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정치신문 104호(통합116호)] <세월호 참살(慘殺)과 정치 위기 파쇼 총력전으로 돌파하려고 하는가?>
글쓴이 전국노동자정치협회 작성일 2014.04.25 15:29
세월호 참살(慘殺)과 정치 위기
파쇼 총력전으로 돌파하려고 하는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정치 구호 <국민행복시대>
천금과 같은 시간이 속수무책으로 지나가고 있다. 실종자 숫자는 줄어들고 대신에 그 줄어든 수만큼 늘어난 사망자 수로 채워지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제 발로 빠져 나온 탈출자를 빼고 단 한명의 실종자도 구하지 못했다. 가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며 기적적으로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애타게 염원하던 가족들은 이제는 시신만이라도 온전하게 수습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제 일처럼 가슴 졸이며 사고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이제는 안타까움과 함께 정부에 대해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뉴스타파>는 애초 침몰 당일에 정부가 500명 잠수인력을 투입하여 총력 구조에 나서고 있다는 보고가 완전히 왜곡되어 있고, 사실 잠수인력 총투입은 고작 3차례에 걸쳐 16명에 불과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초기 구조 활동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난 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수백 명의 어린 생명들이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있다.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고, 사고 직후에라도 충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는 정황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의 왜곡보도로 인해 사건 진상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서 세월호 참사 원인을 둘러싼 숱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마치 천안함 사고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세월호 사고는 참사(慘死)이자 사실상 참살(慘殺)과 다를 바 없는 일임이 점점 더 명백해지고 있다. 누가 세월호 안에 타고 있던 수많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세월호 참사는 재난에 속수무책인 정권의 재난체제의 총체적 부실, 관료들의 무능과 무기력, 무책임성뿐만 아니라 이윤이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 체제의 민낯, 정권과 유착한 언론의 추악한 실상, 지배계급 성원들의 파렴치한 세계관을 속속들이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수십 명의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다가 목숨을 바쳤던 교사, 승무원, 학생, 수십 명의 학생들을 목숨 걸고 구조한 시민들과 어부들, 심지어 6살 동생에게 구명복을 입혀주고 실종된 7살 오빠의 사례들처럼, 눈물겹고 감동적인 상황들이 연출됐다. 각지에서 지원물품을 보내는 온정의 손길들, 자원봉사의 물결, 냉대를 당하면서도 세월호에 갇힌 생명들을 구출하기 위해 한 걸음에 달려갔던 민간 잠수사들...
그러나 지배계급 성원들, 지배계급의 극우적 옹호자들은 철저하게 달랐다. 모든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자본과 권력의 세계 속에서 살면서 형성된 저들의 세계관과 도덕은 단순하게 속물적인 것을 넘어서 파렴치한 악마 그 자체였다. 죽어 가는 생명과 그것을 지켜보며 울부짖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보여줬던 저들이 차갑게 내뱉었던 모욕적 언사와 망언, 파렴치한 행동, 관료적 행태들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세월호 참사는 우연적인 것처럼 터져 나왔지만 우연적인 일련의 사건들과 결합하여 필연적으로 예비된 재앙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재해가 아니라 찬탈권력으로 등장한 정권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는 첨예한 정치사건이 되고 있다.
4월 17일 박근혜 역시 이 참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분노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부랴부랴 진도를 방문했다. 저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애로운 지도자로서의 박근혜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박근혜의 보여주기 쇼로 인해 3시간 동안 구조작업이 지체되는 결과만을 빚었다. 박근혜가 다녀 간 뒤에 20일 희생자 가족들은 “정부는 살인자다”, “아이들을 살려내라”고 절규하며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 행진은 경찰에 의해 원천봉쇄 됐다. 가족들은 희생자가 아니라 통제와 감시 대상으로 전락했다.
저들이 그 동안 내세워 왔던 ‘박정희 신화의 혈연적, 정치적 승계자로서의 박근혜’라는 정치적 선전, 선동, 구호, 수사와 이미지 조작의 거짓과 위선, 기만, 무기력, 무능력이 순식간에 그 실체가 폭로되고 있다. 저들이 자본의 위기를 돌파하고 자본의 천국을 건설하기 위한 목표를 위해 내세웠던, ‘정부3.0 국민이 안전한 국민행복시대’를 중심 모토로 해서 비정상의 정상화, 공기업 개혁, 규제개혁이라는 정치 선전 구호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그 진상이 속속들이 폭로되고 있다.
