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 대통령 ‘설 특별사면’ 앞두고 사면권 남용 방지 논의 커져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측근과 친·인척들에 대한 ‘설 특별사면’을 추진하면서 국회와 법조계에선 현행 사면법을 고쳐 사면권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지만 사면 대상과 방법을 법률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면 대상 검증 절차도 외부기관의 견제를 받도록 해야 사면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사면권 행사를 견제하거나 대상자를 거르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석방 이후 5년, 실형을 제외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형 확정일로부터 5년이 지난 이후에야 사면 청원서를 낼 수 있다. 형기의 경과기간을 법으로 명문화해 사면 대상을 원천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판사 출신인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1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예를 들면 형기의 3분의 2 이상 복역한 사람 혹은 석방 후 1년이 지난 사람 등으로 사면 대상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범죄의 종류와 범죄자의 직업에 따라 사면 대상을 제한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경우는 더 엄격해 부정부패 공직자와 선거법 위반 사범, 테러나 정치적 차별을 저지른 범법자, 15세 미만 미성년자 폭행범, 마약·밀수 사범, 불법낙태 사범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면을 금지하고 있다. 덴마크는 행정부 각료를 지낸 인사는 원천적으로 사면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재직 당시 권력이 큰 만큼 퇴임 후 특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원제 국가인 노르웨이에선 하원에 의해 소추된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런 기준을 국내에 적용할 경우 그동안 사면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 감청을 묵인한 혐의로 기소된 임동원·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은 2007년 12월 판결 확정 나흘 만에 사면을 받았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자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이를 돌연 취하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단행한 마지막 특별사면의 수혜자가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역시 1999년과 2007년에 두 차례 사면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특별사면 때 항소·상고를 중도에 포기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썼다.
이처럼 한국에서 사면이 남발되는 것은 입법부나 사법부의 견제를 실질적으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헌법에 “대통령은 특별한 경우 대법원에 자문해 사면해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 사법부가 내린 유죄 판결이 정치적 타협에 의해 무시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한국에도 사면의 적정성을 심사하기 위한 제도가 있다. 법무부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가 그것이다. 하지만 위원장은 법무장관, 위원은 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하게 돼 있어 실효성이 거의 없다. 공무원이 아닌 위원을 4명 이상 위촉해야 하지만 이 역시 장관의 권한이다. 외부에선 “심사 과정에서 객관성을 침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현행법상 사면 대상자 선정은 절차상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치게 돼 있지만 법무장관이 민간위원들까지 위촉하도록 돼 있어 중립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위원 구성을 실질화·다양화해야 하고 사면 전 사법부 의견을 듣도록 하는 등 검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