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불법파견 승소 : 공격에 맞설 작지만 소중한 무기
법원도 인정한 비정규직의 불법성
지난 12월 4일 창원지법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5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승소 판결의 근거는 지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소 판결과 같은 맥락이었다.
컨베이어벨트로 밀접하게 연결된 자동차공장의 특성상 하청업체의 독자적인 업무가 불가능하기에 설령 공정이 분리돼 있더라도 도급이 불가능하며, 제조업은 파견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라는 것이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부당한 차별에 시달려야 했던 비정규직들의 노동 자체가 불법이라는 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가장 보수적인 법원조차 인정한 셈이다.
판결을 활용해서 더 많은 노동자를, 특히 더 열악한 단기계약직과 2차 업체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으로 확장시켜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당사자가 얼마나 나서느냐가 핵심
그러나 판결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이미 지난해 2월에 검찰이 제기한 형사고발에서 대법원은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한국지엠과 하청업체들은 벌금 몇백 만원만 내고 끝이었다. 결국 모든 문제는 당사자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현대기아차 판결을 계기로 2차 불파 소송단을 모집하면서, 10여명에 불과하던 조합원을 50여명으로 늘렸다. 어쩌면 신규조합원 대다수는 소송을 위해서 또는 단지 정규직화를 위해서 노조의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의 목표가 모든 비정규직의 철폐가 아니라 조합원만의 정규직화로 제한되는 순간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또 하나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당할 수밖에 없다. 이미 현대차에서도 조합원 우선 정규직화 요구를 내걸면서, 대중으로부터 고립되고 회사로부터도 조롱받는 처지로 굴러떨어지지 않았던가? 게다가 1,000명의 비정규직 중 50명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며 지엠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불파 소송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이 판결을 활용해서 더 많은 노동자를, 특히 더 열악한 단기계약직과 2차 업체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으로 확장시켜나가야 한다.
불법파견 투쟁에서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으로!
특히 지엠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대중적인 조직화는 사활적인 문제다. 지난 5월 군산공장에서는 원래 법대로라면 정규직이어야 할 360여명의 비정규직들이 소리도 질러보지 못하고 길거리로 쫓겨났다. 지엠의 계획대로 군산공장 1교대 전환, 부평 1,2공장 통합이 진행된다면 또다시 수백 명의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창원공장도 야금야금 서브 공정들을 사외로 빼돌리면서 사내 공정들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하고 있다. 이대로 쫓겨날 것인가? 아니면 싸워서 비정규직을 철폐할 것인가?
이미 싸움은 시작되었다. 부평과 창원 비정규직지회는 매달 군산공장 앞에서 비정규직 해고반대 선전전을 한다. 여기에 정규직, 사무직 활동가들의 작지만 소중한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불법파견 판정을 계기로 부평, 창원, 군산을 묶어서 불법파견 집단소송단을 모집하고, 공동대응할 계획이다. 그래서 군산에도 비정규직지회의 깃발이 세워지고, 비정규직 투쟁에 정규직과 사무직 노동자들이 연대한다면 지엠의 거침없는 구조조정 공격을 되받아칠 의미있는 반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