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사상 첫 여성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8일 재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원내에 처음 진입한 17대 국회 이후 박 의원은 줄곧 '재벌 저격수'란 별명을 얻을 만큼 재계와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 재정
경제위원회와
법사위원회 활동을 통해
대기업 관련
이슈에 대해 초강경입장을 견지해온 탓에, 재계에선 '박영선포비아(공포증)'란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런 박 의원이 야당의 원내전략을 총지휘할 사령탑으로 들어서자, 재계는 사실상 충격모드로 접어들었다.
<iframe width="200" height="200" id="frm_AD_GISA_PHOTO_LINE" src="http://news.hankooki.com/ad/hk_ad_page_200200_ebay.htm" border="0" frameborder="0" marginwidth="0" marginheight="0" scrolling="no" allowtransparency="true" topmargin="0" leftmargin="0"></iframe>박 의원과 재계가 충돌한 가장 최근 사례는 올 1월 국회를 통과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이 법의 골자는 지주회사 소속 손자회사가 외국
기업과 합작해 증손회사를 설립할 경우, 손자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이었다.
외국인투자촉진을 위해 현행 지주회사체제에 예외를 인정한 이 법은 소관상임위인 통상산업자원위까지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는데, 박 의원이 바로 법사위원장이었다. 박 의원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허용하는 법으로 사실상 재벌 특혜법"이라며 법안을 보류시켰고, 이 법이 통과되어야만 외국인투자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SKㆍGS그룹은 냉가슴만 앓아야 했다. 여야합의로 통과방침이 정해지자, 박 의원은 "내 손으로는 이 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의사봉을 간사의원에게 넘겼다.
2011년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박 의원에게 제동이 걸렸다. 당시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갖고 있을 수 없었는데,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소유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였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SK증권을 매각하지 않고 법개정을 기다렸는데, 박 의원을 필두로 한 야당의원들은 "다른 그룹들은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금융계열사를 매각했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결국
팔지 않고 버틴 기업만 혜택을 보게 된다"며 끝까지 반대했다. 결국 공정거래법 개정은 무산됐고, SK그룹은 SK증권 지분을 지주사 밖의 관계사인 SK C&C와 SK증권 우리사주로 넘겼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 의원은 초선 의원 시절부터 금산분리 등과 관련해 대기업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야당의원들이 대부분 강성이지만 가장 힘들었던 의원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불산누출 사고가 터졌을 때는 강도 높은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2012년 총선을 앞두고서는"(다수당이 되면) 재벌총수 사면금지 등을 포함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재벌세'신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재계는 박 의원이 야당 원내대표를 맡게 됨에 따라 당장 규제완화작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여당은 규제개혁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준비 중이지만, 강성 사령탑이 이끄는 야당이 순순히 동의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업무를 오래 담당해온 한 대기업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강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데다 또 큰 틀에서 사안을 보는 보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합리적으로 현안들을 해결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