가난한 노동자 인민들의 자식들이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고, 가족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이 이를 보고 애통해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이 안전한 국민행복시대’라는 저들의 구역질나는 선전 구호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집단은 바로 정부 재난 대비 체계를 지휘하는 관료들이고, 이들이야말로 가장 비정상적인 사이코패스 집단임이 여러 가지 돌발 사건으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공기업 개혁은 사유화로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는데, 이번 세월호 사건은 철도 사유화 역시도 생명보다 이윤을 최우선에 두는 자본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재앙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예측이 아니라 철도가 사유화된 영국에서, 일본에서 이미 끔찍한 재앙으로 나타났었다.
자본가들의 부담완화 요구를 받들어 선령 20년에서 30년으로의 규제완화와 선박, 해양의 각종 안전 기준 완화를 추진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야말로 이 참사의 원흉들이다. 이처럼 정권의 정치선전과 선동, 구호로 내세웠던 기치들이 순식간에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제2의 파쇼지배 체제의 구축이라는 저들의 궁극적 정치적 목표 달성도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극우 조선일보에서 먼저 그 정치 선전 구호가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간파하고 시급하게 대책에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안전을 강조하겠다며 부처 이름을 개명하고 관련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했지만 막상 닥친 대형 참사에서 무능을 드러냈다. 부처간 협업은 커녕 컨트롤타워 없이 부처마다 대책본부를 만들어 혼선을 빚는 등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여줬다. 선령 제한을 대폭 늘려준 규제 완화가 세월호 비극의 시작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후 야심차게 내세워온 핵심 가치인 '국민 안전', '정부 3.0', '규제개혁'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는 암 덩어리’라며 올들어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3월말에는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생중계하며 국민적 호응을 얻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안전을 경시한 규제완화가 부각되면서 암초를 만나게 됐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지금처럼 규제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가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흔들리는 朴정부 3대 키워드…'안전·정부3.0·규제개혁', 조선일보, 2014.04.22)
조선일보의 주문은 저들에게 정치적 기치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시 전열을 정비해서 제대로 하라는 주문이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하는 정치권력은 이 문제가 지자체에 악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박근혜 찬탈권력 자체가 삽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정치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등 권력에 대한 저항을 막기 위해서 책임의 핵심 당사자가 아니라 초월자의 위치에 있던 박근혜가 더 이상 그 위치를 고수하기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조중동 등 극우신문들도 이 심각성을 간파하고 그 정점에 있는 박근혜를 비호하기 위해 먼저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4월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선장과 승무원 일부에게 떠넘기기 급급한 나머지 여전히 사건 진상이 온전하게 규명되지 않고 이들이 사건 피의자 신분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며 사실상 제 손으로 살인자를 지명하고 나섰다. 검찰에서는 곧바로 세월호 선장에게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이 사고의 책임을 면피하려는 수작이다.
수백 명의 승객들을 침몰하는 배 안에 남겨두고 먼저 도피한 선장과 승무원들이 ‘살인과도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면, 자본을 위해 선박 안전 규제완화와 관리 감독 부실, 선장과 승무원들의 직무 안정성과 숙련을 위협하는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을 조장하고, 안전 대응 훈련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윤추구에 눈이 먼 자본가계급이 안전 대응 훈련을 무시하는 것을 눈감아주었고, 재난 대응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으며, 사고 초기에 승객구출에 안일하게 대응했던 박근혜 정권의 죄목은 무엇인가? 자본과 함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방조하고 조장, 살릴 수 있는 수백 명 목숨을 참살한 ‘살인교사죄’에 해당되지 않겠는가?
