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구조조정 시행이 임박하면서 범위와 시행시기 등의 세부사안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이 공식석상에서 구조조정을 직접 언급한 만큼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단 내년도 사업계획이 확정되는 다음달 초 구조조정안을 사업계획과 함께 발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직원 동요 등 내부 충격이 큰 만큼 구조조정 내용은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과 언론 동향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보상 범위나 인원은 입사 연차별로 구분해 확정될 전망이다.
세부적인 구조조정안이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 나오면서 한국지엠의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반적인 구조조정을 반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부에서는 최대한 유리한 희망퇴직 조건을 얻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샤 사장은 지난 5일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하고 이날 미국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호샤 사장은 이 자리에서 희망퇴직프로그램인 'VSP(Voluntary Seperation Program)'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지엠의 한 임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회사 상황에 대한 (호샤 사장의) 대략적인 설명이 있었다"며 "VSP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현재 시기와 방법 등 기술적인 문제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지엠 구조조정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GM이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를 결정하면서 한국지엠의 지난해 수출물량 80만대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18만대의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시기와 범위 등은 이달 중 확정되더라도 발표는 내년 초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호샤 사장의 올해 성과평가표(CAP)에 구조조정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개인업무카드인 CAP는 연초에 작성되며 이 작업은 GM 전사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CAP는 다른 기업들의 목표관리제(MBO)와 유사한 인사관리프로그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의 내부의사결정 시스템을 고려하면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연말 발표는 물리적으로 힘들다"며 "내년도 경영계획 윤곽이 드러나는 연초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단계적으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노조의 반발과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구조조정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사무직 희망퇴직과 달리 이번에는 생산직도 대상에 포함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희망퇴직 대상도 확정된 것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5년 이하 △5~15년 △15년 이상 등으로 구분해 보상 내용과 인원을 확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이 임박하면서 내부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노조는 이미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정종한 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희망퇴직은 GM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을 막을 수 없다면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이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사업재편의 일환인 만큼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현실론의 골자다.
실제 GM은 지난 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세계 주요 생산기지 및 브랜드에 대한 구조조정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에 이어 호주 자회사인 홀덴 철수설도 흘러나왔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한 근로자는 "최근 수년간 구조조정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차라리 이번에 시원하게 회사 측이 향후 계획에 대해 공개하고 직원들이 살 길을 열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