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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문제는 ‘민심’이다

글쓴이 : 경향신문 날짜 : 2013-09-24 (화) 03:42 조회 : 3010
민심은 수치로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와 꼭 같지 않다. 민심은 서로 신뢰하는 사람들 사이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집단적 심정 혹은 의사이다. 여론조사가 서로 알지 못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호를 몇 개의 보기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해 결과를 추려내는 것과 다르다.

민심은 그간의 여러 현상을 복기하고 종합하며 여론조사 결과마저 -서로 신뢰하는 사람들 중 가장 그럴듯한 논변을 제시하는 누군가의 주도로- (재)해석하고 그것을 공유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민심은 한 번 만들어지면 쉽사리 변화하지 않는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미 신뢰하는 사람의 말을 더욱 신뢰하는 사람들의 특성, 혹은 신뢰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민심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이와 같은 신뢰의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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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가 끝났다.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석연휴를 거치며 민심의 향배에 영향을 주는 신뢰의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중에 민심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가족이고 친지들이긴 하지만, 서로 각기 다른 세대와 계층에 속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도 다르고 다툼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 인지상정을 확인한다.

특히 이번 추석연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함께 논할 수밖에 없는 뜨거운 정치 이슈들이 있었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국정원 댓글 공작 수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과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압력 공작 여부 등을 둘러싸고 지루하게 전개되고 있는 정치공방. 그리고 대통령(정부·여당)과 야당 중 ‘누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또 다른 정치 논란을 가져와 갈등을 증폭시킨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중 백미는 3자회담이다. 정쟁을 가져온 그간의 문제들을 수습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민생과 직결되어 있는 예·결산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때인지라 이쯤에서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도 했다. 물가상승과 전세대란 속에 여야 정쟁의 승패보다 생계를 꾸려가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보통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그러했다.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관측과 전망이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혹시하는 마음으로 3자회담을 지켜봤던 이유이다. 집권 후 같은 시기의 노무현-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70%에 육박하는 높은 여론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쟁의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깃들어 있기도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비교적 높은 지지율이 선임자와 -특히 집권세력 측이 지속적으로 시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정쟁보다는 국정에 집중하면서 남북관계의 전략적 완급 조절과 ‘전두환 추징금 납부 강제’를 성사시켰다는 평판에 기댄 ‘이유있는 생각’이기도 했다.

하지만 3자회담의 결과는 보통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정쟁의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가 되고만 것이다. 항간에서는 박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강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때때로 정쟁의 당사자가 되는 지도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정적보다 자신이 지적, 도덕적 우위에 서 있다는 혹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오만함’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에 대해 보통사람들이 갖는 인지상정, 즉 민심이 모아지는 예민하게 작동하는 지점이 있다. 권력의 오만함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정쟁의 당사자로 변신한 이유가 높은 여론지지율에 근거한 것이라면 이 점을 간과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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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지지율이 평소에 낮았던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권력의 오만함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에 바탕을 둔 힘의 균형을 가져와야 한다는 보통사람들의 간지가 발휘된 것의 결과이다.

3자회담 이후 10%가량 여론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박 대통령. 그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여론지지율이 아니라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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