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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대한변호사협회에 민변 소속 변호사 7명의 징계를 신청한 검찰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 민변 변호사 무더기 징계신청
묵비권 권유 등 기본적 변호 행위
해당 변호사 “진술거부 권유했다고
징계 신청하는건 헌법 부인 아닌가”
변협, 징계위 직행 않고 조사위 거칠듯
검찰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7명의 징계를 신청한 것을 두고, 민변 등은 공안사건에서 증거 조작이나 위법 수사 논란으로 망신을 당한 검찰이 앙갚음을 한 것 아니냐고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징계 신청 사유와 방식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법 절차상 하자는 없으나, 기소도 되지 않은 장경욱·김인숙 변호사를 변호사법의 품위유지 및 진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 신청을 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변호사 징계를 담당하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법조윤리협의회 관계자들은 “기소도 하지 않고 징계 신청을 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경욱 변호사는 간첩죄 유죄가 확정된 이아무개(39)씨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보위부 관련 진술은 전부 거짓이라고 해야 한다’는 취지의 거짓 진술을 종용했다는 이유로 징계 신청 대상이 됐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장한테 이런 내용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장 변호사는 5일 기자회견에서 “이씨가 구치소 직원의 회유로 전향서를 썼다고 재판 과정에서 말했다. 이씨는 조작된 간첩이 맞다. 지금도 내게 재심을 도와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인숙 변호사는 지난 5월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경찰관을 하이힐로 때린 혐의로 구속된 진아무개씨의 수사 과정에서 자백을 하려는 그에게 묵비권 행사를 요구했다는 게 문제가 됐다. 검찰은 진씨가 자백하고 선처를 받으려고 했는데 김 변호사가 진씨를 데리고 나가 진술 거부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사실관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진술을 하지 말라고 했다. 진술거부권은 검찰·경찰·법원에서조차 신문할 때 항상 고지한다. 기본적 권리를 행사하라고 한 걸 징계 신청하는 것은 검찰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부인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변은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속속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이 ‘민변 손보기’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민변은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비난의 화살을 맞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증거조작을 밝혀내는 데 주도적 구실을 했다. 이 사건을 맡은 검사 3명이 정직과 감봉 처분을 받았다.
검찰도 ‘작심’하고 징계 신청을 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민변 변호사들이 변론 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일심회, 왕재산 등 각종 간첩사건에서 물의를 빚어왔다. 사실은 그 순간순간 다 징계를 청구해야 하는데 그동안 못해왔던 것은 맞다. 더 이상 방치하기엔 문제가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2년 대한변협이 펴낸 변호사 징계사례집(2006~2010)에 나오는 징계결정 173건에 이번과 비슷한 사례는 없다. 수임 제한 위반, 브로커 알선료 지급, 의뢰인 돈 횡령 등 변호사 윤리를 위반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변론 과정을 문제삼은 경우도 불성실 변론이 주를 이뤘다.
특히 이번 조처는 진술거부권이 피고인의 당연한 권리라는 점에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고인 본인은 거짓 진술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헌법적 권리가 있다. 형사소송의 대등한 당사자인 검사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을 대리하는 변호사의 지위에 비춰서도 균형을 깨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변협은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변협은 징계 개시 신청이 들어오면 사안에 따라 조사위원회를 거치기도 하고, 그것을 안 거치고 곧바로 변호사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한다. 변협 관계자는 “예민한 사건이니만큼 조사위를 거칠 것 같다”고 했다. 조사위에서 당사자 소명을 들은 뒤 변협 회장이 징계 개시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해 변호사징계위에 전달한다. 검찰·법원 등 법조계 인사들로 구성된 징계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한다. 당사자나 검찰이 변협 징계위 결정에 불복하면 법무부 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경미 정환봉 김선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