영국의 저명한 일간지인 가디언(guardian)은 “서방국가에서는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늑장대응을 하고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지도자는 결코 없을 것”(가디언 “선원이 살인자?…박 대통령, 서방에선 자리 보전 힘들어”, 경향신문, 2014년 4월 23일)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파쇼 지배를 강화하는 정점에 있는 권력 핵심부를 이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피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권은 대선 부정선거와 간첩조작 사건에 앞장섰던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들을 해임하라는 빗발치는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더니, 이번에는 안전행정부 국장과 목포해양경찰서 과장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처신과 발언 하나만으로 곧바로 잘라버리고 있다. 심지어 4월 23일 검찰은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해 횡령, 배임, 탈세 등 혐의로 자택과 관계사, 기독교복음침례회를 긴급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조중동 등 극우언론에서는 해양수산부 전현직 관료들이 장악한 해운업계의 선박에 대한 부실검사와 감독이 문제라며 ‘해수부 마피아’들을 손 봐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박근혜와 핵심 권력이 아닌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현 내각의 부분 개각, 더 나아가 전면 개각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닥친 박근혜 정권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물론 지금 박근혜 정권의 위기는 비단 세월호 사건 하나만으로 터져 나온 것이 아니라 집권 직후부터 누적된 위기의 결과이다. 박근혜 정권은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총체적 부정선거로 등장 자체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기 위한 제2, 제3의 조작, 내란 조작사건, 통합진보당 해체 공작과 노조 파괴 공세, 사유화 공세, 통상임금 개악과 임금체계 개편, 고용률 70% 달성을 내건 비정규직 확대 등 일련의 파쇼적이고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공세를 해왔다. 이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민주주의 투쟁으로, 철도 사유화 저지 투쟁으로 광범위하게 터져 나왔다.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분쇄하고 정치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종북주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일련의 정치공작 사건과 물리적 탄압 등으로 파쇼적 지배 체제를 유지, 강화해 왔다. 박근혜 정권은 집권 이후 닥친 가장 큰 정치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직접적으로는 북핵실험설을 유포하고 있고, 오바마 방문 등으로 국민적 분노를 다른 데로 돌리고, ‘한미 외교성과’ 운운하며 추락한 박근혜의 지도력을 만회하려 할 것이다.
파쇼 총력전이 준비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지금 보이는 관료들에 대한 엄정한 조치와 자본에 대한 신속하고 과감한 조사와 내각 개편 시도는 마치 삼국지의 읍참마속(泣斬馬謖) 고사를 떠오르게 하고 있다. 제갈량은 아끼던 장수였던 마속이 군율을 어기고 전쟁에서 패배하자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쳤다.
읍참마속이 결국 노리는 것은? 전열을 정비해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읍참마속을 통해 자신들에게 향하는 전 국민적 분노를 희석시키고 내부 전열을 재정비하고 노동자 인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 정권의 비호세력들인 극우 언론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 개조 차원의 시스템 개편”을 주문하고 있다. “국가 개조 차원의 시스템 개편”은 파쇼 지배 체제로 가는 데에 있어서 지금 조성된 걸림돌을 제거하고 국가 기구 전체를 재정비하고 사회 전체를 새롭게 재조직하는 것이다. 땅에 떨어진 정치 선전 구호를 다시 내걸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회 전체의 흐트러진 기강확립을 내세워 노동자 인민에 대한 파쇼적 총력전을 개시하는 것이다.
이미 정권은 세월호 사건 관련해서 거짓말과 유언비어 척결을 내세워서 고소고발과 수사를 남발하고 있다. 이중에는 자신들을 비호하는 일베 수준의 악의적 댓글에 대한 조사도 있지만, 이에 대한 수사를 빌미로 합리적인 의혹 제기와 정부 비판에 대해서조차도 통제와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극우 언론에서는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했던 신상철 씨가 이번 세월호 참사 관련한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과 잠수함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던 <자주민보>에 대해 종북주의자들이 악의적으로 음모론을 유포하고 있다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기사를 써대고 있다. 언론에서는 국정원이 구호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제기한 선박해양 교수들의 인터뷰를 통제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추모를 위한 촛불집회도 불허되고 있다.
