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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없다면 우리의 원력 또한 끝없을 것입니다

글쓴이 : 명진스님 날짜 : 2013-08-06 (화) 02:04 조회 : 2477
길이 끝없다면 우리의 원력 또한 끝없을 것입니다   2011-10-01 (토) 21:41
명진   3,959

 


길이 끝없다면 우리의 원력 또한 끝없을 것입니다.

- 한국불교의 희망을 만들 만명불사를 시작합니다.

벌써 가을입니다.

여름 그 푸르던 잎새들에 어느새 물이 들어 알록달록합니다.

바람도 제법 쌀쌀한 가을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세월 가는 게 한 순간입니다.
빠르고, 빠른 만큼 무상합니다.
이 무상한 세월 속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단지불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4월 10일 700여명의 신도들과 함께 남산 솔숲 아래서 야외법회를 가졌습니다.
 
 
사실 남산법회는 봉은사를 나온 뒤 신도들의 열화에 등 떠밀리듯이 하게 된 법회였습니다.
 
 
저에게 봉은사에서 4년은, 한마디로 한국 불교의 희망을 위한 씨뿌리기였습니다. 하루 일천 배를 천 일간 한 천일기도, 일상에서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이 수행이라고 말한 일요법회, 재정 공개와 신도들의 종무회의 참여 보장 등을 통한 개혁조치들은 한국불교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자 하는 원력이었습니다.
 
 
그러나 봉은사에서 꽃 피우고자 했던 한국불교의 희망이 무도한 권력과 불의한 종단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봉은사를 나오면서 과연 내게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킬 힘이 남아 있을까? 과연 다시 한국불교를 일으켜 세울 희망의 농사를 계속 지어나갈 수 있을까? 나 혼자 힘으로 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얼마나 많은 회의와 절망을 했는지 모릅니다.
 
 
바로 그 때 한국불교의 희망이 꺾이는 걸 그렇게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여러분들이 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남산 솔숲 아래에서 가진 야외법회 후 저는 그날을 “우리 모두가 각자의 마음 밭의 경계를 허물고 희망의 씨앗을 함께 파종한 날로 기억하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단지불회의 시작은 바로 그 남산 법회였습니다. 창립일이라고 해도 좋고 더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줘도 좋겠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한국불교의 희망, 나아가 한국 사회의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더 넓은 밭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너른 밭을 여러 신도님들이 같이 개간해보자며 다가왔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가슴이 벅찼고, 또 한 편으로는 두려웠습니다. 내가 다시 이 벅찬 희망의 농사를 지어갈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비가 유난히도 많이 쏟아 붓던 올 여름, 그 폭우를 뚫고 전국 각지에서 보광암으로 초파일 등을 밝히기 위해 오신 분들이 700명이 넘었습니다. 몸은 비록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동참해 등을 켠 분들까지 하면 1000명이 넘었습니다. 초파일 등이 켜진 월악산 보광암은 충북 제천의 작은 산골이었지만 그 빛은 세상을 비추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웃과 함께 하는 하안거 100일 기도’를 보광암에서 시작한 것은 바로 보광암의 이름처럼 빛을 이 세상 곳곳으로 널리 비추어보자는 의미였습니다. 바로 우리 이웃에서부터 그 빛이 비추어져야한다는 생각에 보광암이 자리한 제천시 덕산면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축구유니폼을 지원하고 장터를 열어 도농간의 교류의 문을 열었습니다. 신도님들이 입재한 기도비 전액을 지역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내놓았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둡고 힘든 사람들인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얼마의 성금도 내놓았습니다.
 
 
그 시간들은 어쩌면 저와 여러분들에게 스스로의 마음을 묻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또한 마치 보리순을 밟고 또 밟아야 튼실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25일 서울 동국대 중문에 위치한 대각전 앞 느티나무 아래서 500여명의 회원님들과 함께 법회를 열었습니다. 종단과 동국대학교 당국의 어이없는 방해가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를 더욱 굳세게 만들어 준 단비였습니다.
 
