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지난달 말 잠시 주춤했던 러시아 루블화 가치 추락세가 연초 국제유가 폭락 움직임에 다시 찾아왔다. 정부 개입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루블화 폭락에 대한 공포감은 확산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14일 오후 3시25분 루블화는 1달러당 65.78루블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월 루블화 가치는 1달러당 약 33루블이었지만 1년새 60루블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지역 합병에 대한 서방국가의 경제제재 상황 속에서 국제유가 폭락이 겹친 탓이다. 러시아 경제는 전체 수출의 70%, 재정 수입의 50%를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지자 러시아 국가신용등급도 떨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러시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이는 투기등급 바로 윗 단계다. 시장에서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이달중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기(정크)등급으로 강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없어 국채금리는 급등해 이날 예정된 국채 발행 매각은 취소됐다. 또 러시아 주식시장에서도 투매가 일어나 13일에는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한 달래 최대규모인 369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해도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러시아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에 나서 잠시 하락세를 막았지만 전반적인 위기 회복에는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정부가 환율을 방어할 카드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달 당국은 기준금리를 17% 올렸으며 비공식적으로 수출업체들에게 벌어들인 달러를 매각하고 루블을 매입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만 환율 방어를 위해 거의 800억달러를 지출했다.
서방 국가들의 제재 조치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문가들은 루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런던에 있는 SEB증권 퍼 헤머렌드 스트래티지스트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지고 루블화는 달러대비 70~75루블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국가 경제가 5%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5.5% 역성장을 전망했다.
이유미 (miyah3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