공무원, 교사에 대한 기강확립을 이유로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이후에 연일 학교 등의 현장 공무원에게 근무기강을 강조하고 주말 비상근무를 강요하면서 ‘책임전가식’ 행정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1일 각 시도교육청에 ‘공무원 비상근무 강화 및 근무기강 확립 재강조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국별로 1명씩 필수인원을 평일 24시까지, 주말 9시부터 18시까지 비상 근무하라고 했다. … 안행부는 21일 같은 제목의 공문을 각급 기관에 보내 사고대책과 관련이 아닌 기관의 경우에 1명씩 평일 자정까지,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비상근무 하도록 했다. 안행부는 “공직기강 확립과 비상근무 철저에 만전을 기하라는 국무총리의 지시에도 일부 공무원이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사례가 발생한데 따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행부와 교육부가 공무원 근무기강과 관련해 내려 보낸 공문만 지난 16일 이후 6차례에 이른다.
교육부의 지침에 준해 경기교육청과 인천교육청은 지난 22일 평일 24시간 비상연락 체계 유지(유선)하고 주말에 학교별 1명 이상 9시부터 18시까지 일하도록 소속 초?중?고에 지침을 내렸다. 교육부가 정한 국립학교 비상근무 강화 계획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 교사들의 비판을 받은 경기와 인천교육청은 24시간 비상연락망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지침을 고쳐 재시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또 공문에 함께 내려온 ‘공무원 근무기강 확립 재강조-공무원의 품위손상 등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는 언행 금지’ 문구도 교사와 공무원들의 공분을 샀다.(최대현 기자, 장관이 물의 일으켰는데 교사가 “주말에 비상근무”? 정부, 책임전가식 행정 논란... “행정력 낭비 전형”, 미디어충청, 2014-04-25)
연이어 연예인 행사나 웃고 즐기는 예능 프로, 드라마가 줄줄이 취소되고 결방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4월 18일, 19일 노동자 집회를 한 차례 취소한 바가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추모를 이유로 그렇게 자발적으로 또는 반자발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 소재와 재발방지 대책을 내세우면서 전체주의 파쇼 이데올로기도 제창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참사, 사건·사고, 부정·비리의 근본 원인을 찾아 시정하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국가적, 국민적 자각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신개혁의 르네상스 운동을 펼쳐야 할 때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부정직하고 무책임한 사람은 사회에서 영원히 도태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선진국가로 가는 첩경이다. 세월호 참사도 적당주의, 무책임의 소산이다. 선박 운영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부족한 자격자,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선장, 승무원들의 자질, 화물 선적의 문제, 감시, 감독 등 우리 사회의 누적된 제도적 문제를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참사를 국민 모두의 비극으로 생각하고 희생자 장례 기간을 국민장에 준하여 모두 경건한 애도를 표하면서, 다시는 이런 참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 의식을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김상철 前 볼리비아 대사·한국외대 교양강사 [발언대] 세월호 참사, 국민의식 고치는 계기로 삼자, 조선일보, 2014.04.22)
“국가적, 국민적 자각”, “정신개혁의 르네상스”, “위로부터 아래까지 부정직하고 무책임한 사람은 사회에서 영원히 도태되는 시스템”, “선진국가로 가는 첩경”, “국민 의식을 고치는 계기”
이러한 선전 구호가 바로 박정희가 외쳤던 ‘국민의식 개조’를 목표로 ‘근면 자조 협동’을 기치로 파쇼 지배 체제를 강화해 갔던 파쇼 이데올로기와 무엇이 다른가? 극우들이 최근에 벌이고 있는 ‘바르게살기운동’ 구호와도 일치한다. 세월호 참사를 자본과 정권, 관료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돌려서 ‘국민의식’을 개조하는 기회로 삼자는 파쇼 이데올로기는 바로 박근혜 정권이 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이러한 파쇼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국가적으로 정신개조를 시켜야 하는 대상이 되고, 사회에서 이들이 영원히 도태되어야 하는 섬뜩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국민장에 준하여 모두 경건한 애도”는 그 동안 저들 지배세력들이 보였던 파렴치한 태도와 너무나 다르다. 저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가 정권에 대한 거대한 분노로 살아나는 것을 한사코 막으려 한다.
저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본주의 이윤체제와 권력에 대한 분노를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악선전하면서 ‘순수한 추모’, ‘경건한 추모’를 내세워서 이 정치적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 하는 것이다.
