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국가정보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2005년 ‘안기부 X파일’ 수사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국정원으로서는 전날 원세훈 전 원장 소환에 뒤이은 또 한 번의 치욕이다. 국가적으로도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을 ‘정권의 국정원’에서 ‘국민의 국정원’으로 탈바꿈시키는개혁이 절실하다.
국정원이 8년 만에 다시 압수수색을 당하기에 이른 까닭은 자명하다. 국가안보에 헌신해야 할 정보기관이 정권안보에 혈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이번 댓글 사건 전부터 심각한 위기 징후를 보여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보 문외한’ 원세훈씨를 자신의 핵심 측근이라는 이유로 원장에 임명한 것이 화근이었다. 원 전 원장 재임기간 중 국정원은 곳곳에서 균열을 드러냈다.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메가톤급 사건들이 발생했지만 대북정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의 정보력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 등에서는 정보기관이 한 일로 믿기 힘든 수준의 아마추어리즘을 노출하기도 했다.


‘원세훈 국정원’의 행태로 미뤄볼 때 이번 사건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보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저버리고 대통령에게 코드를 맞춘 결과가 선거 개입 의혹으로 귀결된 것이다. 국정원은 그럼에도 댓글작업을 ‘대북 심리전’으로 호도하고 조직적 여론조작을 부인하는 등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검찰 수사가 진전되면서 국정원의 주장은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검찰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국정원 댓글 작업에 동원된 것으로 의심되는 민간인 수백명의 신원 파악을 위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국정원 인사들은 의혹의 실체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고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차제에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위한 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국정원이 국내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국가안보라는 본연의 사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보유하는 것은 권력의 비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밀조직의 속성상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도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어렵다.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통제도 강화해야 한다. 외부 감시를 받지 않는 조직은 타락하기 마련이다. 원 전 원장 재임 중 난맥상을 보였다는 인사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위주로 한 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통치권자가 정보기관을 정권보위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이를 천명해야 한다. 5년 뒤 국정원이 ‘세번째’ 압수수색을 당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