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MBC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박 후보는 지난 6월 20일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통해 조합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는 MBC 파업이 150여일에 달하면서, 정치권에서도 MBC 파업 해결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시민들도 김재철 퇴진 서명에 적극 동참하면서, 파업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상돈 위원은 박 후보로부터 MBC 파업사태 해결에 대한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박 후보의 메시지로 “김재철 퇴진을 위해서는 조합이 먼저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조합은 파업중단을 위해 박근혜 후보에게 두 가지 조건을 먼저 이행할 것을 제시했다. 우선 박 후보 본인이 먼저 ‘MBC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하는 것이다. 또 박 후보의 약속을 보증하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 수준의 합의를 요구했다.
불과 이틀 뒤인 6월 22일, 박근혜 후보는 ‘조합이 요구한 내용의 공개적인 언급’을 기자들 앞에서 함으로써 조합에 신뢰를 안겨주었다. 또 “노조가 명분을 걸고 들어오면 나중 일은 제가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당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제가 당을 설득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추가로 조합에 전달하며 김재철 퇴진을 다시 한 번 확고히 약속했다.
박근혜 후보의 약속과는 별도로 방송통신위원들의 김재철 퇴진에 대한 이면합의와 함께 여야 원내대표의 국회 등원 합의문이 6월 29일 도출되었다. 조합은 이에 따라 박근혜 후보와 국회, 방통위원의 3중의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170일 간의 사상 최장기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김재철과 회사를 상대로 단 하나의 요구조건도 내걸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넉 달이 지난 지금 박근혜 후보는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자신의 입장을 바꾸어 버렸다. MBC 노동조합 그리고 2천여 조합원들과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들이 초겨울 날씨에 또 다시 길거리로 나가도록 내몬 것이다.
방통위와 여야 합의에 따라 진행되던 방문진 이사들의 김재철 해임 결의문 채택을 다른 사람도 아닌 김무성, 박근혜 후보 캠프의 총괄본부장이 직접 저지하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박근혜 후보의 뜻이거나 박 후보의 묵시적 동의가 있지 않았다면, 김무성 본부장이 감히 박 후보의 약속과 정반대로 김재철 해임을 막을 수 있었겠는가? 이번 김재철 해임안 부결의 주역이 박근혜 후보라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 후보는 이제 본인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박 후보 스스로 넉 달 전 조합과 한 약속을 지금이라도 이행할 의지가 없는가? 김무성 본부장이 직접 나서서 김재철 해임을 저지한 이유가 무엇인가?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김재철 같은 양심불량자를 내세워 대선을 치르고, 집권을 한 뒤에도 공영방송을 계속 장악할 생각인가? 박 후보는 그동안 언론정책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수차례의 질문에 침묵을 지켜왔다. 더 이상의 침묵은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장악에 대한 동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언론관을 가졌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약속위반에 대한 국민들의 응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2년 11월 14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