실제 거대한 재난이나 사고 앞에서 애국주의 배외주의를 내세워 파쇼화된 역사도 많다.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간토(關東)·시즈오카(靜罔)·야마나시(山梨)) 발생 이후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뒤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극우 테러조직인 자경단원을 내세워 사회주의자들을 포함한 조선인 6,000여 명을 대량학살 하도록 했다. 미국 제국주의 역시 2001년 미국 9.11 참사를 빌미로 조장한 애국주의 열풍으로 미국 사회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이슬람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시켜 2001년 말 아프가니스탄과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자행했다.
이것이 바로 국가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언론과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국가인가”라고 묻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국민이 생명의 위기에 처하는 재난상황에서 국가가 나서서 생명을 구출해줄 것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이 이번 사고로 인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페리호가 부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게 1993년이다. … 언론은 일제히 "후진국형 참사"라고, "예고된 인재"라고 썼다. 하지만 그 언론들도 후진국형 초대형 오보를 냈다. .... 돌아오지 않는 고도성장의 시대, '한강의 기적'을 추억하며 '세계화'를 추구한 90년대가 어떻게 내부로부터 붕괴해갔는지를 너무 쉽게 잊었다. 페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를 거치며 실적주의, 한탕주의, 졸속행정을 지적했고, 언제 폭발할지 모를 성장의 그늘을 걱정했다. 도대체 이 나라에 정부가 존재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불에 그을린 주검으로 발견된 아이들 앞에서, 치솟는 전세값에 목숨을 버린 부모들 앞에서 우린 이 정도밖에 안되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페리호 사고 후 한 신문의 칼럼은 허망한 선진국 타령을 이렇게 질타했다. "선진국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일 뿐 아니라 뒤진 자들의 삶과 그들의 인간적 가치가 바르게 지켜지는 나라이다. (…) 정부는 사고 수습책으로 책임자 문책과 규제 강화라는 전래의 방식을 답습하려 하고 있다. (…) 만약 우리사회의 소외된 주변부에서 인간적 가치와 존엄이 무참하게 훼손되고 그것이 우리사회의 공동체적 기반을 흔들어 놓는다면 우리 자신의 경제 형편이 조금 나아진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동아일보. 1993년 10월 16일자)
… 20년 전처럼 다시 묻는다. 정부를 책임지는 대통령은 무능한 정부에 대한 사죄에 앞서 먼저 탈출한 선장의 책임을 따져도 될 만큼 떳떳한가. 관료들과 언론들이 영혼 없는 조곡을 합창하는 사이, 우린 후대에 똑같이 반복될 비극적인 참사를 잉태해 가고 있는 건 아닌가. 도대체 이 나라에 정부는 있는가.(임경구 기자, 선장 탓하는 대통령…정부는 왜 있나, [편집국에서] 또 다른 90년대에 관한 기억, 프레시안, 2014.04.22)
위 기사가 너무나 적절하게 잘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1993년 페리호 사건과 20년 뒤에 벌어진 세월호 사건은 너무나 똑 같다. 인용문에서는 빠졌지만 이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과적이니 복원력 상실이라는 사고 원인에 대한 진단은 물론이고 실종자 집계조차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대책본부의 무능력과 무책임도 하나도 다르지 않다.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서 책임을 묻겠다는 다짐도 하나도 다르지 않다. ‘후진국형 참사’, ‘예고된 인재’라고 떠벌이는 언론의 태도도 똑 같다.
1993년 페리호 사고가 후진국형 참사라면 20년이 지나서 한국 자본주의가 더 발전한 현재에도 똑 같이 반복되는 이러한 참사는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인가? 가장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2005년 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재앙 앞에서 대피를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최소 수천에서 수만 명이 죽어 나간 사례는 또 무엇인가? ‘선진’국 미국 정부가 이 거대한 재앙을 앞두고 취한 긴급 대응은 “도시에서 벗어나라”는 지침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동수단이 없는 가난한 주민들 대다수가 이 재앙을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선박 재난 대비 체계를 갖춘 모범국이라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선진’국 일본에서는 2013년 대지진과 쓰나미가 덮친 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수만 명이 희생을 당했다. 아베 정권은 원전 재가동, 원전 재수출 정책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위 기사에서는 “도대체 이 나라에 정부는 있는가”, “정부는 왜 있나”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국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 임무를 가진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렇게 국민들을 처참한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면 정부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이다.
(글이 다 안실리니 go.jinbo.net 참세상 속보란에 가보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