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를 비롯해 284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10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6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회를 맡은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등 전국 5곳에서 열린 촛불집회와 관련해 "전국 10만 명 집회가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서울광장에만 주최측 추산 5만 명(최대 1만 6천명, 경찰 추산)이 모였다. 시민들이 서울 시청광장을 가득 채우고 건너편 덕수궁 주변도 꽉 채웠다.
촛불집회를 시작하면서 박 사무처장은 “오늘의 주제는 ‘원세훈, 김용판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와 ‘김무성, 권영세 없으면 김-새’다”라며 ▲'원·판·김·세'의 증인 채택 등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시국회의는 또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박근혜 대통령 사과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 국정원 개혁 등을 이날 요구했다.
시국회의 "전국 10만명 촛불 성공"
▲ 서울 시청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 모습. /폴리뉴스 이성휘 기자 noirciel@polinews.co.kr
이날 첫
무대를 장식한 사람은 성공회대에서
작곡을
강의 중인 이지상 성공회대 교수였다. 이 교수는 “민주주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독재”라며 “국민들이 그 사실을 모르도록 독재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유신시절 금지곡이었던 가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구성지게 노래했다.
이 교수는 “동백아가씨가 금지곡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동백꽃이 빨갛다고 하면 잡혀가던 시절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18대 대선 후보 박근혜씨에게 '부정 선거로 당선되면 당신이 책임지라'고 강력히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밝혀,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박 처장은 “처음으로 촛불 집회가 열린 동화면세점 앞에 3천 명이 모였는데, 당시에는 두 달 동안 집회가 이어질 줄 아무도 몰랐다”며 “그 동안 국정원 국정조사도 파국의 위기를 몇 차례 있었지만, 국민의 힘으로 살아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은 박 처장과 함께 “원세훈, 김용판 안 나오면 쳐들어 간다”고 함성을 질렀다.
박석운 "김무성 권영세 증언대 세우고, 남재준 해임해야"
첫 번째로 등장한 연사는 한국진보연대의 박석운 공동대표였다. 박 대표는 “얼마 전 국정조사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정치공작, 대선개입을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며 “국가의 정보기관이 자기 나라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고,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운동을 한 것을 정상적 업무라고 우긴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이 헌법과 민주주의 무시하고 이렇게 막 나가는데, 헌법 수호 책임자 박근혜 대통령은 도대체 뭘 하고 있나”며 “계속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우기고, 국정원장이 알아서 한다고 계속 억지를 쓰고 국정원 셀프개혁을 이야기 할 것인가”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거듭 겨냥했다.
박 대표는 “헌법의 수호자인 박 대통령이 국정원 선거조작과 국기문란 사태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책임지고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남재준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하고 국정원 전면 개혁을 실시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야당이 대선 불복이 아니라고 하는데, 청와대와 새누리당, 조·중·동 보수언론은 불복 아니냐고 윽박 지른다”며 “찔리는 것이 있나 보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외친다. 대선공작 불복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야당에 요구한다. 광장 투쟁에 나섰으니 확실한 성과를 거두고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며 “김무성과 권영세를 증언대에 세워서 진상규명해야 한다. 남재준을 해임시키고, 독립적 특검 도입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언론에 대해서도 “국민의 눈과 입이 돼야 하는 공영방송이 권력의 주구이자 정권의 시녀가 됐다”며 “편파 방송 중단하라”고 외쳤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하며 온갖 악행을 자행해도 진실은 기필코 밝혀진다”며 “시민들의 깨어있는 주권의식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10만 촛불을 시작으로 촛불이 횃불 되고, 횃불이 들불처럼 돼 저 거짓과 암흑의 무리를 몰아내자”고 외쳤다.
