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너럴모터스(GM)의 '캐시카우'로까지 불렸던 한국지엠이 이젠 GM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내수판매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경영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생산비용이 지속 상승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특히 잦은 파업과 통상임금 문제 등으로 노사관계마저 악화하고 있다. 'GM 경·소형차 전초기지'로 명성을 떨쳤던 한국지엠의 위상은 이젠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GM "한국은 고비용 국가"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생산비용은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GM 글로벌 생산기지 가운데 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중국·유럽·인도 등에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GM은 이들 공장의 생산비용을 크게 상(High) 중(Mid) 하(Low)로 구분한다.
GM이 2001년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를 인수했을 당시 한국의 생산비용은 중하위권에 속해 중국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상위권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태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 역시 지난 1월 캐딜락 신차 발표회에서 "한국지엠이 글로벌 GM 내에서도 고비용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한국지엠 경영진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생산비용 상승으로 GM 본사 차원에서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을 줄일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호주는 고비용이 문제되면서 포드의 경우 호주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상태다. 또 GM도 호주에서 일부 모델 생산을 중단하며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생산물량 해외로 뺏길 가능성 상존
한국지엠은 GM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의 생산 40%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위상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생산비용 때문에 물량이 해외공장으로 넘어갈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로 GM의 또 다른 글로벌 브랜드인 오펠은 지난해 5월 '신성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쉐보레 차량을 유럽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본사 차원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지엠은 생산비용 상승으로 GM의 미래전략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실제 GM은 지난해 11월 준중형차 쉐보레 크루즈의 후속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달 3일 임금교섭 자리에선 현재 부평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아베오의 후속 모델을 미국과 중국에서만 생산하는 방안이 나왔다. 여기에다 내수 판매도 답보 상태다. 올 3월 1만2968대를 판매해 9.9%까지 치솟았던 한국지엠의 내수 점유율(수입차 포함)은 4월 7.7%로 급감했다. 5월 8.9%로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좀처럼 1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노사관계도 악화 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노사관계도 악화 일로다. 한국지엠노조는 지난 18~19일 조합원 1만4024명을 대상으로 '2013년 임금인상 관련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시행한 결과, 찬성률 78.7%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를 통과시켰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해에도 4개월간 31차에 걸친 교섭 끝에 임금인상에 합의했었다. 올해는 임금인상과 별개로 임금체계 개선, 신규인원 충원, 공장별 신차 투입, 신형엔진, 내수전략의 전면적인 재검토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여건이 좋아지길 기다리던 종업원들이 지쳐 행동에 나섰지만 회사는 여력이 없는 셈이다. 현재 한국지엠 노사는 제대로 된 임금교섭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종학 한국지엠노조 대외협력실장은 "GM이 리먼쇼크로 위기를 맞을 때 혁혁한 공을 세운 한국지엠의 저력을 평가절하하고 이제는 물량 문제를 내세우며 협박을 일삼고 있다"며 "한국지엠의 10년 이후를 준비하는 자세로 임금교섭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