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신차 생산기지서 제외·자사주 매입 추진 ㆍ“국내 물량 해외 이전” 우려 속 사측 “루머”
한국지엠이 국내에서 제조 또는 판매할 예정이던 신차 계획이 무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자사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지엠이 국내 생산물량을 해외로 이전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이 글로벌 지엠의 단순 생산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지엠은 7일 “ ‘2013 더 퍼펙트 크루즈’를 생산 중인 군산공장이 2014년형(신형) 크루즈 생산 후보지에서 최종 탈락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지엠 본사 차원의 전략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군산공장에서는 당분간 기존 크루즈와 ‘올란도’의 생산이 계속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크루즈는 지엠의 글로벌 브랜드인 ‘쉐보레’의 간판 준중형차다. 지난 9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56만여대가 팔렸고, 이 중 7만여대가 군산공장에서 생산됐다. 생산비중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크루즈는 군산공장과 인연이 깊은 차다. 전신 모델인 ‘라세티 프리미어’를 비롯해 크루즈가 처음 생산된 곳이 군산공장이다. 한국지엠 내부에서도 “라세티 프리미어가 한국에서 호된 소비자 테스트를 거친 덕에 크루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빨리 안착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군산공장이 신형 크루즈 생산기지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지난달 25일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지엠이 지엠과 쉐보레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한국지엠 노조의 한 관계자는 “군산공장은 신형 크루즈의 생산에 대비해 몇 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며 “갑자기 신형 모델 생산이 중단된다고 하니 모두 그 배경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쉐보레가 내년 상반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 ‘트랙스’의 경우 당초 예정된 디젤모델의 국내 공급계획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랙스도 국내에서 개발돼 부평공장을 중심으로 생산이 예정된 모델이다. 유럽시장의 경우 디젤 1종과 가솔린 2종이 공급될 예정이었다.
호샤 사장은 지난 9월 열린 파리모터쇼에서 트랙스를 두고 “국내에서 ‘투싼’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경쟁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투싼 등 경쟁차종 대부분이 디젤차량이고, 국내에선 아직 가솔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랙스 디젤 공급계획 취소도 의외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한국지엠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국내 물량의 해외이전을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 초부터 지엠 본사가 한국지엠이 생산 중인 크루즈 물량을 지엠의 유럽 자회사 ‘오펠’로 이전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오펠의 경우 유럽이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판매량이 급감해 지엠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군산공장에 돌아갔어야 할 신형 크루즈 물량이나 트랙스 디젤 물량이 유럽 쪽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신차 개발이 끊긴 공장은 단순 생산기지 역할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은 한국지엠이 자사주 매입을 위해 산업은행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지엠은 산은이 가진 지분 17.02%와 상환우선주 전량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국지엠은 지엠과 그 계열사가 100% 주식을 보유한 회사가 돼 자산매각이나 해외물량 이전 등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한국지엠은 “군산공장에서 신형 크루즈는 생산되지 않지만 기존 크루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남아있어 기존 생산물량을 줄이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올해만 해도 기존대비 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등 한국지엠의 신차 개발 등에 대한 본사 차원의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트랙스 디젤과 관련해서도 “국내시장에 트랙스 디젤 공급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해외로 국내 물량을 돌린다는 소문은 근거없는 루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