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끝났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9명 중 8명의 찬성으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을 해산했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통진당을 해산한 헌법재판소와 정권 담당자들 사이에 사전 협의나 각본이 있었는지 여부도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 지난 2년 동안 박 대통령의모습을 보고, 통진당 해산 결정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정말 놀라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 자체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윤두현 홍보수석비서관은 헌법재판소 결정 다음날인 20일 “대통령께선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으로 평가하십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유신과 철권통치로 무덤을 판 아버지 박정희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걷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정부가 합법적으로 출범한 정당을 해산하라고 헌법재판소에 심판 청구를 하고, 헌법재판소가 엉성하기 짝이 없고 허점투성이의 ‘논거 아닌 논거’로 정당을 해산하는 그런 민주주의가 아니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정당 해산은 통진당을 지지하느냐, 혹은 싫어하느냐 여부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우리가 “박근혜는 끝났다”고 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통진당 해산이 불러올 파문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전례 없는 무능과 부패뿐만 아니라, 최근 정윤회씨의 국정농단 의혹 문건 유출 파문 등을 덮어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패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라와 국민들이 어떤 문제든 ‘네편, 내편’으로 나뉘어 정쟁적, 정파적 논쟁에 휩싸이면, 경제고 민생이고 전부 날아가게 돼 있다. 이제 박 대통령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남은 것은 독재자 아버지 박정희가 했던 공포정치 뿐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사회와 한국 국민들은 아버지 박정희가 유신독재를 하던 때의 사회와 국민들이 아니다. 무소불위의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체제 7년 만에 총에 맞아 죽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비명에 부모를 잃고 그 고통스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박근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역사와 역사적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