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민영화 논란이 불붙고 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근거 없는 틀린 이야기"라고 밝혔다. 대선기간에도 여러 번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철도노조를 지목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철도민영화를 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지난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발언·공약·답변서로 본 민영화 정책=23일 <매일노동뉴스>가 박근혜 당선자의 발언과 공약·답변서를 분석한 결과 박 당선자는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해 반대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오히려 민영화 추진에 대한 근거와 개연성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박 당선자는 대선후보 시절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경실련·철도노조·공공노련·대한의사협회에 보낸 답변서를 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매각과 경제특구 내 영리병원 허용·KTX 민영화·공항 면세점 민영화에 대해 "유보" 또는 "보완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폐지하자는 요구에 대해서는 "보완수용" 입장을 보였다. 반면 공공인프라를 토건·금융재벌의 수익창구로 전락시켜 물의를 빚은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민자사업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당선자는 에너지 관련 공약에서 "전력·가스 시장의 독점구조로 자원배분의 비효율이 초래되고 있어 독점구조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공정경쟁체제가 이끄는 건실한 수급시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점구조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대책으로 제시한 탓에 이명박 정권의 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물 산업 이명박 정권 정책 존중=박 당선자는 공약집 관광부문에서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을 위해 '의료관광'을 약속했다. 보건의료업계는 의료관광을 의료민영화 수순으로 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관광을 하는 태국 등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자 "의료관광이 건강불평등과 지역 의료진 부족을 낳았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 보건의료본부장을 지낸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개방형의료법인(영리병원)을 한 개 정도 설치해 효과를 검증하자는 현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영리병원 자체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 민영화도 논란이다. 최근 충남 홍성군은 상수도 누수율을 줄이기 위해 민간위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상수도민영화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대책위는 이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충남 논산시가 2003년 민간위탁 추진 후 수도요금이 40%가 올랐다"며 "요금폭탄과 재정적자를 안기는 상수도 민영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자는 후보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상수도 민간위탁은) 지방 상수도 경영효율화 방안의 일환이지 물 민영화가 아니다"며 "집권하면 지방 상수도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현재의 민간위탁 제도 등을 비롯해 다각적인 제도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 막는 법·제도 '전무'=민영화를 막을 수 있는 법·제도가 없는 것도 국민들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올해 10월 보건복지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시행규칙'을 관보에 게재해 '영리병원'의 물꼬를 텄다. 국가 의료체계를 전환하는 정책임에도 국회동의 없이 행정절차만으로 영리병원을 도입한 것이다.
현재 철도와 가스도 국회동의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민영화가 가능하다. 설사 이를 막는 법안을 야당이 발의해도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실정이다.
박 당선자가 공약한 정책을 실시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이에 김종인 전 박근혜 후보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세출 구조조정과 조세개혁,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국민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무리한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역대 모든 정권이 반복했듯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공공부문 민영화가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기비전에 대한 국민적 동의 없이 일률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박 당선자의 언급은 사실상 "장기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