표창원 "박근혜 정권이 정의 구현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서 혹독한 처벌"
어어서 등장한 인사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였다. 사회자는 표 전 교수를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 중"이라고 소개 했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이 정권에서 진실, 정의를 구현하지 않으면 다음, 다다음 정권에서 더 혹독하게 처벌하고 더 강력하게 정의를 구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표 전 교수는 “제가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 불안, 공포, 답답함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할 일을 하는데 두 가지 믿음이 있었다”고 밝혀,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표 전 교수가 “첫 번째는 시간과 역사는 언제나 진실과 정의의 편이라는 믿음이었다”고 밝히자, 참석자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이어 표 전 교수는 “두 번째 믿음은 바로 여러분이었다”며 “혼자인줄, 외톨이인줄 알고 혼자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역사의 무대로 사라질 줄 알았던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얼굴도 모르는 여러분이 인터넷 상에서 거리에서 제게 응원과 격려를 던져준 힘이다. 여러분 고맙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지난 3일 5차 촛불대회에서 ‘10일 2만 이상 촛불집회에 참석하면 노래를 부르겠다’고 밝힌 약속대로, ‘걸어서 하늘까지’(노래 장현철) 노래를 불렀다.
전병헌 "김무성 권영세, 시민의 힘으로 국조로 끌어내자"
이날 촛불집회에는 민주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대표가 모두 참석해 분위기를 달궜다. 민주당을 대표해 발언한 전병헌 원내대표는 “민주당 115명의 의원들이 유린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짓밟힌 주권을 사수하기 위해 시민의 광장, 민심의 광장에서 모여 있는 깨어있는 시민 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며 “시민분들 덕에 국정원 국정조사를 발전 진행시켜 올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전 원내대표는 “우리 민주당이 시민과 함께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이야기 한다”며 “선거 결과를 바꾸자는 것이 아니니 쫄지마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 국민의 요구는 단호하고 명쾌하다”며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고 국정원 개혁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재발 방지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다”고 요구했다.
전 원내대표는 “그런데 원세훈, 김용판 조차도 증언대에 세우지 않으려고 하고, 자기가 관련이 있다고 고백한 김무성, 권영세는 권력뒤에 숨어서 안 나오려고 한다”며 “시민의 힘으로 끌어내자”고 외쳣다.
전 원내대표는 “지금 청와대는 공안, 검찰, 군 출신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러다가 정치는 실종되고 과거의 통치만 남을 것 같다”며 “이명박·원세훈의 국정원 보다, 박근혜·남재준의 국정원이 더 무서워 질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에 민주당이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책임져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치공작 제대로 밝혀내고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우리 국민들이 아무리 선거를 해봐야 민주주의란 찾을 수 없다”며 “국정원이 또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언론이 왜곡보도하면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우리 국민이 아니라 국정원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 사건의 핵심은 박근혜 캠프가 조직적으로 국정원과 경찰 수뇌부를 불법으로 동원해서 정권을 차지했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캠프의 김무성, 권영세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 경찰청장 사이에 어떤 지시와 모의가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국정조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캠프가 지난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저지른 불법행위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며 “그 최대 수혜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 모든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만 민주주의가 회복된다”고 주장했다.
천호선 "MB 석고대죄하고 박근혜 대통령 사과해야"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MB는 이 자리에서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은 그들이 저지른 죄를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천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임이 분명"하다며 "국정원 정치 개입, 정치 탄압, 시민 뒷조사를 그대로 내버려 두겠나.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 속히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와 시민단체쪽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민주노총 신승철 신임 위원장은 “집회에 모이시는 여러분은 행동하는 양심이지만, 저는 폭도다. 세상을 향한 노동자의 분노를 폭도로 모는 세상에서는 폭도의 우두머리”라며 “세상을 향해서 80만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80만 민주노총이 900만 비정규직을 위해 가슴 터져라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환경운동만 20년 동안 해온 우리 단체마저도 4대강 녹조의 위험성을 지적하자 종북세력으로 몰아갔다”며 “국정원 개혁은 우리의 생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연단에 올라온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국정원사건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강 위원장은 "국정원의 민주주의 침탈 사태와 민주시민 여러분 요구와 분노를 무시하는 정권과, 사건을 왜곡·축소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에 자괴감, 부끄러움을 느껴 언론인 시국선언을 하게됐다"며 "언론인들이 얼굴 들고 다닐 수 있게 머리 깨지게 (보도) 투쟁을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자, 시민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한편, 이날 7시께 시작된 촛불집회는 오후 9시30분께 마무리됐고 오는 14일 시청광장에서 다시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오는 14일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조사 증인 소환 예정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