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난 뒤 새로운 대안방송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다. 해직기자들이 중심이 된 ‘뉴스타파’를 키우자는 흐름도 있고, 가칭 ‘국민방송’을 추진하는 모임도 꾸려졌다. 일부 방송과 종편 등의 왜곡·편파보도 대신 99%를 위한 공정방송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반영이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의 패배를 편파방송 탓만으로 환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중요한 흐름이다. 그렇기에 나는 ‘국민방송’ 추진 모임에도 참여하고, 뉴스타파를 확대발전시키는 흐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부족한 게 있다. 우리에겐 공정한 방송도 부족하지만, 정직하고 깊이 있는 경제미디어도 없다. 이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그래도 방송은 꽤 공정한 편이었고, 종편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 결핍의 기간이 길게 잡아야 5년이 안 된다. 그런데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직한 경제미디어는 훨씬 오랫동안 우리 곁에 없었다. 경제미디어 가운데 일반가계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들이 있는가. 재벌 대기업을 비롯한 경제기득권의 이해를 대변하거나 일반가계들을 유혹하는 선동적 정보들만 넘쳐난다.
물론 이른바 진보매체들이 몇 개 있다. 하지만 경제에 특화된 미디어는 없다. 이들 언론이 제공하는 경제정보 또한 그 양이나 깊이에서 기득권 경제미디어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일부 경제기사들을 보면 정말 이들이 서민들의 친구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진보성향 신문에는 아파트분양을 홍보하는 기사들이 기득권 경제지들과 크게 다름없이 실린다. 사설이나 칼럼에서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매주 아파트 시세표를 실으며 ‘집은 사는 것’이라고 각인시킨다.
정리하면 정치·사회·문화 등의 이슈에서는 상당히 차별화된 매체와 시각, 담론들이 우리 사회에 있다. 하지만 경제 이슈에 관해서는 일반가계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는 매체와 시각이 크게 부족하다.
정직하고 공정한 경제미디어가 없어서 생기는 폐해는 매우 크다. 선동성 정보를 접하고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서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사람들이 한둘인가. 이들 기득권 경제미디어들의 보도에서 노조는 늘 재벌 대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불순세력이 된다. 수입물가가 올라 결국 일반소비자의 물가부담이 커지든 말든 이들은 수출대기업을 위해 환율 부양을 주문한다. 건설업체들은 과포화상태인 게 분명한데도 온 국민이 빚을 내 집을 사주고 세금으로 토건사업을 벌여야 된단다. 이처럼 1% 기득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정보들이 난무함에 따라 온 국민이 겪는 희생과 부담은 얼마나 큰지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물론 부족한 것이 어디 경제미디어 하나뿐이겠는가. 경제문제에 관한 한 대다수 일반가계 입장을 대변할 전문가 집단도, 영혼 있는 정책관료들도, 역량 있는 정치인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경제문제에 관한 한 기득권 집단의 담론이 판치는 상황에서 정권만 바뀐다고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달라지겠는가.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정직하고 공정한 경제미디어도 절실히 필요하다. 새해 이런 경제미디어를 만들기 위한 작업의 첫걸음을 떼려 한다. 물론 지금 대안방송 추진작업이나 뉴스타파 제작진과 최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다만 이 작업은 혼자 힘으로 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작업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