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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의 글로벌 소형차 개발 수석엔지니어 호아킨 누노 웰란(Joaquin Nuno-Whelan) 상무(오른쪽 두 번째)를 비롯한 신차 개발ㆍ생산과 관련한 임직원들이 지난 해 12월 13일 쉐보레 브랜드의 첫 글로벌 소형 SUV 차량인 ‘트랙스(Trax)’ 생산을 축하하고 있다.<사진제공ㆍ한국지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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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소형 에스유브이(SUV) 시장에 도전장을 낸 쉐보레 트랙스(Chevrolet TRAX)가 사전 예약판매에 들어간 가운데, 환경부의 디젤(=경유) 엔진에 대한 권고 대응 미비로 가솔린 엔진 차량만 출시하기로 해 아쉬움을 남긴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이 엔진 등 차량 생산의 연구개발권을 부분적으로라도 지엠(GM)에서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라이선스(=특허권) 문제도 다시 대두된다.
트랙스, SUV 시장에 파란 예상 트랙스는 국내엔 한 번도 출시되지 않은 세그먼트(Segment: 부분, 구획 등)로 가격대가 1800만 원에서 2200만 원 사이로 알려져 젊은층의 호응이 예상된다. 최대 출력 140마력, 최대 토크 20.4kg.m의 강력한 엔진성능은 물론, 6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고연비(13km/l 예상)와 탁월한 주행성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트랙스에 대해 한국지엠은 "세련미와 볼륨감 넘치는 역동적인 바디 라인의 트랙스는 여유로운 차체(전장 4245mm, 축거 2555mm)를 바탕으로 탑승객 5명을 안락하게 수용하는 실내 공간과 다양한 공간 활용성을 갖추었다"고 밝히고 있다.
트랙스는 오는 20일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인데, 15일 현재 약 4000대의 판매가 예약되는 등 국내 SUV 시장에 파란이 예상된다. 한국지엠은 21일부터 1박2일로 국내외 자동차 관련 기자 100여 명을 제주도 피닉스 아일랜드 리조트로 초청, 신차 발표회와 시승식을 열 예정이다.
트랙스 출시는 국내 SUV 시장을 사실상 독식해온 현대ㆍ기아차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트랙스는 현대의 투싼ix나 기아차의 스포티지R과 비교해 차체가 작고 가격대가 저렴해 젊은층의 호응이 예상된다. 이들 차량에 비해 자동차세도 25만 원 정도 절감되는 효과도 있다.
또한 트랙스 출시는 2014년형 크루즈의 한국 생산 중단 발표 후 이뤄지는 것이라 한국지엠의 안정적인 생산물량 확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트랙스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데, 부평공장의 안정적 생산라인 가동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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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소형 SUV ‘트랙스(Trax)’.<사진제공ㆍ한국지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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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스 디젤은 왜 출시 못 했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세그먼트의 시장 선점은 의미가 크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와 'GM대우'가 출시한 경차 티코와 마티즈는 국내 경차 시장을 선점한 뒤 그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하지만 확대된 경차 시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틈을 타 현대가 모닝 등을 출시했고, 대우의 경차 시장 선점 효과는 약화됐다.
트랙스가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보려면 가솔린 차량 출시에 이어 디젤 차량도 적기에 출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디젤 차량을 적기에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트랙스는 차체가 작아 가솔린 엔진(1.4리터)으로도 시장 대응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GM의 글로벌 생산방식이 한국 기준을 제때에 따라가지 못해 디젤 차량을 적기에 출시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의 핵심은 트랙스 디젤 엔진을 GME(GM 유럽 사업부문)가 주도해 개발했는데, 한국과 유럽의 디젤 배출가스 법규가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한국 디젤 배출가스 기준에 적합한 트랙스 디젤 차량을 출시하려면 최소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GME는 한국 시장만을 위한 배출가스 관련 엔진제어시스템(EMS)을 따로 개발해야하는 상황이다. 개발 기간이 최소 2년 소요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지엠은 트랙스 디젤 차량을 올해 출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해 초 알았다. 한국지엠이 트랙스로 한국 소형 SUV 시장을 선점하려했지만, 쌍용·현대·삼성도 곧이어 소형 SUV를 출시할 예정이라, 트랙스가 과거 티코와 마티즈를 답습할 공산도 크다.
이와 관련,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는 "쌍용차와 르노삼성도 곧 소형 SUV를 출시할 예정이다. 환경부가 의도적으로 한국지엠의 판매 축소를 위해서 한 행위인지, 아니면 충분히 예고가 돼있음에도 이런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지엠 경영진들의 실수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연구개발권 있었다면… 한국지엠의 최고 경영진은 지엠이 파견한 외국인들이다. 특히 한국지엠은 생산물량의 90%를 수출해 국내 시장 확대보다 외국 시장에 집중해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왔다. 티코와 마티즈에 이어 트랙스가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초부터 트랙스 디젤 차량 출시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 문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 트랙스 가솔린(1.4) 반응이 시장에서 나쁘지 않다.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 말고도, 튜닝에 따른 원가 부담에 따른 가격 상승, 시장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솔린을 먼저 전략적으로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이 지엠에서 연구개발권을 부분적으로나마 가져와 한국 시장에 맞는 엔진 등을 적기에 생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한 한국지엠의 단순하청기지화를 막기 위해 라이선스도 이 기회에 확보해야한다는 진일보한 주장도 나온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한국지엠을 통해 국내 시장에 맞는 엔진제어시스템 개발을 신속히 진행했다면, 트랙스 1.7리터 디젤엔진 출시는 2015년이 아닌 올해 말이라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소비자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엠은 한국 시장 점유율 증대라는 목표에 걸맞게,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지엠에 연구개발권한을 줘 개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재 전 대우자동차노조 위원장은 "현재 한국지엠은 디젤 차량을 적기에 출시하지 못한 문제를 어느 누구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트랙스를 통한 소형 SUV 시장 선점 효과는 없어진다"며 "내수 점유율이 낮다보니 언제나 한국지엠은 '먹튀'(=먹고 튀어: 자본 철수)와 단순하청기지화 문제로 고용 불안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