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노사가 전날 오후 13일 만에 실무교섭을 재개하면서 실낱같이 이어졌던 파업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은 27일 산산조각이 났다. 어렵게 얼굴을 맞댄 노사간 협의와 국회 및 종교계의 중대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가운데,
정부는 이날 밤 철도 민영화 논란의 도화선이 된 수서발 KTX 운영
법인의 사업
면허를 전격 발급했다.
대전지법이 이날 오후 코레일이 발급 신청한 수서발 KTX
운영법인 등기를 내준 것은 오후 8시30분. 국토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30분 만인 오후 9시쯤 법인의 사업
면허를 내줬다. 관공서 업무가 끝난 시간에 기습작전 펼치듯 이뤄진 이번 조치에 대해 철도노조 관계자는 "국민들을 기만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밀어붙였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종일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각계의 움직임이 이어졌던 터라 실망감은 더욱 컸다.
26일
오후 4시에 시작된 코레일 노사 실무교섭은 27일 오전 0시40분쯤 정회한 후 오전 6시에 재개됐으나 2시간 만인 오전 8시에 결렬됐다. 수서발
KTX 면허 발급 중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면허 발급만 중단하면 파업을 중단하겠다"며 교섭을 계속 진행할 것을
제안한 반면, 코레일은 "27일 자정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조치(중징계)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날 코레일의 복귀명령은 파업 시작 후 다섯 번째로 파업 10일째인 18일에도 '최종 복귀명령'을 내렸지만 당시 파업 참가자
7,000여명 중 복귀자는 62명에 불과했다.
오후 2시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노사정 긴급
대화를 제안해 다시 대화의 물꼬를 트는가 싶었지만, 국토부와 코레일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장진복 코레일
대변인은 "철도파업에 개입하는 것이 종교계 본연의 역할인지 잘 모르겠다"며 "노조와 이미 충분히 대화했고 앞으로도 우리끼리 대화하면 된다"며
화쟁위 제안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iframe width="200" height="200" id="frm_AD_GISA_TEXT_LINE" src="http://news.hankooki.com/ad/hk_ad_page_200200_ebay.htm" border="0" frameborder="0" marginwidth="0" marginheight="0" scrolling="no" allowtransparency="true" topmargin="0" leftmargin="0"></iframe>같은 시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련된 노사정 대화도 결실
없이 끝났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노조의 민영화 반대는 파업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술전략이고 근본적으로 경쟁이 싫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법원 등기가 나오는 대로 수서발 KTX 면허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못박았다.
결국 서 장관의 이 말은 이날 밤
전격적으로 이뤄진 면허 발급의 예고편이었던 셈이 됐다. 철도노조와 민주노총도 "전날에도 노사 교섭 재개 직전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강경 발언을
쏟아내 찬물을 끼얹더니 정부가 결국 협상을 하는 척만 하고 뒤통수를 쳤다"고 격분했다.
정부가 수서발 KTX 법인의
주식 발행과 양도 대상을 공공기관으로 한정하는 조건을 붙였지만 철도노조는 사실상
주식회사 형식의 법인 출범을 철도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조건부 면허는 진실을 감춘 꼼수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투쟁 강도를 한층 높이기로 했다.
철도노조를 비롯한 노동계가 한층 격앙돼 있는데다, 경찰은 신고된 집회 이외 거리행진 등에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어서 양측의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경찰의 민주노총 본부 강제 진입에 반발해 노사정위원회 불참 등 정부와의 모든 대화 단절을 선언했던 한국노총도 참여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철도노조원 및 가족 2만여명과 양대 노총 조합원 등 노동계에서 6만5,0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여러
시민단체와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까지 포함하면 10만여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의대회에 앞서 건설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
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종로구 영풍문고 부근과 탑골공원, 보신각 앞에서 각각 사전 집회를 연 뒤
서울광장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결의대회 후에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집회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