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의 불법정치개입에 대한 비판과 책임을 묻는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22일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열린 농민들의 시국선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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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에 대한 비판과 책임자 처벌, 대통령의 시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지역으로 알려진 경북 김천에서도 시민들이 남재준 국정원장의 파면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천지역 시민운동의 원로인 백낙기 목사를 비롯해 이명재 김천YMCA 이사(덕천교회 담임목사)·이상혁 김천농민회 회장 등 100명은 12일 오후 김천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명망가 중심이 아닌 순수 김천시민 100명이 모여 국정원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힌 이들은 "국정원 사태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보수의 땅 영남, 그것도 김천 지역에서 뜻을 함께 하는 시민 100인이 국정원의 선거 불법 개입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시시비비를 가려 국민을 위한 올바르고 진정성 있는 정책에는 박수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채찍을 가하는 것이 참 국민의 자세"라고 시국선언 동참 계기를 밝혔다.

이어 "국정원의 불법적 대선 개입과 그 죄과를 덮기 위해 국정원장이 정치의 중심에 서는 것은 어렵게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국정원의 선거 불법 개입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국정원 사태의 엄중성을 깨닫고 이 문제를 빨리 수습해서 국력을 하나로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타협과 조화, 포용의 자세로 헤쳐나가라"고 충고했다.

김천시민들, KTX민영화 반대 등도 주장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김천시민 100명은 "중앙 중심만의 정치가 아닌 지방을 생각하고 재벌 중심의 경제 대신 서민을 배려하는 것이 올바른 대통령의 자세"라며 KTX민영화 반대·중산층 부담을 가중시키는 세제개편 반대·농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한미FTA 등 일방적 자유무역협정 반대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시국선언을 위해 김천시청 기자실을 찾았지만 김천시는 기자실의 출입문을 잠그고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시국선언 참가 시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시국선언에 참가한 이명재 목사는 "김천시에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미리 알렸는데 기자들을 빼돌리고 기자실 문을 잠갔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들은 결국 인근 식당으로 옮겨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뒤 향후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소통과 모임을 통해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지속적인 역할을 하고 단체 연대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한편, 김천시청 관계자는 기자실 출입문을 잠그고 출입을 통제한 데 대해 "지역의 주요 언론사 기자가 휴가 중이었고 기자실에 기자도 없어 출입문을 잠그게 됐다"며 "사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와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