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car.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24/2012122402042.html영국 이어 한국도...車회사 해외 매각의 저주
자국 자동차 기업을 해외에 매각한 국가들이 대량 해고와 생산량 감축 등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프랑스
르노는 최근 르노삼성의 부산 공장에서 독점 생산해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5’를 중국에서도 생산하기로 했다. 모기업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르노삼성은 수출 주력 차종인 QM5의 전체 수출 물량 중 절반(50.6%)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올해 1~11월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QM5 수출량 4만6000대 중 2만3273대가 중국에서 판매된 물량이었다.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매출의 급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 르노삼성 부산공장
앞서 르노는 올해 8~9월 800명이 넘는 르노삼성 임직원들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했다. 능력있는 한국인 임원들도 함께 내보냈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 지난달 2014년
양산할 신형 ‘크루즈’의 생산기지에서 군산공장(한국GM)을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군산시장까지 나서서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GM은
“(군산공장에서는) 기존에 만들던 모델이라도 마저 잘 만들어서 팔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 ▲ 한국지엠 군산공장 전용 부두에서 '라세티'가 수출되고 있다. /조선DB
그러나
군산공장은 26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신형 크루즈 모델 생산기지에서 제외된 데다 가동중단까지 되자 대량해고가 이어지는 것
아닌가 근로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외국계’로 바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인력 감축과 생산 물량 축소로 대량 실업과
협력회사 고사 등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르노닛산얼라이언스와 GM의 계열사로 본사의 지시만 받을 뿐 ‘한국 상황’은 고려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 車업체 해외 매각
진통…정부는 할말 없어
이런 일은 자동차 회사를 모두 해외에 매각한 영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은 자국의 완성차 업체가 위험에
빠질 때마다 해외에 팔아 넘겼다.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재규어는 판매 부진과 임금 상승으로 재정난에 시달리다 1988년 미국
포드에 팔렸다. 포드는 2008년 재규어를 인도 타타그룹에 다시 매각했다. 영국 왕실에서 타던 롤스로이스도 1970년대 독일 BMW에 자동차
부문 관련 산업을 매각했고 벤틀리 역시 독일 폴크스바겐에 인수됐다. 현재 영국 국적을 가진 완성차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 ▲ 벤틀리, 롤스로이스, 재규어 로고(왼쪽부터)
포드는 지난 9월 생산량이 부족한 영국
사우샘프턴, 대거넘, 에식스 등 영국 내 공장을 2013년 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포드가 영국 공장을 폐쇄하고 떠나면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한 1만명의 영국민이 거리에 나앉게 된다. 영국 정부도 한국처럼 포드의 공장 폐쇄 결정을 지켜보고만 있을 뿐, 달리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스웨덴도 다를 바 없다. ‘사브’는 미국 GM을 거쳐 네덜란드 ‘스파이커’의 손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10년
(2001~2010년) 사이에 스웨덴·미국·영국·독일·네덜란드·중국 등 주요 6개국에서 사브 차량의 판매량은 9만3049대에서 2만1910대로
76.5%나 감소했다. 결국 사브는 지난해 스웨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상태다.
◆ 전 분야 망라한 전방위산업…“車 위기는 국가
경제의 위기”
완성차 업체가 일시적으로 어렵다고 해외 자본에 매각한 나라는 예외없이 진통을 겪고 있다. 해외 본사서 구조조정에
들어가 자국민이 길거리로 내몰려도 정부는 지켜볼 뿐이다.
- ▲ 실적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근로자들의 모습. /르노삼성
제공
자동차 산업은 철강, 화학, 전자, 금융, 물류 등을 망라한 전방위산업이다. 자동차 업계의 위기는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 전 부문에 걸쳐 심각한 불황과 대규모 인력 감축을 야기하게 된다. 실제로 1999년 르노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닛산을 인수한 뒤 거래 부품업체를 1145개사에서 600개사로 대폭 축소했다. 같은 해 삼성자동차의 ‘빅딜’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부산·경남의 1100여개 협력업체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일부 회사는 전체 종업원을 정리해고하기도 했다.
또한 자동차 산업은 조립
공정과 토착 협력사가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집적효과와 후방연쇄효과를 내며 순조롭게 발전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005380)는 1980년대 중반까지 완성차 부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울산 지역에 자동차 소재 및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크게 늘었고, 그 결과 자동차산업의 국산화가 이뤄져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 프·미·독, 1조원 쏟아붓고 ‘특별법’ 제정하기도
한국·영국과 달리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잘 알고 있는 프랑스, 미국, 독일 정부는 완성차 업체를 쉽게 매각하지 않고 있다. 자국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 해외 자본에
팔아넘기는 대신 ‘떠안고 가는’ 쪽을 택한다.
- ▲ 일렬로 전시돼있는 푸조 차량 /조선DB
프랑스 정부는 최근 재정난에 빠진 푸조에
70억유로(99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하며 “프랑스 내 공장 폐쇄 계획을 철회하고 구조조정 인원을 수백명 수준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푸조는
지난 12일 “2014년까지 근로자 1500명을 추가 감원하겠다”며 버티고 있지만, 정부는 국고를 털어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사회
복지를 개선시키고 산업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기존 생각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정부 역시 1990년대 폴크스바겐이 일본,
미국 자동차 업체들에 밀려 위기를 겪을 당시 ‘폴크스바겐 특별법’을 제정했다. 회사 지분 중 10% 이상을 지방정부가 소유해, 회사가 정부의
동의 없이 생산설비의 해외 투자나 고용 문제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 ▲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GM 조립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DB
미국도 GM의 회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부임 직후인 2009년 GM에
49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GM의 부활’은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재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