 방문진이 김 사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재철은 이에 대해 “상황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것 아니냐? 노조가 불법파업하고, 사생활을 침해하고, 법인카드 내역을 유출하고... 의혹에 대해 경찰·검찰이 빨리 수사해서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발끈했다. 그리고 “선배님들, 역대 사장·부사장이 노조에 맞서서 원칙을 지켰느냐? 나는 (노조에) 밀리지 않고 회사를 지키겠다”고 역정을 내 이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역시 여당측 김광동 이사는 지난 9월 27일과 10월 4일 예정됐던 방문진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따졌다. 이에 김재철은 해임안이 제출된 상황에 방문진 이사들 얼굴 보기가 죄송해서 지방출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광동 이사는 해임안이 가결되지도 않았는데 사장이 혼자 판단해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간부들이 노조를 두려워해?”
“뉘앙스가 그렇게 전달된 것”
방문진 이사들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MBC 보도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선동규 이사는 “지난 10월 9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안철수 사찰의혹 관련 ‘경찰간부 전화녹취’가 공개됐지만 사회부가 아닌 정치부에서 다루면서 축소 보도했다. KBS와 SBS가 안철수 사찰의혹 녹취를 비중 있게 다룬 것과 비교해 MBC의 보도는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7월 30일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보직간부들이 노조를 두려워했다... 기자의 취재기사를 부장이 ‘데스킹’하거나 게이트키핑하는 기능이 없다.”고 인터뷰했는데 “30년 가까이 MBC에서 생활한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사실이냐?”고 묻자, 김재철은 “파업 중에 인터뷰가 진행돼 뉘앙스가 그렇게 전달된 것”이라고 즉석에서 말을 바꾸고, 자신은 “보도국 출신이라 (보도국에) 관여하지 않았고 (보도국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 판단했는데 공정성 문제가 종종 발생해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둘러댔다.
“도난방지 목적이라면 고화질 CCTV 사장실부터 설치하라”
방문진 이사들은 여야 모두 보도국과 시사제작국, 교양제작국에 설치된 고화질 CCTV를 철거할 것을 주문했다. 야당 측 최강욱 이사가 구성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고화질 CCTV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따지자 김재철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요즘은 골목마다 CCTV가 설치돼 있고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인권침해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다. “그렇다면 회사기밀 유지와 도난방지를 위해 CCTV를 사장실에 설치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재철은 “생각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여당 측 차기환 이사도 CCTV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니 철거할 것을 주문했다.
“오사카에 개인적으로 갔지만 공적 업무를 봤다”
김재철은 작년 추석에 일본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무용가 J씨와 함께 투숙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북사업을 논의하러 간 것이라는 해명을 반복했다. 하지만 선동규 이사는 김재철이 오사카에서 논의한 대북사업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답변도 없었다며 그 실체를 따져 물었다. 이에 김재철은 “개인적으로 오사카에 간 것이지만 철원의 궁예 도성 복원사업과 장애인 천사마라톤 행사를 북한과 협력하는 것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서 공적업무를 봤다.”고 말했다. 오사카 숙소는 사전에 예약했던 곳이 남아 이용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도방을 차리겠다는 거냐?”
김재철은 또 “4·11 총선 직전, 보도국장과 시사제작국장 등 국장의 2배수 추천제를 받으라는 노조 측 요구에 ‘나더러 고종을 하라는 거냐. 노조가 또 도방을 차리겠다는 거냐’며 거부했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 MBC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국장 복수 추천제를 검토한 적도 없고, 김재철에게 제안한 적은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김재철은 또 다시 노조가 자신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고 방문진을 향해 거짓 증언을 하며 자신의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 김재철은 또 업무복귀 후 용인드라미아 등지로의 보복인사에 대해 지적하자 “그런 의견을 반영해 MBC 아카데미로 옮겨준 것”이라고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여야, 방통위, 방문진 모두 파국을 맞을 수도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청문회 후 이사들은 해명되는 바도 없고 납득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철이 법인카드 유용과 무용가 J씨 특혜의혹을 해소할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거나 충분히 설명하지도 않았다.
이제 방문진 이사들이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를 위해 결단을 할 시점에 이르렀다. 노동조합의 인내심도 임계점에 이르렀다. 오는 25일 이사회 결과에 따라 조합은 다시 한 번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여야 대선 주자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와 방문진 모두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