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정기훈 기자 |
"잘못을 저지르면 사과하고 책임지는 민주노총이 돼야 한다."(기호 1번 이갑용 위원장 후보)
"조직을 확대·강화해 희망·단결·투쟁하는 민주노총이 돼야 한다."(기호 2번 백석근 위원장 후보)
민주노총 7기 임원선거에 위원장-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한 기호 1번 이갑용-강진수 후보조와 기호 2번 백석근-전병덕 후보조는 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두 후보조 모두 민주노총이 위기라는 진단에는 입을 모았지만, 위기의 원인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론적인 부분에서는 차이를 드러냈다. 이갑용-강진수 후보조는 '과거청산'에 방점을 찍었고, 백석근-전병덕 후보조는 '투쟁력 복원'에 무게를 뒀다.
이갑용 후보는 "민주노총이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며 "민주노총 내부의 문제점을 드러내 정리하고 깨부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 발도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백석근 후보는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이기 때문에 숫자로 말한다"며 "조직을 다시 확대하고 강화시켜 내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의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 |
 |
|
| ▲ 기호 1번 이갑용(사진 왼쪽)-강진수 후보조 |
민주노총 위기 공감, 진단·방안은 달라
이갑용-강진수 후보조는 현재 민주노총을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군데 빵꾸(펑크)가 난 배"에 비유했다. 예컨대 △계속되는 직선제 유예 △정리해고 주범과의 묻지마 연대 △3%의 여론조사로 정치방침 결정 △산별과 연맹에 휘둘려 온 비대위 △성폭력 사건 은폐 등의 문제로 민주노총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민주노총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묻지마 야권연대'와 이를 주도한 정파세력의 문제를 꼽았다. 과거 잘못에 대해서는 "두루뭉술 덮고 가지 않고 분명히 짚고 가겠다"고도 했다.
이갑용 후보는 3년 전 지방선거 때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던 사실을 거론하면서 "민주노총을 찾아갔다가 내침을 당했고, 엄청난 욕을 얻어먹었다"며 "울산의 한 정파에서는 운영위원회를 열어 나의 민주노총 지도위원 자격을 박탈하라고까지 했다. 이게 민주노총의 현실이다. 민주노총 지도위원이자 전직 위원장을 징계할 수 있는 정파조직에 민주노총을 맡겨 놓았기 때문에 이 꼴이 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을 지지하고 함께하는 사람들, 우리 내부에서도 민주당을 지지한 사람들과 민주당을 지지한 진보정당은 모두 우파"라며 "이제부터 투쟁할 수 있는 사람들이 투쟁해 빵꾸(펑크) 나고 무너진 민주노총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수 사무총장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구속·수배됐다"며 "정리해고·비정규직을 양산한 신자유주의 세력과 명확히 단절을 선언해야 하고, 신자유주의 세력과 손잡은 진보정당과 이들을 지지했던 민주노총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백석근-전병덕 후보조는 민주노총의 위기의 원인을 '급감하는 조합원수'와 '무너진 연대', '결단하지 못하는 지도력'에서 찾았다.
백석근 후보는 "1995년 민주노총의 탄생은 비정규·특수고용 건설노동자들에게 큰 희망이었고, 이런 힘으로 건설노동자들을 조직해 5만명에 이르는 조직이 됐다"고 말했다. 백 후보는 이어 "지금 민주노총 의무를 다하는 조합원 숫자가 50만명에 못미친다"며 "연대의 질서는 소실되고 결단하는 지도력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백 후보는 "모든 조직을 발동해서 100만 민주노총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조직화 전략본부를 만들어 인적·물적 지원을 최대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탄생한 시점에 우리는 얼마나 열정적이고 뜨거웠냐"고 반문한 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특별한 대안과 대책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병덕 사무총장 후보는 "민주노총에 많은 개혁과제가 있지만 그중에 사무총국 혁신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며 "그동안 총국 내 편파적인 인사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능력에 따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무총국의 전문성과 현장성을 높이는 사업을 병행해서 총연맹과 지역본부, 산별이 함께 세상을 바꾸는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
 |
|
| ▲ 기호 2번 백석근(사진 오른쪽)-전병덕 후보조 |
"직선제·노동자 중심 정치세력화" 한목소리
민주노총 내부갈등의 원인 중 하나인 직선제와 관련해서는 두 후보조 모두 "반드시 임기 내에 실시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갑용 후보는 "15년 전에도 직선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며 "임기 중에 반드시 직선제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백석근 후보도 "지난해 직선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민주노총은 땅으로 추락했다"며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임원직선위원회를 튼실히 세워 직선제를 반드시 실시하고 조직갈등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조는 이와 함께 진보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 실패에 동의하면서 노동자 중심의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강조했다.
강진수 후보는 "민주노총이 이른바 진보정당이나 보수야당의 2중대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원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돼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준비해야 한다"며 "신자유주의 세력의 들러리가 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후보는 특히 "민주노총 간부가 공직선거에 나가 당선되는 게 노동자 정치세력의 전부가 아니다"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지역의 정당·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투쟁사업장 문제에 일상적으로 개입하고 투쟁하고 조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석근 후보는 "과거 정치세력화가 절실했던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만들고 배타적 지지를 결정한 것은 맞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안타깝게도 실패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기 때문에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를 활성화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수렴을 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갑용 후보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민주노총은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이 조직을 반석에 올려서 투쟁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민주노총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백석근 후보는 "승리하는 민주노총이 희망을 줄 수 있다"며 "연대와 단결로 민주노총이 내셔널센터로서의 자기 위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