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적폐’를 없앤다면서 ‘국가개조’를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의 새로운 국무총리 카드, ‘문창극’이 좌초의 위기를 맞고 있다. 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시작도 되기전부터 문 후보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 거의 반신불수가 됐다. 그의 비뚤어진 역사관, 군복무중 대학원을 다녔다는 기적에 가까운 특혜와 거짓해명논란, 특히 역사의 희생양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분노 등은 문 후보가 설혹 국무총리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더 큰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심각한 것들이다.

시민단체와 종교계에서도 이를 문제시 삼을 정도로 사회의 또 다른 적폐가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무능이 드러나 곤경에 처한 박근혜 정부는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는 정신으로 ‘국가개조’라는 큰 용어를 내세웠다. 국가개조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적 합의나 논의조차 없었다. 막연하게나마 청와대 인사쇄신을 포함하여 국무총리도 개혁성과 도덕성을 강조한 인사를 국민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개혁성은 애초부터 기대난망이고 도덕성도 문제가 있는 깜짝 후보자를 내세워 국민을 시험대에 서게 했다. 국론은 분열되고 짜증은 가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임기 시작부터 윤창중 대변인을 고집하여 결국 국제망신을 자초했다. 도중 낙마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해수부 장관에 수첩인사 윤진숙을 밀어붙였다. ‘모래속의 진주’라고 극찬했던 윤 장관조차 ‘그냥 모래였을 뿐’이라는 야당의 비아냥속에 도중하차했다.

KBS 공영방송사 앵커 출신 민경욱을 언론사 퇴직도 하기전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데려가는 무원칙한 인사도 감행했다. 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공영방송사 간부를 사직하기도 전에 청와대로 데려간다는 것은 그동안 ‘불공정 보도’ ‘정치적 편향 보도’에 대한 보은내지 코드 맞추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가운데 ‘황제라면’ ‘잠수부 뒷돈’ 발언 등으로 유가족과 잠수부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세월호에서 드러난 온갖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내세운 문 후보자는 또 다른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친박 좌장이자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문 후보자에게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비교적 때가 덜묻은 새누리당 소속 초선 의원 6명이 이름을 걸고 이미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재오, 이인제 의원도 임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오 의원은 6월 16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 문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는 거다. “다수의 국민들이, 아니다, 하면 아닌 것이다. 고집을 부릴 일이 아니다. 시간 끌수록 청와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될 것이다. 시간 끌어도 결과는 뻔한 일이다.”

이 정도면 끝난 게임이다. 박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작품이 이처럼 여론에 반하고 여당 내부에서도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은 국력낭비를 의미한다. 대통령의 인사는 국민의 의식과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대통령과 실장이 이처럼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죽을 꾀’만 찾아내는 것은 국가의 불행이요 국민의 비극이다. 자기나라 대통령을 비판한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괴로운 일이다. 대통령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실장이 이렇게 함량미달, 자격상실의 후보를 내세워 힘으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려 할 때 국민행복의 시대는 오지않는다. 청와대의 행복시대도 열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심이반을 자극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사과하고 김 실장은 문 후보와 함께 사퇴해야 할 것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총리, 장관 등의 인사가 청와대 구중궁궐 밀실에서 몇사람 모여 쑥덕공론으로 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박 대통령이 진정한 국민의 대통령으로 돌아올 시간과 기회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국민의 믿음과 사랑을 진정으로 되갚아주는 길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