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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한국사회 밖에 있는 줄 알아” 재벌 개혁론자 김상조 교수

글쓴이 : 한겨레 날짜 : 2013-07-18 (목) 03:59 조회 : 2951
삼성, 한국사회 밖에 있는 줄 알아”
재벌개혁론자, 삼성 안방서 ‘돌직구’

등록 : 2013.07.17 20:34 수정 : 2013.07.17

김상조 교수

김상조 교수, 사장단 회의서 강연
“지배구조 의사결정 이해 어려워…
이재용 시대 구성원과 소통해야”

경제민주화 놓고 설전 있었지만
‘기업 변화 필요성’ 대체로 공감

“이 회장 고발해 강의 못하는 줄…
삼성 젊은 직원들 변하고 있다”

“삼성이 놀라운 경영 성과에도 불과하고 명과 암이 50대50의 존재로 남아있는 이유가 뭐냐. 삼성이 비지니스 관련한 의사결정에는 그렇게 똑똑하면서 지배구조 관련한 의사결정에서는 왜 이해하기 어려운 면모 보이느냐. 이재용 부회장이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다양한 구성원과 대화하는 모습 보여야 한다. 그 속에서 경영능력이 검증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삼성을 비판하는 사람이 늘상 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17일 삼성 서초사옥 39층 회의실에서 나온 이 말은 특별했다. 말한 사람은 국내 대표적인 재벌개혁주의자로 통하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이었고, 들은 사람들은 삼성의 사장단이었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삼성의 수요 사장단회의 강사로 김상조 교수가 나서 삼성의 아킬레스건(취약점)인 지배구조에 대해 “삼성이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서 자만심으로 간 것 같다. 삼성이 한국사회 밖에 있는 예외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변화는 이건희 회장 시대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재용 시대로 가면 변화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삼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삼성의 미래’라는 소제목이 붙은 강연 마지막 대목이었다. 김 교수는 삼성,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이 ‘열린 사회’로 나와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 사장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 교수는 “치열한 토론이 이뤄질 분위기는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진지하게 듣더라”고 말했다. 중간에 김 교수가 “경제민주화가 내가 생각한 것의 반밖에 안된다”고 하자,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이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 세다”고 반박하기도 했지만, 사장들은 “세상이 변했고 기업도 변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김상조 교수를 강연자로 부른 사실 자체가 삼성이 변하려고 하는 단서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 교수는 2004년 2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서 “불법대선자금을 댄 이건희 회장 등은 징계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경호원에게 끌려나가기도 했고, 여러차례 이건희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한 인물이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도 “사회의 여러 목소리를 들을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어서 김상조 소장을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장단회의를 통해 본 삼성의 변화는 지난해에도 일부 단초가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김호기 연세대 교수,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등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진보 인사로 불리는 사람들을 초청해 강연을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두 달 전쯤에 삼성으로부터 강연자로 와달라고 부탁을 받고 응낙했다. 하지만 그 뒤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 구리 개발업체인 카작무스의 지분을 헐값 매각해 회사에 14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혐의로 이건희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삼성물산을 포함한 6개 건설회사에 대해 4대강 담합 혐의로 주주대표소송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강연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계속 진행을 하더라”라고 말했다. 삼성이 변하고 있는 것 같냐는 질문에는 “세상이 변했고, 삼성의 젊은 직원들이 변하고 있다. 삼성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그 방향이 어딜지는 삼성이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물론 “삼성이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외부에 주기 위한 형식적인 강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 사장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거침없이 할 사람이 또 누가 있겠나” 싶어서 강연을 허락했다고 했다.

삼성은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삼성 관계자들은 “강연에서 들은 대로 실천에 옮길거냐”고 기자가 질문하자 즉답을 피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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