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죽는 것보다 마음이 더 아픕니다… 158억, 죽어서도 기억” 유서
ㆍ아내·두 아들 둔 30대 노조 간부정리해고를 당했다가 복직한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회사 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에 따른 스트레스와 개인적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21일 오전 8시30분쯤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본관 4층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노조 사무실에서 최강서 노조 조직차장(34)이 완강기에 스카프로 목을 맨 것을 동료 조합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최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1시간여 만에 숨을 거뒀다. 최씨 동료들은 “최씨가 평소처럼 이날 새벽에 출근해 선전전에 참여하기 위해 노조 사무실로 왔다”며 “오전 7시쯤 피곤해 보이는 최씨만 남기고 회사 정문에서 선전전을 한 뒤 사무실로 돌아오니 목을 맨 상태였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6월부터 민주노조 탄압 중단, 휴업 중단 대책 마련, 손해배상 청구소송 철회 등을 요구하며 198일째 천막농성과 출근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최씨는 두 달 전 노조 간부를 맡아 매일 출근선전전에 참여했다.
최씨가 입고 있던 조끼 안주머니에서는 ‘사랑하는 내 가족’이라는 제목의 유서 2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회사 측이 제기한 손배소 상황과 생활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씨는 유서에서 “미안합니다. 슬픕니다. 죽는 것보다 맘이 더 아픕니다”라며 “민주노조 사수. 158억 죽어서도 기억한다”고 적었다. 158억원은 한진중공업이 노조에 제기해놓은 손배소 액수다. 20일 저녁 휴대폰에 남긴 메모에는 ‘손해배상 철회하라’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 등이 쓰여 있었다.
최씨는 2001년 한진중공업에 입사, 지난해 2월 해고됐다가 지난 11월9일 복직했다. 최씨 동료들은 “회사 측이 노조를 상대로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을 놓고 최씨가 극심한 압박감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6살과 4살의 아들 둘을 둔 최씨는 심한 생활고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유서에 “가게 번성은 아니지만 잘 팔아서 돈 없는 설움은 없도록 영업시키라. 손해가 무섭다. 아니 돈이 무섭다…”고 썼다. 최씨는 복직 전인 지난 5월 부인과 함께 작은 맥줏집을 차렸으나 영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복직 후에도 휴업 중이라 첫 월급이 100만원이 채 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측의 노동탄압이 죽음을 불렀다”며 “최강서 열사의 뜻을 받들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 측은 11월9일 92명이 복귀했으나 출근 이틀 뒤 무기한 휴업발령을 내렸고, 손배소를 취하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 19일에는 지회가 운영하는 소비조합마저도 강제 폐쇄했다”며 “최 조합원의 죽음은 사측의 계속된 노동탄압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측은 “애도를 표한다”며 “유족의 뜻에 따라 장례절차 등이 신속하고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