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쇠고랑을 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어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는 2010년 3월 일선 기동대장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3년을 끌어온 이 사건에서 그가 밝힌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은 허위로 판명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으로 국민은 ‘뭔가 있겠지’ 하는 의심을 갖게 됐다”며 “그런 의심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비판하는 국민 사이에 너무나 큰 국론분열을 일으켰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공인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말 한마디가 초래한 국론분열에 대해 엄정한 죄과를 물은 것이다. 또 익명의 그늘에 숨어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법원이 강수를 둔 것은 죄질이 중한 데다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사자명예훼손 사건은 형량도 낮고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조 전 청장은 “정보력이 뛰어나고 믿을 만한 유력인사에게 차명계좌 얘기를 들었다”면서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대신 검찰이 조사한 전 청와대 행정관 2명의 차명계좌 수사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계좌는 도저히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볼 수 없다”면서 “발언 근거를 공개하지도 못하면서 ‘믿을 만한 사람한테 들었다’고 하는 것은 허위사실 공표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일침을 놨다. 차명계좌가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를 사실로 믿을 만한 근거도 없다고 본 것이다.


조 전 청장의 ‘거짓 발언’이 지난 3년간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유족과 지지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정치권의 소모적인 공방을 부른 불씨가 됐다. 그는 겉으로 “노 전 대통령 유족들에게 사죄한다”고 말하면서도 반성은커녕 자신의 정당성을 고집하는 이중성을 보여왔다. 이번 사건은 개인 영달을 위한 공인의 잘못된 처신이 얼마나 역사에 큰 죄를 지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조 전 청장은 이번 판결로 자신의 위선이 여지 없이 드러난 만큼 역사와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죄하는 것만이 그간의 죄과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