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회장, 80억달러 한국투자 내세워 해결 요청
통상임금 범위 싸고 노사갈등 재연 우려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8일(이하 현지시각) 국내에서 첨예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 문제와 관련해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고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다. 꼭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미국 상공회의소가 워싱턴 윌러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마련한 한-미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에서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한국에 8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려면 (자신들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는 발언을 듣고 이렇게 답했다고 이 자리에 배석했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엠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발언은 지엠이 대규모 투자 조건으로 내건 통상임금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노동계의 반발 등 논란이 예상된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무 수당이나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액수로, 지금껏 기업들은 통상임금 산정 때 정기 상여금이나 보너스를 포함하지 않았으나 최근 법원이 이를 포함해 산정해야 한다고 잇달아 판결하자 우리 재계도 해결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고도 미지급임금 명목으로 8140억원을 따로 떼어놓아 34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정부 차원에서도 통상임금 관련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외국 투자기업이 이 문제를 제기해 박 대통령께서 언급하신 것으로 안다. 이번 기회에 사회적 토론이 이뤄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박 대통령과 (우리) 경제수행단의 조찬간담회 때도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들조차 통상임금 산정기준 문제에 대한 해결 요청을 했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상여금과 보너스가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우리 기업들은 총 38조원 정도의 추가 부담을 지게 된다”고 말해 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나 통상임금의 해법을 언급한 것은 결국 기업들의 민원 해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향후 발생할 통상임금 기준 문제는 법이나 시행령 개정·보완 등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과거에 지급돼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상여금이나 보너스 문제는 결국 노사정 타협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애커슨 지엠 회장은 한국에 디자인센터 건립을 위해 향후 5년에 걸쳐 8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고 조원동 수석이 전했다. 조 수석은 “이번 라운드테이블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지난 4월 북핵 사태로 불거진 지엠의 한국 철수론을 불식시키고,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확인시켰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라운드테이블에서 애커슨 회장에게 “북한 문제 때문에 철수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 자리에 오신 것을 보니 투자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봐도 되겠는가”라고 말을 건네자, 애커슨 회장은 “엔약세 문제와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되면 절대로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워싱턴/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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