 
이날 법회는 4월 남산법회의 씨 뿌림과 여름 한철 보광암에서의 땀 흘림을 바탕으로 단지불회가 한국불교의 희망을 위한 새 발걸음을 내딛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저는 “만 명이 모이면 한국불교가 바뀌고 한국불교가 바뀌면 이 세상이 바뀐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꿈입니다. 아직은 꿈입니다. 이뤄지지 않은 꿈이고 이뤄질지 알 수 없는 꿈입니다. 그러나 저는 꿈꾸고자 합니다. 아니 제가 아니라 함께 꿈꾸고자 합니다.
 
 
저는 원력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기도는 꼭 이뤄진다고 말씀드려 왔습니다. 왜냐면 될 때까지 꿈꾸고 될 때까지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왜 될 때까지 하겠습니까? 왜 될 때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이기 때문입니다. 옳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간절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갈 수 있습니다.
진정이면 아무리 멀어도 갈 수 있습니다.
옳은 길이라면 아무리 힘들고 멀어도 갈 수 있는 겁니다.
 
 
일본의 한 스님이 있었습니다.
그 스님은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매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일본어로 번역해 출간하겠다는 원력(願力)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도덕경을 번역하고 인쇄할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다 모으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습니다. 그 무렵 일본에 역병이 창궐하게 되었는데 스님은 책보다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먼저라는 마음으로 돈을 다 내놓았습니다.
 
 
돈이 없어진 스님은 다시 10년 동안 돈을 모았습니다. 이제 책만 인쇄하면 일본어로 된 <도덕경>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대지진이 일어나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났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스님은 그동안 모아둔 전액을 이재민들을 위해 씁니다.
 
 
그리고 다시 십년이 걸린 뒤에야 스님의 간절한 원력은 결실을 맺습니다. <도덕경>을 펴내겠다는 원력을 세운지 30년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그 스님은 자기가 세운 원력을 이뤄낸 것입니다. 허나 그 스님이 30년 동안 한 일이 <도덕경> 하나 펴내는 것 뿐이었을까요?
역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한 것, 지진으로 오갈 데 없는 이재민을 도와준 것 역시 <도덕경>을 펴낸 것과 똑같은 일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 스님께서는 한 권의 <도덕경>을 펴낸 것이 아니라 세 권의 <도덕경>을 펴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단지불회도 이 스님 같은 원력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한국불교의 새로운 희망이 금세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진정어린 마음으로 그 길을 향해 뚜벅뚜벅 가면 되는 것입니다. 좀 더 빨리 이뤄지고 좀 늦게 이뤄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옳은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일은 언젠가 이뤄질 것입니다.
 
 
우리가 이뤄야겠다고 생각하는 원력 때문에 혹여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고 가야할 것입니다. <도덕경> 스님처럼 그 원력은 우리가 옳은 길로 나아가는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단지불회는 세 가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첫째, 신비주의와 경직 혹은 안일로 점철되고 있는 한국불교 저변의 수행풍토에 반대하며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나’를 묻는 실참수행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둘째, 종단과 사찰운영에 있어 비구 중심의 비민주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구태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사부대중과 함께 재정과 주요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공개, 투명 운영을 원칙으로 삼을 것입니다.
셋째, 올바른 인식 속에서는 자리(自利)와 이타(利他)가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자리가 곧 이타요, 이타가 자리임을 깨달아 항상 자비행을 실천할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결코 다른 것이 아닙니다. 항아리를 떠받치는 세 다리입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국불교를 향한 희망의 농사를 지어나갈 것입니다. 그 희망의 밭에 우리들 가슴 저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원력의 씨앗들을 꺼내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씨앗을 싹틔워 우리의 이웃들에게 민들레 홀씨처럼 전해야할 것입니다.
 
 
제가 있을 때 다 못하면 다음대가 또 이어가고 그 대에 다 못하면 또 다음을 이어가면서 언젠가는 이 꿈이, 이 원력이 이뤄질 때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길이 끝없는 길이라 해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길이 끝없다면 우리의 꿈도 끝없을 것이고 우리의 원력도 끝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길에서 우리 모두는
도반입니다. 수행자입니다. 하나입니다.
 
 
2011년 10월 1일  단지불회 명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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