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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대구 사제들 100여명 첫 시국선언

글쓴이 : 한겨레 날짜 : 2013-08-12 (월) 20:54 조회 : 2381

보수 성향 대구 사제들 100여명 첫 시국선언

등록 : 2013.08.12 20:02 수정 : 2013.08.12 20:33

87년 ‘6월 항쟁’ 때도 침묵했던 대구 신부들이 나선 이유
“국정원의 범죄 행위… ” 천주교 시국선언 전국 확대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불법 개입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대구지역 천주교 사제들까지 대거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대구대교구 신부들이 100명 가까이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1911년 대구교구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2일 대구대교구 신부 95명, 안동교구 신부 66명, 경북 칠곡군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도자 70명 등 250여명이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천주교 신부들은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당·경북도당 앞에서 시국선언을 할 계획이다.

천주교에선 지난달 25일 부산교구 신부 등 121명이 국정원 불법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처음 내놓은 데 이어, 마산교구(7월29일 77명), 광주대교구(7월31일 508명), 인천교구(8월7일 164명), 전주교구(8월8일 152명) 등의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대구대교구 사제들의 시국선언은, 서울대교구, 수원·원주교구 등 나머지 교구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교구 이동화 신부는 “대구교구 신부들이 시국선언을 하면 아직 하지 않은 교구 신부들의 참여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전국 15개 교구 신부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한다면 이는 한국 천주교 역사 230년 만의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대교구에선 사제 450명 가운데 현재까지 약 20%인 95명이 참여했으나, 1987년 6월항쟁 때도 유일하게 신부들의 집단적인 의견 표명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이번 시국선언 동참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인 김영호 신부는 “예상과 달리 많은 젊은 신부와 수도자들이 서명에 동참해줘서 나 역시 놀랐다”고 말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반발로 답보를 거듭하는 가운데, 천주교 쪽의 국정원 비판 시국선언은 머잖아 ‘시국미사’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수원교구에선 오는 20일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가 집전하는 미사에서 신부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교구는 26일 전주 중앙성당에서 대규모 시국미사를 열 예정이다.

대구대교구 신부들의 시국선언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왜곡된 언론 보도에 기대어 국정원의 범죄 행위를 덮으려 한다면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부당한 권력 장악의 역사를 또 한 번 반복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 “이런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다. 더불어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남북 정상 대화록 불법 공개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촉구하고 있다.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오는 26일쯤 시국선언에 참가한 신부들의 명단을 일괄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부산 수원/김일우 김광수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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