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조, 사내 식당서 유인물 배포… 한국지엠, 하청업체들 통해 징계 경고장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이용하는 식당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선전물을 배포하자 회사가 “남의 시설물에서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며 제지하고 징계를 경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14일 소속된 하청업체들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업체들은 경고장에서 “지난해 8월23일, 올해 6월19일, 7월19일 구두경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허가를 득하지 아니하고 타 회사 시설물에서 재차 유인물을 배포하여 당사의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2007년 해고됐다가 지난해 복직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부평공장 식당에서 노조 가입을 권유하고 임단협 요구사항, 구조조정 문제점 등을 담은 소식지를 수차례 배포했다. 경고장에서 언급한 ‘타 회사 시설물’은 원청인 한국지엠 소유의 식당을 의미하는 것이다.
업체들은 또 취업규칙에 따라 ‘허가 없는 유인물 배포 행위’가 징계 사유가 된다면서 “현 상황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으며, 만약 이런 일이 재발된다면 사규에 의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공시를 보면 한국지엠은 전체 노동자의 19.1%인 3894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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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지회는 반박 공문을 통해 “식당은 정규직뿐 아니라 지회가 가입 대상으로 하고 있는 다수의 비정규직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라며 “현대·기아차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타 회사 시설물’인 식당 앞에서 홍보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인물 배포 시 허가를 받도록 한 취업규칙에 대해서는 “헌법정신에도 위배되며 자주적인 노조 활동을 부정하는 조항”이라면서 개정을 요구했다. 비정규직지회는 23일에도 소식지를 배포할 예정이어서 마찰이 우려된다.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한국지엠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모두 원청 소유의 땅에서 함께 일하고 생활하고 있다”며 “선전물마저 뿌리지 말라는 것은 간접고용의 모순이 극명하게 표출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