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은 18차 교섭석상에서 남한 노동계의 최대 화두인 통상임금 범위확대와 관련하여 관계법령에 의거하여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지부에 제시를 하였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법대로’를 외치며 지난 5월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던 회사의 입장이 급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노동지형을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의제에 대해 대다수의 활동가들은 대기업 노조의 성과에 따라 자기들도 승산이 있다며 기대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GM이 왜 엄청난 비용상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이런 결정을 했을까?
단순히 회사가 글로벌 GM의 물량 재조정 움직임 속에서 지부의 파업강행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 양보교섭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글로벌 GM의 지침을 받은 한국GM의 결정은 어찌보면 남한 노동운동판이 더 이상 숨통을 연명할 수 없을 수 있게 만들 것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현대차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리는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표면적으로는 노동계의 작은 승리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글로벌 GM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음흉한 전술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1. 한국GM의 노무비용 증가는 물량이관으로 상쇄한다?
주지하다시피 올해 한국GM지부의 최대 고민거리는 통상임금이 아니라 물량확보를 통한 고용안정이다. 이미 글로벌 GM은 차세대 크루즈를 더 이상 군산공장에서 생산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가 있으며 이에 따라 군산공장은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GM은 ‘차를 판매할 곳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강조하지만 글로벌 GM 공장 중 이러한 원칙을 적용 받지 않는 유일한 공장이 한국GM이라는 사실은 언제든 한국GM 조합원의 고용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제의 수립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글로벌 GM은 한국의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위협하면서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5월 대법원의 판결도 생산직 5명에 한정될 뿐이라는 강경한 스탠스를 유지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겠다고 유연한 모습으로 전략을 수정하였다.
회사 제시안대로라면 년월차 수당, 심야할증수당, 잔업수당, 특근수당이 변경되는 통상임금으로 적용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회사가 순순히 그렇게 싫어하던 노무비의 증가를 부담하려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의 생리를 포기하는 것인가? 대답은 단연코 NO다.
호샤 사장이 가정통신문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글로벌 GM은 전세계적으로 160여개 공장을 가지고 있고 그중 한 곳이 한국GM이다. 당초 인수당시에는 글로벌 GM이 가지지 못한 소형차 경쟁력은 한국공장이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젠 미국 본토에서도 소형차를 생산할 방침이다.
그런데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공장은 160여개 공장중 인건비가 중상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결국 물량을 이관하며 가장 큰 부담요인이 되는 잔업, 특근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교대제 근무형태도 1교대제가 불가피할 정도로 물량을 감소시켜 한국공장의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공장의 물량을 가지고 전세계 공장과 풍선효과 놀이를 하는 글로벌 GM이 한국 법원의 판단에 무릎을 꿇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 기회에 법원과 정부의 압박을 포장하면서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섬뜩한 전략에 대한 주도면밀한 대응전략도 없이 당장 몇 푼이 오르니 희희락락 할 때인지 활동가들에게 되묻고 싶다.
2. 한국GM이 상여를 통상임금화하면 현대차는?
이 부분이 글로벌 GM이 노리는 궁극적인 함정일 것이다. 어차피 금속노조 내에서 현대, 기아, 한국GM은 상호간 근로조건, 임금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현대차가 항상 기아차를 비교하고, 기아차가 항상 한국GM을 비교하는 태생적 환경 속에서 한국GM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고정성이라는 조건은 이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남은 것은 현대, 기아차 조합원의 상실감 뿐이다. 그러니 현기차 지부도 현기차 회사도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잘하면 상여금의 전부 또는 일부가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GM은 단계적으로 한국을 철수하려는 기본 전략 속에 통큰 모습을 가장하며 노조에 아주 큰 선물을 던졌다. 2007년 산별교섭 참여를 약속하며 타 완성차를 압박한 전례를 상기시킬 만큼 현대차에 아주 큰 파장을 예상하며 말이다.
하지만 현대차, 기아차는 한국을 떠날 수 없다. 비록 국내에 적을 둔 다국적 기업이라 하지만 글로벌 GM과 같은 해외 네크워킹이 되어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을 포기하며 한국을 떠날 능력이 아직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GM의 선방으로 인해 통상임금 문제는 현기차에는 부담이 배가되어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통상임금 문제에 굴복할 경우 현기차는 잔특근 문제와 관련된 출구전력도 없이 노무비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기차는 제조원가 상승으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밖에 없는 구도로 전개될 것이다. 그럼 글로벌 시장에서 현기차와 경쟁해야 하는 글로벌 GM은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있을 수 없게 된다.
자기들이 한국에서 미끼를 던지고 빠진 이후 그 미끼의 후유증으로 강력한 라이벌인 현기차가 휘청거리는 이이제이의 전략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GM이 당장은 한국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더라도 전세계 공장을 활용한 물량의 풍선효과는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기차는 활용한 하드웨어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글로벌 GM의 노조와 경쟁사 죽이기 전략은 이제 표면화 되었다. 또한 현기차는 글로벌 GM에 의해 카운터 펀치를 맞게 되겠지만 일정 기간 버틸 수만 있다면 글로벌 GM과 동일한 전략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며 아무런 시건장치도 없이 해외공장 진출을 방조한 글로벌 민투위와 같은 조직만 있을 뿐이다. 당장 해외공장에서 들어오는 성과에 따른 배분에만 눈이 멀어 대기업 노조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
현기차가 또다른 해외공장으로 글로벌 GM의 암수에 대응을 하든, 아님 글로기 상태가 되어 쓰러지든 결국 국내공장의 조합원들은 조만간 엄청난 고용불안 요인에 노출될 것이다.
자본은 피도 눈물도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글로벌 GM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대법원 판결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살 먹은 아이도 아는 사실이다. 이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체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대응하다보면 어느새 우리의 일자리도 없어지고 말것이다.
위기에 빠진 현기차와 노동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