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는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댄 애커슨 지엠 회장을 만나 “통상임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삼권분립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댄 애커슨 회장이 통상임금 문제를 언급했다고 하더라도, 삼권분립의 정신을 담고 있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켜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그 문제는 사법부에서 판단할 문제다’고 답하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사법부의 판결에 개입하겠다는 초법적인 답변으로 응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애커슨 지엠 회장이 한국과 한국의 노동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던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노골적인 협박을 했다. 애커슨의 오만한 태도가 지엠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한국지엠이 만드는 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애커슨 회장은 한국의 사법질서를 뒤흔드는 발언을 철회하고, 한국노동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 어느 누구도 박 대통령에게 사법부 판결을 뒤집을 권리를 주지 않았다. 사법부의 판결을 뒤엎으려는 초법적 발상을 당장 그만두고 사법부 판결이 온전히 집행되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자본가 집단이 소송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전경련, 경총은 물론 지엠이라는 초국적 기업 수장까지 움직이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동조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위해서,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노동조합원 1만여명은 ‘상여금도 임금에 포함된다’는 소송을 2010년 제기해 1심 계류중이다. 이와 비슷한 한국지엠 대전 지역 조합원 5명의 소송은 1·2심에서 노동자들이 승소해 대법원 최종심을 남겨두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소송 제기 당시 이런 판결이 있어 회사쪽에 요구했지만, 노동부 지침에 어긋난다며 법원 판단을 받아보자고 해 소송비용를 부담하며 집단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에 대비해 추가 인건비로 8140억원을 재무제표 상 장기 미지급 비용으로 확보한 것으로 노조 쪽은 파악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도 성명서를 내 “한국지엠을 비롯한 60여개 노조가 전국적으로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승소라는 목표도 있지만, 이것을 계기로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잡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재계와 사법부, 행정부에 잘못된 신호로 전달돼 장시간 노동과 왜곡된 임금체계를 고착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노동계의 저항은 물론 역사적 책임도 면치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