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박근혜 정권의 ‘일등공신’ 가운데 한 사람이다. 박 대통령 당선에 직접 기여한 ‘창업공신’은 아니지만, 정권의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노릇을 했으니 ‘수성공신’이라 부를 만하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당시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국정원의 트위터 여론공작 자료가 공개되고 국군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땐 전격적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청구했다. 황 장관의 남다른 ‘충성심’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되었다. 2011년 교회에서 강연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강연 내용은 충격적이다. 황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공안검사들이 한직으로 밀려났다면서, 당시 검찰 인사를 “환란(患亂)”에 비유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공안사건으로 사법처리된 전력을 들어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라고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을 “김대중씨”라 부르고, 노 전 대통령 서거를 “투신 사건”으로 지칭했다. 이른바 ‘공안통’인 황 장관은 김영삼 정부 때까지 승승장구했으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검사장(차관급) 승진에 누락됐다. 이명박 정부 때 검사장·고검장에 오르며 재기한 그는 박근혜 정부 들어 법무장관까지 맡았다. 교회 강연은 과거 정권을 향한 뒤늦은 ‘분풀이’였던 셈이다.
황 장관의 강연은 몇 가지 문제를 내포한다. 첫째, 강연 당시 그는 부산고검장 신분이었다. 고위공직자가 공개 석상에서 서거한 전직 대통령을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편향된 인식도 문제다. 설사 일부 공안검사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해도 “환란” 운운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해 재심을 통해 33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부림 사건’을 보라. ‘공안통’들이 한국 현대사에 미친 해악을 이보다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가. 셋째, 편향된 인식을 가졌다 해도 장관의 업무수행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반성과 사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황 장관은 ‘대한민국 법무장관’이 아니라 ‘정권의 법무장관’으로 기능해왔다. 진보당 해산 청구 등 공안몰이가 과거 정권에 대한 ‘사감’과 현 정권에 대한 ‘보은’ 차원이었음도 분명해진 터다. 황 장관은 더 이상 법무부를 이끌 자격이 없다. 서거한 전직 대통령 가족과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